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계곡을 3.5km 걷는다…‘10도나 낮은 온도의 서늘한 산청 대원사계곡길

폭염이 이어지는 8월, 경남 산청 대원사계곡길은 지리산 계류를 곁에 두고 3.5km를 걷는 여름 탐방로다. 유평주차장에서 대원사를 지나 유평마을까지 비교적 완만한 데크와 흙길이 이어지고, 방장산교에는 미세 물안개로 주변 열을 낮추는 쿨링포그 시설도 갖췄다. 계곡과 숲, 천년고찰, 지리산 산촌 풍경을 한 동선에서 만날 수 있어 한여름 가족 트레킹 코스로 활용도가 높다.

산청 대원사계곡의 여름 숲과 계곡을 가로지르는 탐방교 전경
짙은 여름 숲 아래 대원사계곡의 암반과 계류, 탐방교가 한눈에 펼쳐진다. 대원사계곡길은 유평주차장에서 대원사를 거쳐 유평마을까지 약 3.5km 이어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이진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12km 대원사계곡, 유평주차장에서 천년고찰 대원사를 거쳐 유평마을까지 이어지는 왕복 약 3시간 여름 숲길

 

한여름 계곡 여행은 대개 한 지점을 고르는 데서 시작한다. 물이 깊은가, 그늘이 넓은가, 차를 얼마나 가까이 댈 수 있는가를 먼저 따진다.

경남 산청의 대원사계곡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여행할 수 있다.

계곡 옆에 자리를 펴고 하루를 보내는 대신 물길을 따라 3.5km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간다. 출발점인 유평주차장에서 대원사를 지나 유평마을까지, 시야 한쪽에 지리산 계류를 두고 함께 여행한다.

대원사계곡길은 편도 3.5km, 왕복 약 3시간 정도가 걸린다. 2018년 가을 개통됐으며 목재 데크와 자연 흙길을 중심으로 조성해 전체 경사도는 비교적 완만하다.

이 길을 한여름에 다시 봐야 할 이유는 이 길이 품고 있는 풍경에 있다.

대원사계곡 자체가 약 12km에 걸쳐 이어진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중봉과 하봉을 거쳐 뻗어내린 산줄기 곳곳에서 시작된 물이 신밭골, 조개골, 밤밭골 등을 지나며 모이고, 대원사가 자리한 유평리 부근에서 제법 큰 계류가 된다.

3.5km 탐방로는 바로 그 긴 물길의 한가운데를 걷는다.

산청 대원사계곡길 방장산교의 여름 쿨링포그
대원사계곡길 방장산교에서 미세한 물입자를 분사하는 쿨링포그가 가동된다. 산청군은 설비 주변 온도를 최대 10℃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3.5km가 특별한 이유, 계곡이 길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대원사계곡길의 여름 매력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장점은 걷는 동안 물길과 멀어지는 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유평주차장을 출발하면 계곡의 존재가 먼저 귀에 들어온다. 큰 바위 사이로 물이 부딪치면서 만들어내는 소리가 숲 안쪽에서 계속 따라온다.

길을 몇 차례 꺾으면 계곡이 바로 옆으로 붙는다. 다시 데크가 조금 높아지면 발아래 암반과 물길이 내려다보이고, 다리를 건너면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계곡을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같은 물을 따라 걷는데도 풍경이 단조롭지 않다.

넓은 암반 위를 얕게 흐르는 구간이 있는가 하면, 큰 바위 사이가 좁아지면서 물살이 갑자기 빨라지는 곳도 있다. 수면이 잠잠해지는 소에서는 주변 숲의 초록빛이 물에 그대로 내려앉는다.

산청군은 대원사계곡에 선녀탕과 옥녀탕 등의 용소, 세신대와 세심대 등이 이어지며 오랜 세월 물에 씻긴 바위가 밝은 빛을 띤다고 설명한다.

한 지점에 머물러 물을 보는 계곡 여행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3.5km를 걷는 동안 계곡은 계속 모습을 바꾼다.

