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만 보고 돌아서기엔 길이 너무 길다…고창 선운사, 도솔천 따라 도솔암까지 이어지는 가족 숲여행

고창 선운사는 대웅전과 동백나무숲만 보고 돌아서기보다 도솔천을 따라 걷는 길까지 함께 봐야 풍경이 완성된다. 선운산도립공원 안에 자리한 사찰에서 숲과 계곡, 전각이 이어지고, 더 걸으면 도솔암·진흥굴·장사송으로 동선이 확장된다. 광복절 연휴 이후에는 한여름 피서보다 걷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가족여행은 경내와 숲길을 어느 선까지 연결할지 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선운산 숲과 바위 능선 아래 자리한 고창 선운사 전경
선운산의 숲과 바위 능선 아래 전각이 낮게 들어앉아 있어 선운사는 산과 사찰을 한 장면으로 보게 만든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여행레저신문 ㅣ 박예슬기자

선운사에 들어가면 절보다 먼저 산이 눈에 들어온다. 전각 뒤로 숲이 솟고 그 위에 바위 능선이 드러난다. 선운사는 선운산도립공원의 숲과 계곡 안에 들어앉은 사찰이라 대웅전 몇 곳만 보고 돌아서기보다 산과 물길까지 함께 봐야 장소의 구조가 보인다.

주차장에서 사찰로 들어가는 길부터 숲이 이어지고 선운사 뒤로 길을 더 올리면 도솔천을 따라 장사송과 진흥굴, 도솔암 방향으로 동선이 확장된다.

이번 여행의 핵심은 선운사를 얼마나 오래 보는지가 아니라 어디까지 걸을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다.

선운사는 입구보다 걸어 들어가는 시간에서 분위기가 먼저 만들어진다

선운산도립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고 바로 대웅전 앞에 서는 구조는 아니다. 관광시설과 숲길을 지나면서 조금씩 사찰 안쪽으로 들어간다.

나무 그늘이 시작되고 주변 소리가 줄면서 이미 선운사 여행이 시작된다.

아이와 부모님을 동반했다면 이 앞부분도 전체 체력에 포함해야 한다. 경내만 생각하고 불편한 신발을 신고 왔다가 도솔천까지 이어가면 발이 먼저 피곤해질 수 있다.

도솔암까지 갈 계획이 없다면 선운사 경내와 계곡 주변에서 시간을 충분히 쓰는 편이 낫다.

선운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고창 선운사 경내와 전각
선운사 경내에 들어서면 전각 너머로 선운산의 암릉과 숲이 크게 올라와 사찰보다 산이 먼저 시선을 붙든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대웅전까지 들어가면 산과 건물이 한꺼번에 커진다

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사다. 오래된 전각과 문화유산이 넓은 마당을 중심으로 낮게 이어진다.

산중 사찰이라고 해도 산이 멀리 배경처럼 붙는 절이 있는 반면 선운사는 산이 경내 바로 뒤까지 밀려온 듯한 느낌이 강하다.

가족과 함께라면 역사 설명부터 길게 시작하기보다 마당에서 산과 건물을 함께 본 뒤 전각 몇 곳을 둘러보는 편이 구조를 이해하기 쉽다.

이후 동백숲과 도솔천 방향으로 이동하면 사찰과 산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동백꽃이 없는 계절에도 동백숲은 꼭 봐야 한다

선운사를 대표하는 검색어 가운데 하나가 동백이다.

대웅전 뒤편 비탈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백나무 군락이 자리한다.

8월에는 붉은 동백꽃이 없지만 잎이 짙어져 숲 자체가 두꺼운 녹색 벽처럼 보인다.

봄에는 꽃이 주인공이고 여름에는 숲의 밀도가 보이는 계절이다. 꽃이 없다고 동백숲을 건너뛸 이유는 없다.

고창 선운사 전각과 배롱나무꽃이 어우러진 여름 풍경
여름 선운사에서는 고색 짙은 목조건물 앞에 배롱나무가 색을 더해 봄 동백과 가을 단풍과는 다른 장면을 만든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여름 선운사의 색은 동백 대신 배롱나무와 짙은 녹음이 만든다

봄 사진만 알고 선운사에 가면 여름 경내는 예상보다 조용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전각 주변에 배롱나무와 초록이 색을 더하며 오래된 목조건물과 선운산의 짙은 녹음이 대비된다.

이 시기에는 유명한 동백 군락 하나만 보기보다 경내 전체 구조를 천천히 보기 편하다.

사진은 전각 정면보다 뒤 산을 함께 넣어야 선운사다운 장면이 살아난다.

도솔천으로 방향을 틀면 사찰여행이 숲여행으로 바뀐다

선운사까지 왔다면 경내만 보고 차량으로 돌아갈지 도솔천을 따라 더 올라갈지를 선택해야 한다.

계곡을 따라 비교적 완만한 숲길이 이어지고 나무가 길 위로 그늘을 만든다.

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목적지를 꼭 도솔암으로 잡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부모님이 피곤하면 도솔천 중간에서 돌아와도 되고 아이가 잘 걷는다면 장사송 방향으로 이어갈 수 있다.

