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이정찬 ㅣ 티칭프로·여행레저신문 발행인
골프 칼럼을 다시 쓰기로 하면서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책상 앞에서만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각각의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를 몸으로 확인하기 위해 연습 라운딩을 한다. 잘 맞은 공도 기록하고, 어이없이 무너진 샷도 기록한다. 그래야 글이 산다.
오늘의 연습 라운딩은 뉴질랜드 푸케코헤 골프장에서 진행했다. 프런트 나인과 백 나인 일부를 포함해 모두 11홀을 돌았다.
골프 격언에 이런 말이 있다.
“아침에 자신감을 얻고, 저녁에 자신감을 잃는다.”
오늘이 딱 그랬다. 어제 연습 라운딩 때보다 공의 스트라이크가 차지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윙의 편안함도 사라졌다. 공을 치는 것이 아니라, 공을 맞히기에 급급했다. 하루 사이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골프는 참으로 변덕스럽고, 그래서 무섭다.
오늘 라운딩에서는 해괴한 일도 벌어졌다. 188야드 파3 홀. 그린 앞까지 길게 워터 해저드가 뻗어 있는 홀이다. 6번 아이언으로 넉넉히 공략하면 되는 거리였다. 그런데 공을 연속으로 물에 빠뜨렸다. 그것도 토핑으로.
이런, 비기너 시절에도 없던 실수다.
공은 낮게 맞아 워터 해저드를 넘기지 못하고 물속으로 사라졌다. 힘을 빼고 천천히 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정작 몸은 공 앞에서 급해졌다. 머리는 남아 있어야 하는데 먼저 들렸다. 하체는 버텨야 하는데 순간적으로 높이가 달라졌다. 그러니 토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오늘 토핑의 원인은 분명했다. 간단없이 나오는 헤드업이었다.
오래 쉬다가 다시 골프를 시작하니 임팩트 순간 몸이 주저앉거나 일어나면서 높이가 달라진다. 그러면 토핑이나 뒤땅이 빈번하게 나온다. 특히 앞에 워터 해저드가 있거나 큰 나무가 가로막고 있으면 어김없이 머리가 먼저 들린다. 딱 초보자의 모습이다.
워터 해저드 앞에서는 머리를 땅에 박아 놓는 기분으로 스윙해야 한다. 그래야 토핑의 실수는 줄어든다. 그러나 이것도 조심해야 한다. 머리를 잡겠다고 백스윙 자체를 제한하면 손으로만 치는 스윙이 된다. 그러면 공은 높이 솟구쳤다가 물속으로 사라지거나, 타깃 왼쪽으로 크게 벗어난다.
골프는 한 가지를 고치려다 다른 한 가지를 망가뜨리는 운동이다.
그래서 오늘의 명제는 이것이다.
힘 빼고 천천히 스윙하라.
골프공은 도망가지 않는다.
많은 프로골퍼들, 그리고 공 좀 친다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가장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스윙할 때 힘을 빼라.”
맞는 말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무슨 힘을, 어디서, 어떻게 빼야 하는지”까지 설명해 주는 사람은 드물다. 그냥 힘을 빼라고만 한다. 듣는 사람은 더 헷갈린다. 힘을 빼라니까 그립도 흐물흐물해지고, 팔도 축 늘어지고, 하체까지 풀린다. 그러면 스윙은 더 망가진다.
과연 힘은 어디서 어떻게 빼야 할 것인가.
오늘 라운딩에서 나는 힘주기와 힘빼기를 적절히 조합해 보는 시도를 계속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골프 스윙에서 힘빼기는 그냥 힘을 모두 빼는 것이 아니다. 먼저 힘을 줘야 할 곳에는 제대로 힘을 줘야 한다. 그다음 불필요한 힘을 빼야 한다.
힘주기는 골프채를 잡는 그립에서 시작된다. 특히 왼손의 중지, 약지, 검지가 중심이다. 골프채를 놓치지 않을 만큼, 그리고 스윙 중 클럽이 흔들리지 않을 만큼 단단히 잡아야 한다.
반대로 힘빼기는 백스윙을 위한 몸통 동작의 유연성, 그리고 포워드 스윙에서 오른팔과 왼팔이 조화롭게 움직이는 데서 시작된다. 힘을 빼라는 말은 클럽을 흐느적거리게 잡으라는 뜻이 아니다. 하체까지 풀어버리라는 말도 아니다.
