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조건의 대체항공사 트리니티, 의무운항 종료 맞춰 유럽 노선 축소

아시아나항공이 사라지기도 전에 합병 승인 과정에서 유럽 4개 노선을 맡았던 트리니티항공이 프랑크푸르트 운항을 접는다. 의무운항 종료 직후 시작되는 중단과 파리·로마·바르셀로나 감편은 합병 뒤 경쟁 유지 장치가 실제로 얼마나 오래 작동할 수 있는지를 정면으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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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니티항공의 신규 브랜드 디자인이 적용된 항공기 이미지. 트리니티항공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과정에서 유럽 4개 노선의 대체 항공사로 선정됐다. 사진=트리니티항공

트리니티항공 10월 25일부터 인천~프랑크푸르트 운항 중단…파리·로마·바르셀로나도 감편, 합병 뒤 ‘경쟁 유지’ 장치 시험대

강정호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트리니티항공(옛 티웨이항공)이 오는 10월 25일부터 시작되는 동계 스케줄에서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 항공권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운항 재개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 일정대로면 노선은 사실상 무기한 중단에 들어간다.

두 달 뒤인 12월 17일에는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합병돼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할 예정이다.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FSC)가 하나로 합쳐지는 마지막 단계에 들어가는 셈이다.

프랑크푸르트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승인하기 위해 유럽 경쟁당국이 요구했던 핵심 시정조치 중 하나였다. 아시아나가 사라지더라도 다른 항공사가 이 노선에 들어와 대한항공을 견제하도록 만든다는 취지였고, 그 역할을 맡은 대체 항공사가 트리니티항공이다.

합병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역할을 맡은 대체 항공사부터 유럽 노선을 줄이고 있다.

합병 승인의 조건이 된 유럽 4개 노선

2024년 2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조건부 승인했다. 두 항공사가 합병할 경우 인천에서 바르셀로나·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를 잇는 4개 노선에서 경쟁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이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고 있으며, 합병 뒤에는 압도적으로 큰 사업자가 되는 반면 다른 항공사의 진입이나 공급 확대는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가격이 오르고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EC가 우려한 대목이었다.

대한항공은 트리니티항공(당시 티웨이항공)이 이 네 노선에 취항할 수 있도록 슬롯과 운수권, 필요한 항공기에 대한 접근권을 제공하기로 했다. EC는 트리니티항공이 네 노선 운항을 시작하기 전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를 마무리할 수 없도록 했고, 이를 토대로 경쟁이 유지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구조에는 처음부터 짚어볼 대목이 있었다. 대한항공은 트리니티항공에 A330-200 항공기 5대와 조종사 약 100명, 정비 지원까지 제공하기로 했다. 러시아 영공 우회가 필요한 유럽 장거리 운항을 위해 트리니티항공은 대한항공으로부터 광동체 항공기와 인력을 지원받아야 했다.

트리니티항공이 이 노선들을 독자적으로 운영할 충분한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면 이 정도의 지원까지 필요했는지는 따져볼 문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경쟁을 대신할 대체 항공사가 실제 운항을 시작하기 위해 합병 당사자인 대한항공의 항공기와 조종사, 정비 지원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했다면, 장기적으로 독립적인 경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트리니티항공 전신 티웨이항공의 A330 계열 광동체 항공기
트리니티항공의 전신 티웨이항공이 운용해온 A330 계열 광동체 항공기. 유럽 장거리 노선을 유지하려면 광동체 기단과 정비·운영 기반이 뒷받침돼야 한다. 사진=트리니티항공(옛 티웨이항공)

의무 운항 종료 직후 프랑크푸르트 중단

트리니티항공의 유럽 확장은 처음에는 순조로워 보였다. 2024년 로마를 시작으로 파리,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까지 잇따라 취항하며 국내 저비용항공사로는 전례 없는 유럽 장거리 확장을 이뤘다.

그러나 2년 만에 흐름이 바뀌었다. 지난해 7월 62편이던 프랑크푸르트 운항은 올해 7월 35편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로마는 62편에서 48편, 파리는 43편에서 33편, 바르셀로나는 35편에서 25편으로 감소했다. 네 노선 모두에서 공급이 줄었고, 유럽에서 빠진 항공기는 수익성이 더 나은 일본·중국 등 단거리 노선에 투입되고 있다.

시점은 더 눈에 띈다. 트리니티항공의 유럽 4개 노선 의무 운항은 10월 24일까지다. 프랑크푸르트 운항 중단은 바로 다음 날인 10월 25일부터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의무 운항 종료 직후 유럽 핵심 노선 하나의 공급이 사라지는 셈이다.