지리산 대원사계곡길에서 만나는 대원사의 여름 경내
계곡과 숲을 따라 걷던 대원사계곡길은 대원사에 닿으면서 천년고찰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방장산교에 들어서면 물안개가 한 번 더 온도를 낮춘다

여름 대원사계곡길을 이야기할 때 방장산교도 빼놓기 어렵다.

산청군은 이곳에 쿨링포그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해왔다. 깨끗한 물을 특수 노즐을 통해 아주 작은 입자의 물안개로 분사하는 방식이다.

산청군 자료에 따르면 미세한 물입자가 증발하면서 주변 열을 흡수해 주변 온도를 최대 10℃까지 낮추는 효과를 낸다. 입자가 워낙 작아 옷이나 피부가 쉽게 젖지 않는 방식이다.

계곡 옆 숲길 자체가 이미 햇빛을 상당 부분 가려주는데, 방장산교를 지날 때 물안개까지 더해지는 셈이다.

이 숫자는 실제 계곡 전체의 기온이 항상 10℃ 낮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쿨링포그 설비 주변에서 기대할 수 있는 냉각 효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천연 계곡과 숲이 만든 서늘함 위에 사람이 만든 미세 물안개가 한 번 더 더위를 식혀준다.

2km 남짓 걸으면 천년고찰이 숲 사이에서 나타난다

대원사계곡길의 분위기가 크게 한 번 바뀌는 지점은 대원사다.

출발점에서는 계곡과 숲이 여행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안쪽으로 걸어 들어갈수록 사찰의 지붕과 건물이 나무 사이로 나타난다.

대원사는 지리산 동북쪽 자락에 자리한 오래된 사찰이다. 산청군 관광정보는 수덕사 견성암, 울산 석남사와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구니 참선도량으로 소개하고 있다. 현재의 사찰은 한국전쟁 전후의 화재를 거쳐 1950년대 다시 세워졌다.

종교적 목적이 없는 여행자에게도 이 구간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계곡과 사찰 사이에 큰 경계가 없다. 물소리를 들으며 걷다가 사찰 건축물이 나타나고, 대원사를 지나 다시 계곡길로 이어진다. 절을 하나 보고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여행보다 공간의 연결이 자연스럽다.

여름에는 잠시 경내에 머물며 숨을 고른 뒤 유평마을 방향으로 다시 길을 잡을 수 있다.

3.5km 전체를 걷기 부담스러운 가족이라면 대원사를 반환점으로 삼는 방법도 현실적이다. 목적지가 하나로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 이 길의 장점이다.

대원사를 지나면 지리산 산촌으로 풍경이 바뀐다

대원사에서 유평마을 쪽으로 더 들어가면 길의 분위기는 다시 달라진다.

사찰을 찾는 사람의 발길이 조금씩 줄고, 지리산 안쪽으로 들어가는 느낌은 커진다.

대원사계곡길의 종점은 유평마을의 옛 가랑잎초등학교 일대다. 산청군이 2018년 조성한 공식 코스도 유평주차장과 대원사, 유평마을을 하나의 길로 묶었다.

이 구간에서는 계곡만 바라보는 여행에서 산촌을 걷는 여행으로 결이 바뀐다.

길가의 작은 집과 밭, 숲 사이로 난 길이 나타난다. 지리산 깊숙한 곳에도 사람이 생활해 온 시간이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그래서 마지막 구간을 걸을지 여부는 여행의 성격에 따라 정하면 된다.

어린아이와 왔다면 대원사에서 충분히 쉬고 돌아가는 편이 좋다. 성인끼리 걷는 일정이거나 계곡 트레킹 자체가 목적이라면 유평마을까지 가야 3.5km 코스의 이야기가 완성된다.

한여름 7km 왕복, 거리보다 시간 배분이 중요하다

편도 3.5km라는 숫자가 짧아 보여도 왕복하면 7km다.

산청군이 안내하는 예상 시간은 약 3시간이다. 사진을 찍고 대원사에 머물고 계곡을 바라보는 시간을 포함하면 실제 여행시간은 더 길게 잡는 편이 좋다.

