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한여름 소백산에서 반드시 비로봉 정상까지 올라야 산을 제대로 본 것은 아니다.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동에서 비로사로 이어지는 길은 정상 산행과 목적이 다르다. 높은 봉우리를 찍는 대신 숲그늘과 계곡 물소리를 따라 천천히 걸어 천년고찰에 닿는 코스다.
삼가동에서 비로사까지는 약 2.1km다. 돌아오는 길까지 합하면 약 4.2km로, 보행 속도와 사찰 관람 시간을 포함해 두 시간 안팎을 잡으면 비교적 여유롭게 다녀올 수 있다.
소백산국립공원은 삼가동을 비로봉으로 오르는 대표 출발지 가운데 하나로 관리한다. 이 길의 장점은 산과 절을 따로 보지 않아도 된다는 데 있다. 숲길을 걷고 계곡을 지나 마지막에는 소백산 비로봉 남쪽 기슭에 자리한 비로사에 닿는다.

정상까지 가지 않아도 소백산 여름 숲을 충분히 걷는다
삼가동은 비로봉으로 올라가는 등산객이 많이 찾는 곳이지만 비로사까지 걷는 사람에게 필요한 체력은 정상 산행과 크게 다르다. 출발점에서 사찰까지 약 2.1km여서 짧은 산책보다는 길지만 하루 산행이라고 부를 정도로 길지는 않다.
이 길을 여름에 주목할 이유는 숲이다. 삼가동 주변을 지나 산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활엽수와 침엽수가 머리 위를 덮으며 햇볕을 가린다. 한낮에도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는 능선 산행과 체감이 다르다.
계곡도 길의 성격을 바꾼다. 수량은 강우에 따라 달라지지만 숲 아래로 흐르는 물소리가 여러 구간에서 들리고, 그늘이 깊어질수록 도로변의 열기가 빠르게 줄어든다.
정상 등정이라는 목표가 없기 때문에 걷는 속도도 달라진다. 가족이나 부모님과 함께라면 벤치와 그늘에서 쉬면서 이동하고 사진을 찍거나 계곡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도 부담이 크지 않다.

삼가동 초반은 데크와 완만한 길, 걷기 난도가 낮다
삼가동에서 비로사 쪽으로 출발하면 야영장과 탐방지원센터 주변을 지나 숲 안으로 들어간다. 삼가탐방지원센터는 영주시 풍기읍 삼가로 509에 있으며 소백산 탐방 프로그램의 집결 장소로도 이용된다.
초반부의 특징은 목재 데크와 완만한 길이다. 길 한쪽은 숲과 계곡, 다른 한쪽은 차량이 오갈 수 있는 도로가 나란히 이어지는 구간이 있어 깊은 산속 등산로와 분위기가 다르다.
목재 난간이 설치된 데크에서는 노면이 비교적 고르고 경사가 크지 않아 보행 속도를 맞추기 쉽다. 다만 무장애 구간이 있다고 해서 삼가동에서 비로사 경내까지 모든 구간이 휠체어나 유모차로 이동 가능한 것은 아니다.
비로사에 가까워질수록 계단과 일반 산길이 나타난다. 교통약자나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실제 현장 노면을 확인하면서 이동 범위를 정하는 것이 좋다.

숲이 깊어지는 중반부터 비로봉 산행과 분위기가 갈린다
데크 구간을 지나면 나무가 촘촘해지고 흙길과 계단이 섞이면서 산속으로 들어왔다는 느낌이 강해진다. 초반보다 산길 느낌은 커지지만 정상까지 이어지는 긴 오르막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 구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갈림길에서는 비로봉 방향과 비로사 방향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 비로봉 쪽으로 들어서면 소백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비로사가 목적이라면 정상 방향으로 길게 올라갈 이유가 없다. 현장 이정표에서 사찰 방향을 확인한 뒤 이동하면 된다.
여름철에는 특히 이 판단이 중요하다. 4.2km 정도의 숲길 산책을 계획했다가 비로봉 방향으로 들어서면 체력과 식수, 장비, 하산 시간을 다시 계산해야 하는 산행으로 바뀐다.

