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니콜라』를 펼치면 장난을 치고 싸우고, 학교에서 사고를 치는 아이들이 나온다. 르네 고시니가 이야기를 썼고 장 자크 상페가 니콜라와 친구들의 얼굴과 몸짓을 그렸다. 가는 펜 선 몇 개로 그린 아이들의 표정은 한국 독자들에게도 익숙하다.
프랑스 드로잉 작가 장 자크 상페(Jean-Jacques Sempé·1932~2022)의 작품이 10년 만에 다시 서울에 온다. 마이아트뮤지엄 원그로브점은 오는 9월 10일부터 2027년 1월 3일까지 《봉주르, 장자크 상페: 세상을 그린 시선》을 연다. 2016년 서울 KT&G 상상마당에서 대규모 전시가 열린 뒤 약 10년 만의 국내 특별전이다.
이번 장 자크 상페 특별전에는 원본 드로잉과 오리지널 포스터, 판화, 출판물 등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 약 130여 점이 나온다. 상페가 실제 사용했던 작업 도구와 드로잉 과정이 담긴 자료도 공개한다. 2026년 한불수교 140주년을 맞아 마련한 전시로, 『꼬마 니콜라』와 함께 파리와 음악, 일상의 사람들을 그린 작업을 한 자리에서 소개한다.
2016년 상상마당 이후 10년 만의 국내 전시
상페의 대규모 국내 전시는 2016년 서울 서교동 KT&G 상상마당 갤러리에서 열렸다. 당시 《장 자끄 상뻬-파리에서 뉴욕까지》라는 제목으로 4월 30일부터 8월 31일까지 이어졌고, 『꼬마 니콜라』와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 등의 삽화를 포함해 원본 작품 150여 점이 전시됐다. 파리와 뉴욕에서 이어진 상페의 60년 작업을 다룬 전시였다.
상페는 그로부터 6년 뒤인 2022년 8월 11일 프랑스에서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2026년 전시는 작가가 남긴 원본과 아카이브를 다시 국내에 소개하는 자리다. 2016년 전시를 봤던 관람객은 10년 만에 상페의 원본을 다시 만나고, 『꼬마 니콜라』로 작가를 알게 된 관람객은 파리와 음악가, 도시의 사람들을 그린 작업을 함께 보게 된다.
『꼬마 니콜라』와 파리의 어른들
한국에서 상페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은 『꼬마 니콜라』다. 르네 고시니가 글을 쓰고 상페가 그림을 맡은 이 작품은 여러 나라에서 번역됐고 한국에서도 오랫동안 읽혔다. 니콜라와 친구들이 뛰어다니는 교실과 운동장, 집과 동네 풍경에는 아이들의 표정과 동작이 세밀하게 들어 있다.
상페는 아이들과 함께 파리의 거리와 광장, 공원과 카페, 아파트와 사무실에서 살아가는 어른들을 꾸준히 그렸다. 연인과 부부, 직장인과 행인, 음악가와 관객이 그의 그림에 반복해서 등장한다. 특별한 사건보다 사람들이 서로 바라보거나 어긋나는 순간, 군중 속에서 혼자 떨어져 있는 사람의 모습을 자주 잡았다.
그림 속 사람은 종종 아주 작다. 큰 건물 아래 몇 사람이 흩어져 있거나 넓은 공원 한쪽에 한 사람이 서 있고, 공연장을 가득 채운 객석 사이에서 연주자가 작은 인물로 남기도 한다. 상페는 표정을 크게 확대하기보다 사람이 서 있는 공간과 서로의 거리를 함께 그렸다.
1978년부터 『뉴요커』 표지 114점
상페는 미국 잡지 『뉴요커(The New Yorker)』와도 오랫동안 작업했다. 1978년 첫 표지를 그린 뒤 2022년까지 모두 114개의 표지를 남겼다. 파리에서 활동한 프랑스 작가의 그림이 40년 넘게 뉴욕의 독자들을 만났다.
『뉴요커』 표지에서도 도시와 그 안의 사람들이 자주 등장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공원을 걷는 사람, 거대한 건물 사이에 놓인 작은 인물, 음악을 연주하거나 듣는 사람들이 한 장면 안에 들어갔다. 2022년 상페가 세상을 떠난 뒤 공개된 ‘Morning Music’은 그의 114번째 『뉴요커』 표지가 됐다.
인쇄된 책에서 보이지 않던 선과 수정 흔적
이번 전시에서는 국내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원본 드로잉을 직접 볼 수 있다. 책이나 잡지에서 작게 인쇄된 그림과 달리 원본에는 펜 선이 겹친 자리와 수채가 번진 부분, 수정 흔적과 종이의 여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작은 인물이 많은 작품에서는 표정과 손의 움직임도 실제 크기에서 다시 보인다.
상페는 화면 대부분을 건물과 나무, 거리와 빈 공간에 내주고 사람을 작게 놓는 구도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 멀리에서는 도시 전체의 구조가 먼저 들어오고 가까이에서는 작은 인물의 자세와 시선이 보인다. 원본에서는 종이 크기와 인물의 비율이 그대로 드러난다.
전시장에는 완성된 그림과 함께 상페가 실제 사용했던 작업 도구도 나온다. 드로잉 과정이 기록된 자료와 출판물도 함께 전시한다. 완성작 옆에서 제작 과정과 사용 도구를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9월 10일 개막, 성인 관람료 2만원
《봉주르, 장자크 상페: 세상을 그린 시선》은 9월 10일부터 2027년 1월 3일까지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 165 원그로브 C동 2층 W213호 마이아트뮤지엄 원그로브점에서 열린다. 전시 예매 안내 기준 운영시간은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이며 입장은 오후 7시에 마감한다. 휴관일은 없고 성인 정상 관람료는 2만원이다.
지하철 5호선 마곡역에서 지하 연결통로를 이용할 수 있다. 전시 관람객은 최초 2시간 무료주차가 가능하다. 전시 기간이 2027년 1월 3일까지 이어지는 만큼 관람일과 예매 상품에 따라 할인 조건이 달라질 수 있어 방문 전 판매처와 미술관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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