선운사 여행의 체감 난이도는 어디까지 가느냐에서 갈린다

선운사 경내만 본다면 부담이 크지 않다.

도솔암과 마애불 방향으로 연결하면 걷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위 천마봉까지 올라가면 본격적인 산행으로 성격이 바뀐다.

가족여행에서는 선운사 경내·동백숲을 1단계, 도솔천과 장사송 방향을 2단계, 도솔암·마애불 이후를 3단계로 나눠 생각하는 편이 낫다.

고령자나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처음부터 마지막 단계까지 목표로 잡지 않는다.

선운사 경내 석조물과 뒤편 선운산 암릉 풍경
경내 곳곳에서는 오래된 석조물과 전각 뒤로 선운산 암릉이 겹치며 선운사가 산속 깊이 자리한 절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장사송까지 가면 오래된 절보다 더 오래된 시간이 나타난다

도솔암 방향 길에서 만나는 장사송은 약 600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큰 소나무다.

진흥굴 바로 앞에 자리하며 줄기가 여러 갈래로 갈라져 부챗살처럼 퍼진 형태가 특징이다.

이곳까지 왔다면 큰 나무 하나만 보고 돌아서기보다 진흥굴과 도솔암 방향 산길을 함께 살펴보는 편이 낫다.

아이에게는 문화유산 번호보다 몇백 년 동안 이 길을 지켜본 나무라고 설명하는 편이 훨씬 쉽게 다가간다.

도솔암부터는 절보다 산을 보러 가는 느낌이 커진다

도솔암 쪽으로 깊이 들어가면 바위와 굴, 계곡의 비중이 커진다.

마애불과 진흥굴, 용문굴, 천마봉 등 선운산의 지형이 가까워진다.

이 구간부터는 단순 사찰 산책보다 트레킹에 가까워진다.

등산을 좋아하는 가족이라면 이어갈 수 있지만 어린아이와 고령자가 있다면 선운사나 장사송 구간에서 반환해도 충분하다.

선운산도립공원과 고창 선운사 진입부 풍경
선운산도립공원 진입부에서부터 숲길이 시작돼 선운사는 주차장에서 전각까지 가는 과정 자체가 여행 동선이 된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선운산은 사찰 배경이 아니라 세계지질공원의 일부이기도 하다

선운산 능선에는 숲 사이로 바위가 자주 드러난다.

이 일대는 전북 서해안 지질공원의 일부이며 천마봉과 도솔암 마애봉, 진흥굴 같은 지질명소가 있다.

그래서 선운사를 사찰 하나로만 보면 장소의 절반을 놓치게 된다.

전각 뒤 바위 능선과 도솔암 주변 굴·절벽을 함께 보면 사찰과 산이 왜 한 여행코스로 묶이는지 이해하기 쉽다.

선운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선운사 전각과 넓은 마당
선운사는 여름의 짙은 녹음에서 가을 단풍까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산과 전각의 대비가 크게 달라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가을 단풍과 꽃무릇만 기다리면 지금의 숲을 놓친다

선운사는 봄 동백과 가을 단풍, 꽃무릇으로 많이 검색된다.

하지만 8월 하순으로 넘어가는 지금은 꽃의 절정보다 숲길이 다시 길어지는 시기다.

주차장에서 선운사까지 걷고 경내에서 한 번 쉬고 다시 도솔천으로 들어가면 걷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다.

한여름 피서지에서 초가을 산책지로 여행의 성격이 바뀌는 시기에 잘 맞는 코스다.

부모님과 아이가 함께라면 반환점을 먼저 정한다

가족 모두가 도솔암까지 갈 필요는 없다.

평소 걷는 시간이 짧은 부모님이 있다면 선운사 경내와 도솔천 초반까지만 보는 편이 낫다.

아이가 걷는 것을 좋아하면 장사송까지 늘리고 도솔암 이후 마애불·천마봉은 별도 트레킹으로 생각한다.

많이 보는 것보다 일행의 가장 느린 사람에게 반환점을 맞추는 편이 선운사를 끝까지 편하게 보는 방법이다.

여행정보

장소 고창 선운사

주소 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

기본 동선 선운산도립공원 주차장 → 숲길 → 선운사 → 대웅전·동백나무숲 → 도솔천

확장 동선 선운사 → 도솔천 → 진흥굴 → 장사송 → 도솔암

체류시간 경내 중심 1~2시간, 도솔천과 도솔암까지 연결하면 반나절 권장

난이도 선운사 경내는 비교적 편안하며 도솔암 방향으로 갈수록 걷는 시간과 체력 부담이 커진다.

아이 동행 도솔천 초반을 기본으로 하고 걷는 상태에 따라 장사송까지 연장

부모님 동행 도솔암 완주보다 경내·동백숲·도솔천 중심으로 반환점 설정

주차 선운산도립공원·선운사 주변 주차시설 이용

대중교통 고창~선운사 버스 운행, 방문일 최신 시간표 확인

주요 볼거리 대웅전, 동백나무숲, 도솔천, 진흥굴, 장사송, 도솔암

추천 시간 8월은 오전 일찍 또는 늦은 오후, 도솔암까지 갈 경우 오전 출발

준비물 운동화, 물, 모자, 도솔암까지 갈 경우 가벼운 트레킹 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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