합병 심사를 통과하는 데 필요했던 대체 노선이 의무기간 이후에도 시장 논리만으로 계속 유지될 수 있는지, 프랑크푸르트가 첫 시험대가 됐다.

슬롯 하나로는 장거리 노선이 돌아가지 않는다

장거리 노선을 운영하려면 슬롯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광동체 항공기, 정비 중에도 운항을 유지할 예비 기재, 장거리 운항 경험을 갖춘 조종사와 객실승무원, 해외 정비망과 공항 조업망, 판매망, 기내식, 현지 지점, 환승 네트워크까지 갖춰야 노선 하나가 굴러간다.

여기에 비즈니스 수요, 프리미엄 좌석, 기업 계약, 환승객, 마일리지, 얼라이언스 네트워크, 화물 수익이 함께 맞물려야 수익이 만들어진다. 아시아나항공 같은 대형항공사(FSC)가 갖고 있던 상품과 네트워크 경쟁력을 같은 좌석 수를 공급하는 것만으로 대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트리니티항공의 재무제표에서도 장거리 운항의 부담이 드러난다. 2025년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손실 2655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도 1628억 원에 달했고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2311%를 넘었다. 회사는 지난해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고환율과 고유가, 항공기 임차료와 정비비 증가 등을 꼽았다.

슬롯과 운수권은 행정적으로 이전할 수 있다. 그러나 광동체 기단과 정비망, 전문 인력, 판매망, 재무 여력까지 포함한 장거리 노선의 지속 운항 능력은 그렇게 옮겨지지 않는다. 트리니티항공의 실적은 장거리 노선을 장기간 유지하는 데 따르는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영국은 다른 기준을 세웠다

같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을 심사한 영국 경쟁시장청(CMA)의 접근은 유럽연합과 달랐다. 영국 역시 인천~런던 노선에서 두 회사 합병에 따른 경쟁 제한을 문제 삼았고, 대체 사업자로 버진애틀랜틱을 선정했다.

CMA 결정문에는 대체 항공사가 대한항공으로부터 독립적인지뿐 아니라 충분한 재무자원과 경영 능력, 운영·기술 능력, 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해당 노선을 유지·발전시킬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까지 검토했다고 적혀 있다. CMA는 런던 히스로와 인천 슬롯을 제공해 하루 한 편을 운항하도록 했고, 버진애틀랜틱이 운항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대체 사업자 진입 절차도 마련했다.

버진애틀랜틱은 지난 3월 29일부터 보잉 787-9을 투입해 런던 히스로~인천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이 노선이 영원히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영국 사례는 대체 항공사를 고를 때 당장 취항할 수 있느냐뿐 아니라 장기간 독립적으로 노선을 유지할 능력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 노선은 구조가 다르다

미국 노선은 유럽보다 복잡하다. 인천~시애틀에는 알래스카항공, 인천~호놀룰루에는 에어프레미아가 대체 항공사로 선정됐고, 뉴욕·LA·샌프란시스코 등 주요 미주 노선에서도 에어프레미아와 미국계 항공사들이 경쟁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 미국 네트워크 항공사들이 함께 들어와 있는 만큼 미국 노선 전체를 다른 저비용항공사에 넘겼다고 단순화할 수는 없다.

다만 에어프레미아가 미주 장거리 노선 상당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LCC라기보다 장거리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표방하는 에어프레미아는 보잉 787-9을 중심으로 기단을 확대했지만, 2025년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영업손실을 냈다. 항공기 도입·정비 비용 증가와 미주 노선 수요 둔화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트리니티항공과 에어프레미아는 사업모델과 기단 구성에서 차이가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항공사들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이후 장거리 노선의 대체 항공사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는 공통점은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들이 지금 취항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3년 뒤, 5년 뒤에도 해당 노선에서 충분한 공급을 유지하며 대한항공과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재무·운영 기반을 갖추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일본은 슬롯 이전에 그치지 않았다

일본 경쟁당국도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과정에서 경쟁 제한 노선에 슬롯을 넘기도록 했다. 일본 공정거래위원회(JFTC)는 부족한 슬롯이 있을 경우 다른 항공사가 진입할 수 있는 ‘오픈 슬롯’ 장치를 합병 완료 뒤 원칙적으로 10년간 유지하도록 했고, 신규 항공사가 요청하면 라운지 이용이나 지상조업 지원도 제공하도록 했다.

일본과 한국을 오가는 노선은 대부분 중·단거리이고, B737이나 A320 계열로 운항하는 저비용항공사가 원래 강점을 갖는 영역이다. 두 시간 안팎의 단거리 노선을 운영하는 능력과 12~14시간을 나는 유럽 장거리 노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능력은 요구되는 조건 자체가 다르다. 인천~후쿠오카와 인천~프랑크푸르트를 같은 ‘슬롯 이전’이라는 개념으로만 묶기 어려운 이유다.

