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1위, 스즈카도 상위권…F1 여행 열풍 속에서도 선택 기준은 접근성
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한국 여행객의 F1 개최지 관심은 글로벌 흥행 분위기보다 이동 거리와 접근성에 더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여행 플랫폼 아고다가 2026년 F1 월드 챔피언십 상반기 개최 도시를 대상으로 한국 여행객 숙박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중국 상하이가 1위에 올랐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일본 스즈카가 뒤를 이었다.
아고다가 공개한 순위에는 상하이, 바르셀로나, 스즈카에 이어 호주 멜버른, 캐나다 몬트리올, 모나코, 미국 마이애미,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바레인 사키르가 포함됐다. 표면적으로는 F1 인기가 한국 여행객의 해외여행 관심 지역을 넓히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순위를 자세히 보면 장거리 개최지보다 항공 접근성이 좋거나 기존 여행 수요가 탄탄한 도시가 앞쪽에 놓여 있다. F1 팬덤의 확대만으로 설명하기보다 여행 비용, 이동 시간, 도시 관광 여건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
상하이가 1위에 오른 것은 예상 가능한 결과다. 한국에서 중국 상하이는 비행 시간이 짧고 항공편 선택지가 많은 도시다. 와이탄, 신천지, 푸둥 금융지구, 디즈니 리조트 등 기존 관광 자원도 충분하다. F1 경기를 보러 가는 여행객이라도 경기 일정만으로 전체 일정을 채우기는 어렵다. 경기 전후로 도시 관광을 결합할 수 있는지가 실제 목적지 선택에 영향을 준다. 이런 점에서 상하이는 F1 개최지이면서 동시에 익숙한 단거리 해외여행지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일본 스즈카가 상위 3위권에 오른 점도 같은 맥락이다. 스즈카 서킷은 F1 팬 사이에서 오래된 명성을 가진 곳이지만, 한국 여행객에게는 일본 중부권 여행과 결합하기 쉬운 목적지라는 점이 더 현실적인 장점이다. 나고야, 오사카, 교토 등 주변 도시와 연계할 수 있고, 일본 여행 경험이 많은 한국인에게 현지 이동과 숙박 예약의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다. F1 관람 자체가 목적이더라도 여행지는 결국 접근성과 체류 편의성에서 선택받는다.
바르셀로나가 2위에 오른 것은 다소 다른 성격을 보인다. 바르셀로나는 한국 여행객에게 이미 친숙한 유럽 대표 도시다. 가우디 건축, 지중해 해변, 미식, 축구 관광 등 기존 관광 매력이 강하다. 여기에 F1 일정이 초여름 유럽 여행 수요와 맞물리면서 검색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바르셀로나의 순위는 F1만의 힘이라기보다 유럽 여행 수요와 스포츠 이벤트가 결합한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
이번 발표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F1이 여행 플랫폼의 새로운 판매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F1 관람객은 경기 티켓만 구매하지 않는다. 항공권, 숙박, 현지 교통, 식음료, 도시 관광, 굿즈 소비가 함께 발생한다. 개최 도시 입장에서는 레이스 주간이 관광 소비를 끌어올리는 기간이 되고, 여행 플랫폼 입장에서는 항공과 숙박, 액티비티를 묶어 제안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F1 여행 수요를 과장해서 볼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 F1은 아직 축구나 야구처럼 대중적인 직관 시장을 형성한 스포츠는 아니다. 영화와 온라인 콘텐츠, K-팝 스타의 경기장 참석이 관심을 높인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 그랑프리 여행은 비용과 정보 장벽이 높다. 티켓 등급, 좌석 위치, 서킷 접근성, 숙박비 변동, 현지 교통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초보 팬에게는 일반 해외여행보다 준비해야 할 요소가 많다.

모나코와 마이애미, 몬트리올 등이 순위권에 든 것은 F1의 도시 이벤트적 성격을 보여준다. 이들 도시는 경기 자체뿐 아니라 도심 분위기, 숙박 경험, 사교적 이벤트, 야간 관광 등과 결합돼 소비된다. 특히 마이애미는 음악, 패션, 셀러브리티 문화와 F1이 함께 소비되는 대표 사례다. 다만 한국 여행객에게는 장거리 이동과 높은 체류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여행업계에는 이번 순위가 하나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스포츠 이벤트가 해외여행의 목적이 되는 흐름은 분명히 커지고 있다. 다만 소비자는 무작정 유명한 개최지를 고르기보다 이동 거리, 항공권 가격, 숙박비, 도시 관광 가능성을 따진다. F1 여행 상품이 성장하려면 경기 관람만 앞세우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서킷까지의 이동 방법, 예산별 숙소, 경기 전후 추천 일정, 초보 팬을 위한 관람 안내가 함께 제공돼야 한다.
아고다는 항공권, 숙소, 액티비티를 아우르는 선택지를 통해 여행객들이 F1 관람과 개최 도시 경험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고다는 600만여 개 호텔과 휴가용 숙소, 13만여 개 항공 노선, 30만여 개 액티비티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이번 순위가 보여주는 것은 F1 흥행의 장밋빛 전망만은 아니다. 한국 여행객은 F1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지만, 실제 검색은 가까운 도시와 익숙한 관광지에 먼저 몰렸다. F1 여행 시장이 커지려면 팬덤의 열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여행자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 편리한 이동, 충분한 현지 정보가 갖춰질 때 F1은 일부 마니아의 해외 원정이 아니라 새로운 목적형 여행 시장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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