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전남 신안 퍼플섬의 보랏빛 계절이 예상보다 길어졌다. 5월 15일부터 25일까지 열린 2026 퍼플섬 라벤더 축제에는 11일 동안 5만여 명의 관광객이 찾았다. 상주 인구 130명 안팎의 작은 섬에 수만 명이 몰린 셈이다. 축제는 끝났지만, 라벤더 정원은 바로 문을 닫지 않는다. 올해 봄 저온 현상으로 라벤더 개화가 늦어지면서, 신안군은 방문객들이 만개한 풍경을 더 여유롭게 볼 수 있도록 약 2주간 추가 개방하기로 했다.
퍼플섬은 신안군 안좌면의 반월도와 박지도를 함께 부르는 이름이다. 두 섬은 퍼플교로 연결돼 있고, 지붕과 다리, 마을 시설, 꽃밭까지 보라색을 중심으로 정비돼 있다. 단순히 꽃을 심은 정원이 아니라 섬 전체를 하나의 색으로 묶은 색채 관광지다. 2021년 세계관광기구의 최우수 관광마을로 선정되며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축제 뒤 더 선명해진 박지도 라벤더 정원
이번 라벤더 축제의 중심지는 박지도 라벤더 정원이다. 박지도 일대 약 3만5000㎡ 규모의 정원에 보랏빛 라벤더가 펼쳐지고, 그 뒤로 바다와 퍼플교가 이어진다. 라벤더 자체만 놓고 보면 내륙 정원에서도 볼 수 있는 꽃이지만, 퍼플섬의 라벤더는 바다와 섬, 보라색 다리, 마을 풍경이 함께 들어온다는 점에서 다르다.

올해는 축제 기간과 개화 절정이 완전히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4~5월 아침저녁 저온 현상으로 개화가 늦어져 축제 기간에는 일부 방문객이 기대한 만큼의 만개 풍경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 늦은 개화가 축제 이후의 여행 기회를 만들었다. 6월 초·중순에 찾는 여행자들은 축제 인파가 조금 빠진 뒤 더 차분한 분위기에서 라벤더 정원을 걸을 수 있다.
반월도 버들마편초가 이어받는 여름 보랏빛
퍼플섬의 강점은 라벤더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박지도 라벤더 정원을 보고 퍼플교를 건너면 반월도로 이어진다. 반월도에서는 6월 중순부터 버들마편초 정원이 본격적으로 여름 풍경을 만든다. 신안군은 2022년부터 반월도 약 3만9000㎡ 부지에 버들마편초 40만 주를 심어 퍼플섬의 여름 경관 자원으로 조성해 왔다.
버들마편초는 줄기 끝에 작은 보라색 꽃이 모여 피는 다년생 초화류다. 라벤더처럼 향과 색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풍경은 조금 다르다. 낮게 번지는 보랏빛 꽃밭이 해안도로와 갯벌, 하늘, 퍼플교와 함께 어우러진다. 퍼플섬이 보라색 섬이라는 콘셉트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계절별 꽃을 이어 심고 관리하기 때문이다.
보라색 아이템 하나가 입장권이 되는 섬
입장 방식도 퍼플섬만의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퍼플섬 입장료는 성인 기준 5,000원으로 알려져 있지만, 보라색 옷이나 모자, 신발, 우산, 스카프 같은 보라색 아이템을 착용하면 무료입장이 가능하다. 이 색채 마케팅은 단순 할인보다 강한 효과를 낸다. 여행자가 직접 보라색을 입고 섬 풍경의 일부가 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다면 시간대가 중요하다. 한낮에는 라벤더와 바다, 보라색 다리의 색이 가장 선명하게 살아난다. 반대로 늦은 오후에는 빛이 부드러워지고, 다리와 꽃밭의 그림자가 길어져 분위기 있는 사진을 남기기 좋다. 다만 꽃밭 안으로 무리하게 들어가거나 지정 동선을 벗어나 촬영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축제 날짜보다 개화 상태가 중요한 꽃 여행
이번 추가 개방은 퍼플섬 관광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축제는 보통 정해진 기간에 집중되지만, 꽃은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올해처럼 개화가 늦어질 경우 축제 종료 후에도 절정의 풍경이 이어질 수 있다. 신안군이 라벤더 정원을 2주 더 개방하기로 한 것은 방문객의 아쉬움을 줄이고, 꽃 상태에 맞춰 여행 수요를 분산하는 방식이다.
신안 퍼플섬은 이제 단순한 이색 포토존을 넘어 계절형 섬 관광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섬 전체의 색을 하나로 묶고, 다리와 마을, 꽃밭, 걷기 코스, 지역 상권을 같은 콘셉트 안에 넣었다. 라벤더 축제에 5만여 명이 몰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관광객은 꽃만 보러 간 것이 아니라, 보라색이라는 분명한 이미지와 섬 여행의 특별한 분위기를 함께 소비한 것이다.
6월 신안 여행을 계획한다면 퍼플섬은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다. 축제는 끝났지만 라벤더 정원은 조금 더 열리고, 반월도 버들마편초는 여름 풍경을 이어받는다. 꽃이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해마다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개화 상황과 기상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보라색 아이템 하나를 챙기고, 서두르지 않는 걸음으로 박지도와 반월도를 건너면 퍼플섬의 보랏빛 계절을 더 오래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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