2.1km 끝에는 1340년 역사의 비로사가 있다
숲길의 종착점이 단순한 전망대가 아니라 사찰이라는 점이 이 코스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비로사는 소백산 비로봉 남쪽 기슭에 자리하며 신라 문무왕 20년인 680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랜 세월 동안 사찰의 모습은 여러 차례 바뀌었다. 임진왜란과 화재, 한국전쟁 등을 거치며 건물이 소실됐고 이후 다시 중건됐다. 현재 경내에는 적광전과 나한전, 망월당 등을 비롯한 전각이 자리한다.
비로사의 가치는 건물 연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영주 비로사 석조아미타여래좌상과 석조비로자나불좌상은 국가 지정 보물이다. 두 불상 모두 1989년 4월 10일 보물로 지정됐다.
비로사진공대사보법탑비와 삼가동 석조당간지주도 남아 있어 산책의 마지막에 천년 넘는 불교 문화유산을 직접 만나는 경험이 더해진다.
절은 참배객만의 공간이 아니라 숲길 여행의 쉼터가 된다
비로사에 도착했다고 법당 참배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경내를 조용히 걷고 전각과 석조 문화유산을 살펴보고 소백산 숲과 사찰 건축이 만나는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이 완성된다.
비로사는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로 661-29에 자리하며 관광 안내 기준으로 일출부터 일몰까지 둘러볼 수 있다.
입구 부근에는 영주 삼가동 석조당간지주가 남아 있고 경내에는 진공대사보법탑비 등 역사 유산이 이어진다. 빠르게 사찰 한 바퀴를 돌고 내려오기보다 전각 사이에서 잠시 쉬었다가 돌아가는 편이 이 코스와 잘 맞는다.
가족 구성원의 종교 여부와 관계없이 조용한 산사 공간을 산책하고 문화유산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수행 공간인 만큼 큰소리나 법당 내부의 과도한 촬영은 피하는 것이 좋다.

왕복 4.2km, 두 시간은 걷기보다 머무는 시간을 포함해 잡는다
편도 2.1km를 빠르게 걸으면 사찰까지 40~50분 정도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계곡을 보고 데크에서 쉬고 비로사 경내까지 살펴보려면 왕복 약 두 시간을 잡는 편이 현실적이다.
어린이가 있다면 두 시간을 넘길 수도 있다. 반대로 평소 걷기에 익숙한 성인은 사찰 관람을 짧게 하면 더 빨리 돌아올 수 있다.
신발은 등산화까지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지만 밑창이 미끄러운 샌들이나 슬리퍼는 피하는 편이 낫다. 비가 내린 뒤에는 돌과 목재 데크, 흙길 모두 미끄러워질 수 있다.
한여름에는 그늘이 많아도 물을 준비해야 한다. 숲속이라도 습도가 높으면 땀이 많이 나고 비로사까지 이동한 뒤 같은 거리를 다시 돌아와야 한다.
8월에는 폭염보다 호우와 탐방로 통제를 먼저 확인한다
여름 산에서는 더위만 생각하기 쉽지만 계곡을 끼고 걷는 길에서는 집중호우가 더 중요한 변수다. 기상특보가 내려지면 국립공원 탐방로가 통제될 수 있다.
비가 많이 온 다음 날에는 계곡 수량과 노면 상태도 달라진다. 출발 전 국립공원공단 소백산 실시간 통제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는 짧은 길이라고 준비까지 가볍게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여름 산에서는 거리보다 날씨가 난이도를 더 크게 바꾼다.
삼가동에서 비로사까지 2.1km 안에는 숲과 계곡, 데크와 산길, 문화유산이 차례로 바뀐다. 비로봉 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소백산 안으로 충분히 들어갈 수 있고 숲길 끝에서는 1,300년 넘는 역사를 품은 비로사가 기다린다.
방문 전 핵심정보
코스 삼가동·삼가탐방지원센터 → 숲길 및 데크 구간 → 비로사 방향 갈림길 → 비로사 → 원점 회귀
거리 편도 약 2.1km, 왕복 약 4.2km
권장시간 사찰 관람 포함 약 2시간
삼가탐방지원센터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로 509
비로사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로 661-29
문의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 054-630-0700
주의 호우·태풍 등 기상특보 시 탐방로 통제 가능. 출발 전 실시간 통제정보 확인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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