힘을 뺀다고 그립의 중심 손가락에 적절한 압력을 주지 못하면 스윙은 무너진다. 포워드 스윙 때 축을 지탱해야 할 왼쪽 허리와 하체가 흔들려도 스윙은 실패한다.
단단한 공을 멀리, 정확히 날리기 위해서는 견고한 그립과 적절한 파워가 반드시 필요하다. 흐느적거리는 맥없는 스윙으로는 절대 제대로 된 샷을 만들 수 없다. 특히 힘을 뺀다고 다리 힘까지 풀어버리면 슬라이스, 훅, 생크까지 온갖 구종의 샷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타난다.
그때 골퍼는 좌절한다. 그리고 중얼거린다.
“아니, 힘을 빼라면서?”
문제는 힘을 빼는 순서다. 골프 스윙에서 힘빼기는 힘주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먼저 왼손 중지, 약지, 검지를 중심으로 골프채를 단단하게 잡는다. 골프채와 왼손의 각도는 어드레스부터 피니시까지 최대한 유지해야 한다. 왼팔은 골프채와 하나의 직선을 이룬다는 느낌으로 견고하게 버틴다. 몸의 왼쪽 축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그다음 힘을 뺀다.
그립은 단단하게 유지한다. 왼팔과 골프채가 하나가 되는 느낌도 유지한다. 그러나 포워드 스윙에서 손과 팔에 과도한 힘을 주면 안 된다. 백스윙 톱에서 피니시까지 오른손과 오른팔은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 오른손이 공을 때리러 달려들면 클럽은 제 길을 잃는다.
힘을 빼야 할 곳은 손목을 굳게 만드는 불필요한 긴장이다. 힘을 빼야 할 것은 공을 때려야겠다는 지나친 욕구다. 힘을 빼야 할 것은 물을 넘겨야 한다는 조급함이다.
그러나 남겨야 할 힘도 있다.
그립의 견고함. 왼쪽 축의 버팀. 하체의 균형. 끝까지 스윙을 가져가는 의지.
이것까지 빼버리면 스윙은 힘을 뺀 것이 아니라 무너진 것이다.
오늘 188야드 파3 홀의 워터 해저드는 내게 그것을 다시 가르쳐 주었다. 물을 의식하는 순간 머리가 들렸다. 머리가 들리니 몸의 높이가 바뀌었다. 몸의 높이가 바뀌니 클럽이 공의 윗부분을 때렸다. 결과는 토핑, 그리고 물속으로 사라진 공이었다.
골프공은 도망가지 않는다. 도망가는 것은 사람의 마음이다.
공 앞에 서면 우리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한다. 물을 넘겨야 한다. 나무를 피해야 한다. 그린에 올려야 한다. 동반자 앞에서 망신당하면 안 된다. 어제는 잘 맞았는데 오늘 왜 이럴까. 이런 생각들이 몸을 먼저 움직이게 만든다.
그러나 골프공은 그 자리에 있다. 움직이는 것은 마음이고, 흔들리는 것은 몸이다.
힘을 빼고 천천히 스윙하라는 말은 기운 없이 치라는 뜻이 아니다. 스윙을 작게 만들라는 뜻도 아니다. 공을 무서워하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고, 스윙의 순서를 지키라는 뜻이다.
견고한 그립. 흔들리지 않는 왼쪽 축. 유연한 몸통 회전. 서두르지 않는 포워드 스윙. 그리고 끝까지 이어지는 피니시.
이것이 힘을 빼는 스윙의 출발점이다.
골프 스윙에서 힘빼기는 불필요한 힘과 지나친 히팅 욕구를 자제하는 일이다. 견고한 스윙은 적절한 힘과 유연성, 그리고 정신적 여유가 함께 만들어 낸다.
힘을 빼되, 스윙은 죽이지 말아야 한다. 천천히 하되, 끝까지 휘둘러야 한다. 골프공은 도망가지 않는다.
다음 화에서는 골프 스윙의 출발점, 그립핑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파워골프 레슨 제2화
골프 스윙의 출발점, 그립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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