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수요는 늘고 여행지는 넓어졌다
김정호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트립닷컴그룹 골든위크 한국 여행 트렌드 분석에서 5월 초 연휴 기간 한국을 찾는 해외 여행 수요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스톱 글로벌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을 운영하는 트립닷컴그룹은 5월 1일부터 5일까지 자사 플랫폼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해외 출발 한국행 항공권 예약이 전년 동기 대비 36퍼센트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국 노동절 연휴와 일본 골든위크가 같은 시기에 맞물리면서 한국 여행 수요가 아시아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여행 수요의 방향이다. 서울과 부산, 제주처럼 오랫동안 한국 관광을 대표해 온 목적지는 여전히 높은 예약 비중을 유지했다. 그러나 증가율만 놓고 보면 흐름은 달랐다. 포항은 호텔 예약 증가율이 180퍼센트에 달했고 대구는 167퍼센트, 서귀포는 151퍼센트, 안동은 135퍼센트를 기록했다. 단순히 방한객이 늘어난 것을 넘어 외국인 여행객의 선택지가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를 벗어나 지역 도시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시아권 수요 집중도 뚜렷했다. 트립닷컴 데이터 기준 해외 출발 한국행 항공권 예약에서 중국이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고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태국이 뒤를 이었다. 일본과 중국 여행객이 선택한 해외 여행지 1위에는 서울이 올랐다. 싱가포르와 태국에서도 서울은 상위권 목적지로 집계됐다. K 콘텐츠, 쇼핑, 미식, 도시 관광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서울의 경쟁력이 여전히 강하게 작용한 결과다.

다만 이번 연휴 데이터는 서울 중심의 방한 관광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포항, 대구, 안동처럼 상대적으로 외국인 관광객 비중이 낮았던 지역이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은 한국 여행이 재방문 수요와 개별 여행 중심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 처음 한국을 찾는 여행객이 서울의 대표 명소를 선택한다면 두 번째 이후의 여행객은 지역 축제, 해안 도시, 전통문화, 로컬 미식, 액티비티 등 더 구체적인 경험을 찾는 경향이 강해진다.
국내 여행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확인됐다. 같은 기간 국내 여행객은 울산, 광주, 포항, 군산, 보령, 통영 등 지방 중소도시에 주목했다. 울산은 158.5퍼센트, 광주는 96퍼센트, 포항은 95퍼센트, 군산은 80퍼센트, 보령은 75퍼센트, 통영은 58퍼센트의 예약 증가율을 보였다. 대형 관광지의 혼잡을 피하고 짧은 연휴 안에서 이동 부담을 줄이면서도 새로운 경험을 얻으려는 수요가 중소도시 선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포항은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외국인 여행객 대상 호텔 예약 증가율 180퍼센트, 국내 여행객 예약 증가율 95퍼센트를 동시에 기록하며 내외국인 모두에게 성장 목적지로 부상했다. 해안 관광, 콘텐츠 촬영지, 지역 먹거리, 도시 관광 자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관광지로서의 인지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교통 접근성, 숙박 공급, 지역 콘텐츠의 완성도가 함께 뒷받침될 경우 성장세가 이어질 수 있다.
대구와 안동의 성장도 지역 관광 관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구는 도심형 관광, 미식, 쇼핑, 공연과 문화 콘텐츠를 결합할 수 있는 도시다. 안동은 전통문화와 역사 자원을 기반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차별화된 한국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서귀포의 높은 증가율은 제주 관광이 제주시 중심을 넘어 남부권 체류형 여행으로 세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흐름은 한국 관광산업에도 중요한 과제를 남긴다. 방한객 증가가 수도권 숙박과 쇼핑 매출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 경제로 이어지려면 외국어 안내, 교통 연결, 지역 액티비티 상품, 결제 편의, 숙박 품질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 지방 도시가 단기간 예약 증가율을 보였다고 해서 곧바로 국제 관광지로 자리 잡는 것은 아니다. 여행객이 실제로 머무르고 소비하며 재방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행 플랫폼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개별 자유여행객은 항공권, 숙박, 액티비티, 현지 교통을 따로 검색하고 비교한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플랫폼의 노출 여부는 지역 도시의 인지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트립닷컴그룹이 지역 관광 콘텐츠와 액티비티 상품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지역 관광지가 플랫폼 안에서 검색되고 예약 가능한 상품으로 정리될수록 외국인 여행객의 선택 가능성은 커진다.
한국인의 해외여행은 짧은 연휴 일정의 영향을 받아 일본과 중국 등 근거리 국가 중심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몽골처럼 비교적 새로운 근거리 목적지도 관심을 받았다. 이는 한국 여행객 역시 익숙한 대도시 여행에서 벗어나 자연, 체험, 이색 일정에 대한 관심을 넓히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한 여행과 내국인 해외여행 모두에서 짧지만 다른 경험을 찾는 수요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홍종민 트립닷컴 한국지사장은 최근 여행 수요가 특정 대도시에 집중되기보다 숨겨진 지역의 매력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인바운드와 국내여행 모두에서 분산형 여행 흐름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지역 관광 콘텐츠와 액티비티 상품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번 트립닷컴그룹의 골든위크 분석은 한국 관광이 회복 단계를 넘어 재편 단계로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방한 수요의 증가는 긍정적 신호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수요가 어디로 향하느냐다. 서울과 부산, 제주가 한국 관광의 관문 역할을 계속 맡는 가운데 포항과 대구, 안동, 울산, 군산, 통영 같은 도시가 새로운 체류지로 부상한다면 한국 관광의 수익 기반은 더 넓어질 수 있다. 앞으로의 경쟁력은 관광객 수 자체보다 지역별 경험을 얼마나 정교하게 상품화하고 지속 가능한 방문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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