여름이라면 출발 시간도 중요하다. 오전 일찍 들어가 대원사 또는 유평마을까지 걷고 더위가 가장 강해지는 오후 초반 전에 돌아오는 일정이 편하다.

그늘이 많은 길이라고 해도 장시간 걷는 동안 땀은 난다. 물과 간단한 간식, 미끄럽지 않은 신발을 챙기는 편이 좋다.

계곡 가장자리의 젖은 암반은 보기보다 미끄럽다. 공식 탐방로를 벗어나 물가 가까이 접근할 때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비가 내리는 날과 비가 그친 직후에는 상황이 더 달라진다. 지리산 계곡은 상류 강수량에 따라 물이 빠르게 불어날 수 있다. 출발지에 비가 적더라도 상류 상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한때 여름 주말 4500명이 찾았다, 걷기 쉬운 지리산의 힘

대원사계곡길은 개통 직후부터 빠르게 알려졌다.

산청군이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 자료를 인용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개통 다음 해 여름에는 주말 평균 약 4500명의 탐방객이 찾았다. 산청군은 넓은 주차장, 완만한 탐방로, 천년고찰 대원사와 계곡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을 인기 요인으로 꼽았다.

이 숫자가 오래된 자료라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현재 방문객 수를 뜻하는 수치는 아니다.

그럼에도 개통 1년 만에 이 정도 이용 수요가 생겼다는 사실은 이 길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지리산이라고 하면 먼저 긴 등산과 큰 고도 차를 떠올리지만 대원사계곡길은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대신 계곡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체력을 시험하기보다 풍경을 오래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길이다.

여름 가족여행에서 이 차이는 크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같은 여행에 참여할 수 있고, 걷다가 부담스러우면 대원사에서 돌아설 수도 있다.

완주가 여행의 성공 조건이 아니다. 얼마만큼 계곡 안으로 들어가고, 어디에서 충분히 시간을 보냈느냐가 더 중요하다.

대원사계곡 하나를 보러 갔다가 산청 하루여행이 된다

대원사계곡은 산청 동남부 지리산 자락에 자리한다.

대전통영고속도로 단성IC에서 시천을 거쳐 들어오거나 산청IC에서 밤머리재를 넘어 접근할 수 있다.

계곡길을 오전에 걸었다면 오후 일정은 성격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

산청 동의보감촌으로 이동해 실내와 야외를 섞거나, 남사예담촌으로 내려가 고택 골목을 걸어도 된다.

아이와 함께라면 산청의 다른 체험시설과 연결하는 편이 좋고, 자연 여행을 이어가고 싶다면 지리산권의 다른 숲과 계곡을 선택할 수 있다.

대원사계곡길의 강점은 여러 가지지만 여름에는 결국 하나로 모인다.

숲과 물이 3.5km 동안 여행자의 곁을 계속 따라온다.

계곡에 도착해 한곳에서 더위를 식히는 여행도 좋다. 대원사계곡에서는 조금 더 걸어볼 이유가 생긴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물살의 모양이 달라지고, 숲의 높이가 달라지고, 어느 순간 사찰이 나타나며 다시 지리산 마을로 이어진다.

폭염이 여행지를 결정하는 계절이라면, 그 3.5km 자체가 목적지가 된다.

여행정보

대원사계곡길

위치: 경남 산청군 삼장면 평촌유평로 453 대원사 일원

코스: 유평주차장 → 대원사 → 유평마을

편도 거리: 약 3.5km

왕복 거리: 약 7km

예상 소요시간: 왕복 약 3시간

난이도: 비교적 완만한 데크와 흙길 중심

이용료: 탐방로 무료

특징: 대원사계곡, 방장산교, 대원사, 유평마을, 지리산 숲길

문의: 지리산국립공원 경남사무소 055-970-1000

여름철에는 집중호우와 지리산 상류 강수량, 탐방로 통제 여부를 출발 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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