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대구 달서구 대곡동에 자리한 대구수목원은 꽃과 나무가 풍성한 정원이라는 사실보다 그 아래 묻힌 땅의 이력에서 먼저 주목할 만한 곳이다. 지금은 잔디광장과 연못, 습지원과 전통정원이 이어지지만 1986년부터 1990년까지 이곳에는 대구에서 발생한 생활쓰레기 약 410만 톤이 매립됐다.
매립 종료 후 방치됐던 땅은 지하철 건설과 각종 공사 과정에서 나온 흙으로 덮였다. 폐기물층 위에 평균 6~7m의 흙을 쌓고 다시 식물이 뿌리내릴 조경토를 올린 뒤 1997년부터 수목원 조성에 들어가 2002년 5월 시민에게 개방했다.
현재 대구수목원은 약 7만4000평 부지에 1,750여 종의 식물을 보유한 도시형 수목원으로 자리 잡았다. 침엽수원과 활엽수원, 화목원, 약용식물원, 야생초화원 등 21개 식물 구역과 25개 테마정원이 배치됐다.
대구수목원의 강점은 규모만 크거나 식물 종류만 많은 데 있지 않다. 매립지를 자연으로 되돌린 복원 과정과 여러 식물원을 하나의 산책 동선으로 연결한 공간 구성, 입장료 부담 없이 반복해서 찾을 수 있는 접근성이 함께 작동한다.

매립지 위에 흙을 8m 이상 쌓아 숲이 자랄 땅을 만들었다
대구수목원이 들어선 땅에는 한때 생활쓰레기가 약 18m 높이로 쌓였다. 매립이 끝난 뒤에도 곧바로 나무를 심을 수는 없었다.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가스와 침출수를 관리하고 지반을 안정시킨 뒤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층을 별도로 만들어야 했다.
대구시는 지하철 건설과 각종 공사 과정에서 나온 흙 약 159만㎥를 활용해 폐기물층 위를 평균 6~7m 높이로 덮었다. 여기에 다시 2~3m의 조경토를 올려 식물 뿌리가 폐기물층에 직접 닿지 않도록 했다.
1997년 시작된 수목원 조성은 2002년까지 이어졌다. 현재도 지하에서 발생하는 가스를 빼내는 시설과 침출수를 처리하는 관리 체계가 수목원의 기반을 지키고 있다. 눈에 보이는 꽃밭과 숲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지하 관리까지 포함해야 대구수목원의 생태 복원 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1,750종 식물을 21개 구역과 25개 테마정원에 나눠 심었다
대구수목원은 식물을 한 공간에 밀집해 전시하기보다 생태적 성격과 이용 목적에 따라 나눠 배치했다. 침엽수원과 활엽수원에서는 나무의 잎과 수형을 비교할 수 있고 화목원과 야생초화원에서는 계절마다 바뀌는 꽃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약용식물원과 염료식물원은 식물을 경관 요소가 아니라 생활과 산업에 활용해 온 자원으로 읽게 한다. 죽림원과 무궁화원, 철쭉원, 매화원, 양치식물원, 괴석원 등은 식생과 지형, 돌과 물을 서로 다르게 조합한다.
연못과 정자가 어우러진 구간은 대구수목원의 중심적인 휴식 공간이다. 물 가장자리를 따라 나무와 낮은 초화류가 이어지고 연못 안쪽의 작은 섬과 전통 정자가 시선을 잡는다.
습지원과 숲길을 연결하면 정원이 생태 산책로로 바뀐다
대구수목원은 잔디광장과 꽃밭만 둘러보고 돌아서기에는 공간의 폭이 넓다. 수목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키 큰 나무 아래 그늘길과 습지원, 물길 위 목교가 이어지며 입구 주변의 개방적인 정원과 다른 풍경을 만난다.

습지원은 물가에서 자라는 식물과 곤충, 작은 생물의 서식 환경을 관찰하는 공간이다. 수로 양쪽으로 수생식물이 자라고 목교를 건너며 물과 숲을 동시에 볼 수 있다.
가족 방문자는 잔디광장과 연못, 습지원을 중심으로 짧게 걸어도 좋다. 식물 관찰이 목적이라면 침엽수원·활엽수원·약용식물원·야생초화원까지 연결해야 한다. 전체를 천천히 걸으며 실내시설까지 살피려면 2시간 이상 잡는 편이 현실적이다.
온실·분재원·산림문화전시관까지 봐야 식물원의 구성이 완성된다
야외 정원을 충분히 걸었다면 선인장온실과 분재원, 산림문화전시관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온실에는 선인장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이 전시돼 있어 바깥 정원과 생육 환경이 다른 식물의 형태를 비교할 수 있다.

분재원에는 작은 화분 안에서 오랜 시간 수형을 다듬은 분재와 수석이 놓여 있다. 넓은 야외 정원이 숲과 화단의 규모를 보여준다면 분재원은 나무 한 그루의 줄기와 가지를 천천히 관찰하게 한다.
전통정원은 흙마당과 돌담, 좁은 물길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거북 조형물에서 흘러나온 물이 곡선형 수로를 따라 정원 안쪽으로 이어지고 기와를 얹은 담장과 문이 공간을 감싼다.
입장료와 주차비 없이 계절별 정원을 반복해서 찾는다
대구수목원은 입장료를 받지 않아 특정 개화 시기만 기다리지 않고 계절에 따라 반복해 방문하기 좋다. 봄에는 매화와 철쭉, 여름에는 녹음과 수생식물, 가을에는 단풍과 국화, 겨울에는 온실과 나무의 수형이 중심 풍경이 된다.
수목원 주변에는 무료 주차 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국화전시회와 주말, 봄꽃·단풍 시기에는 방문 차량이 몰릴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도시철도 1호선 대곡역을 이용한 뒤 버스나 도보를 연결할 수 있다.
운영시간과 온실·전시관 휴관일은 계절과 시설 관리 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실내시설은 야외 정원과 운영일이 다를 수 있으므로 방문 당일 대구시 수목원 공지나 관리사무소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대구수목원 방문정보
| 위치 | 대구광역시 달서구 화암로 342 |
|---|---|
| 규모 | 약 24만7600㎡·7만4000평 |
| 개장 | 2002년 5월 |
| 보유 식물 | 약 1,750종 |
| 구성 | 21개 식물 구역·25개 테마정원 |
| 입장료 | 무료 |
| 주차 | 무료 주차 공간 운영, 성수기 혼잡 가능 |
| 추천 체류 | 1시간 30분~3시간 |
| 대중교통 | 도시철도 1호선 대곡역에서 버스 또는 도보 연결 |
| 실내시설 | 운영시간과 휴관일 방문 전 확인 |
대구수목원의 방문 이유는 무료로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다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쓰레기가 410만 톤이나 묻혔던 땅에 다시 흙을 쌓고 수십만 그루의 나무와 초화류를 심어 도시 생태공간으로 되돌렸다는 사실이 이 수목원의 풍경을 특별하게 만든다.
잔디광장과 연못에서는 시민의 휴식처가 된 현재를 보고 습지원과 식물원에서는 되살아난 생태를 확인한다. 대구수목원은 꽃구경 명소인 동시에 도시가 훼손된 땅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살아 있는 환경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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