대한항공 보잉 787-10 항공기와 대한항공 아시아나 합병
대한항공 보잉 787-10. 대한항공은 오는 12월 17일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해 통합 대한항공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사진=대한항공

아시아나가 사라진 자리를 무엇으로 채웠나

대한항공은 통합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메가캐리어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고 있다. 중복 노선을 재배치하고 신규 노선을 개발해 인천공항의 허브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몸집을 키운 항공사가 에미레이트항공, 싱가포르항공, 루프트한자그룹, IAG, 에어프랑스-KLM 같은 세계적 항공그룹과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 자체는 무리가 없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국내에 있던 또 하나의 장거리 대형항공사를 없앤 비용을 어떻게 메웠느냐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 몇 대와 슬롯 몇 개를 가진 회사가 아니라 독립된 가격정책과 영업망, 독립된 기재 운용과 정비 체계, 승무원 조직, 기업 고객, 해외 네트워크를 가진 회사였다. 대한항공과 같은 노선에 비행기를 띄우는 것 자체가 경쟁이었다.

그 경쟁자를 없앤 뒤 슬롯 몇 개와 운수권을 다른 항공사에 나눠줬다고 해서 이전과 같은 경쟁구조가 저절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EC는 2024년 심사 당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진입 장벽을 높여 충분한 경쟁 압력을 만들기 어렵고, 가격 상승이나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대체 항공사 제도는 이 우려를 막기 위해 도입됐다. 트리니티항공의 유럽 4개 노선 감편은 이 제도가 세워질 때 상정했던 경쟁이 의무기간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는지를 묻는 사례가 되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있지만, 트리니티 자리는 비게 된다

프랑크푸르트 노선에는 여전히 루프트한자와 대한항공이 운항하고 있다. 트리니티항공이 빠진다고 해서 곧바로 ‘대한항공 독점’이라고 부르는 것은 부정확하다.

그러나 합병 전 존재했던 두 개의 한국 대형항공사 가운데 하나가 사라진 자리에 투입됐던 대체 항공사가 다시 빠진다는 사실은 남는다. 합병 승인 당시 경쟁당국이 트리니티항공의 진입을 경쟁 훼손을 막는 핵심 조건으로 판단했다면, 의무 운항기간 종료 직후 노선이 축소되거나 사라지는 상황을 개별 항공사의 경영 판단으로만 볼 수는 없다.

경쟁당국이 확인해야 할 지표는 취항식 여부나 단순 운항 연수가 아니다. 아시아나가 사라진 뒤에도 과거와 비슷한 수준의 공급과 가격·서비스 경쟁이 실제로 이어지고 있는지가 핵심이다.

정부와 경쟁당국이 답해야 할 것들

트리니티항공이 10월 25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빠지면 해당 슬롯과 운수권의 처리 방향부터 정리돼야 한다. 새 대체 사업자를 세운다면 장거리 운항 능력을 검증할 기준이 필요하고, 파리·로마·바르셀로나에서 이어지고 있는 감편도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지 판단해야 한다.

대체 항공사의 공급량과 운임, 지속 운항 능력을 상시 점검하는 절차도 중요하다. 에어프레미아가 맡고 있는 미주 장거리 네트워크의 지속 가능성 역시 같은 잣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합병 승인을 받기 위해 만들어진 이 경쟁구조가 의무기간이 끝난 뒤에도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설계됐는지, 이제 그 결과를 확인할 차례다.

한국 항공사의 슬롯이 곧바로 외국에 빼앗기거나 영구적으로 사라진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처리 방식은 노선과 국가, 경쟁당국의 시정조치에 따라 다르다. 중요한 것은 슬롯이 어느 나라 항공사에 배정됐느냐가 아니라, 그 슬롯에서 실제로 얼마나 많은 비행기가 뜨고 몇 개의 항공사가 가격과 서비스로 경쟁하느냐다.

대한항공은 더 커지고,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12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합병 승인 과정에서 약속했던 ‘경쟁의 유지’도 그만큼 오래 이어져야 한다.

프랑크푸르트 노선 중단은 항공사 한 곳의 경영 판단으로만 끝낼 일이 아니다. 통합 대한항공이라는 메가캐리어를 만들기 위해 사라지는 경쟁을 어떤 대체 항공사들이 대신하게 했으며, 그 항공사들이 의무 운항기간 이후에도 노선을 지속하며 실질적인 경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도가 설계됐는지 묻는 첫 시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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