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봉화 청량사는 산보다 절을 먼저 찾아가는 곳인데도 도착하면 산이 더 크게 남는다. 청량산 연화봉 가까운 산기슭에 전각들이 층층이 앉아 있고 그 뒤로 기암봉이 병풍처럼 솟는다.
이 풍경을 보기 위해 긴 산행부터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청량사를 가장 짧게 찾는 방법은 선학정에서 시작하는 길이다. 약 0.8km를 걸어 20~30분이면 경내에 닿는다. 거리는 짧지만 포장된 오르막이 이어져 생각보다 숨이 찰 수 있다.
0.8km가 짧아도 청량사는 산 아래에서 바로 보이는 절이 아니다
선학정에서 출발하면 처음부터 고도가 조금씩 올라간다. 길은 험한 암릉이나 거친 등산로가 아니라 비교적 정돈된 산길이지만 평지 산책처럼 걸을 수 있는 코스도 아니다.
경사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어린이나 어르신과 함께라면 속도를 늦추는 편이 좋다. 아래에서는 숲이 길을 감싸고 고도를 올릴수록 기암봉이 나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일주문을 지나 사찰 쪽으로 가까워지면 산속에 숨겨져 있던 전각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한다. 현재 경내 규모는 비교적 아담하지만 전각 하나하나 뒤에 청량산의 거대한 산세가 붙으면서 공간이 실제보다 훨씬 깊어 보인다.

663년 원효 창건으로 알려졌지만 창건 기록은 조금 다르게 봐야 한다
관광 안내에서는 청량사를 신라 문무왕 3년인 663년 원효대사가 창건한 사찰로 소개한다. 창건 당시 승당 등 33개의 부속 건물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다만 학술자료는 조금 더 신중하다. 원효 또는 의상이 창건했다는 이야기가 전하지만 이를 직접 뒷받침하는 당시 유물이나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조선시대에는 청량산을 대표하는 사찰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따라서 청량사를 663년 원효 창건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오랜 전승과 기록을 가진 신라계 산사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오랜 세월 동안 사찰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산 전체에 남은 암자 터와 기록은 청량산이 중요한 수행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유리보전에 들어서면 풍경 여행이 문화유산 여행으로 바뀐다
청량사의 중심 전각은 유리보전이다. 이곳에는 보물로 지정된 봉화 청량사 건칠약사여래좌상 및 복장유물이 봉안돼 있다.
건칠약사여래좌상은 우리나라 건칠불 가운데 이른 시기의 사례로 평가된다. 유리보전에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인 건칠보살좌상 및 복장유물도 함께 전한다.
지장전에는 조선 전기에 제작된 목조지장보살삼존상이 봉안돼 있으며 이 역시 보물로 지정돼 있다. 경내 규모만 보면 크지 않지만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문화유산의 밀도는 상당하다.

오층석탑 앞에서는 뒤를 돌아보는 것이 좋다
청량사 사진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장면 가운데 하나가 오층석탑이다. 탑 자체만 바라보면 작은 산사의 석탑이지만 한두 걸음 옆으로 이동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석탑 너머로 청량산 암벽과 능선이 겹치고 소나무 가지가 화면을 감싼다. 청량사가 경치 좋은 사찰이라는 말을 듣는 이유가 이곳에서 분명해진다.
특히 가을에는 청량산 육육봉 일대가 붉고 노란 단풍으로 바뀌면서 회색 암벽과 검은 기와지붕의 대비가 강해진다. 가까이서 보는 전각과 멀리서 보는 산 전체가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든다.

청량사만 보고 내려올지 응진전까지 갈지 체력에 맞춰 정한다
청량사 여행은 경내에서 끝낼 수도 있고 조금 더 길게 이어갈 수도 있다. 시간과 체력이 충분하다면 외청량으로 불리는 응진전 방향을 연결할 수 있다.
다만 청량사 경내 산책과 응진전 탐방을 같은 난이도로 보면 안 된다. 선학정에서 청량사까지는 비교적 정돈된 길이지만 응진전으로 범위를 넓히면 산길의 성격이 강해진다.
어르신이나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청량사 경내까지만 둘러봐도 충분하다. 반대로 산행에 익숙하다면 응진전까지 이어 청량산 특유의 절벽 지형을 더 가까이 만날 수 있다.

깊은 산사지만 종교와 관계없이 걷고 바라보기 좋은 공간이다
청량사를 찾는 이유가 반드시 불교 신앙일 필요는 없다. 전각 내부를 참배하지 않더라도 돌축대를 따라 걷고 노송 아래에서 쉬고 오층석탑 너머 암봉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산사 여행이 된다.
차량에서 내려 20~30분 정도만 걸었을 뿐인데 주변을 둘러싼 것은 높은 건물이나 도로가 아니라 절벽과 숲이다. 이 짧은 거리와 큰 풍경의 대비가 청량사를 특별하게 만든다.
봄에는 신록, 여름에는 짙은 숲,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나목과 암봉이 전각의 배경을 바꾼다. 한 번 보고 끝나는 사찰보다 계절이 달라질 때 다시 찾고 싶은 곳에 가깝다.
여행정보
위치 경상북도 봉화군 명호면 청량산길 199-152
문의 청량사 054-672-1446
최단 접근 선학정에서 청량사까지 약 0.8km, 편도 약 20~30분
난이도 거리는 짧지만 지속적인 오르막이 이어져 평지 산책보다 체력 소모가 있다. 부모님이나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중간중간 쉬어가는 편이 좋다.
권장 체류시간 왕복과 경내 관람 기준 약 1시간 30분~2시간, 사진 촬영과 휴식을 포함하면 2~3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핵심 볼거리 유리보전, 건칠약사여래좌상, 지장전 목조지장보살삼존상, 오층석탑, 청량산 기암봉 조망
추천 대상 긴 산행은 부담스럽지만 산과 사찰을 함께 보고 싶은 여행객, 부모님 동반 여행, 문화유산 여행, 가을 단풍 촬영
준비물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 생수, 모자. 가을에는 기온차에 대비한 가벼운 겉옷이 유용하다.
주의 비가 온 뒤에는 포장길과 돌계단이 미끄러울 수 있다. 종교시설의 법회나 행사 등에 따라 일부 공간 이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필요할 경우 방문 전 청량사에 확인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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