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한 마리에 7억6000만원…아부다비 경매서 ‘초백색 흰매’ 역대 최고가

미국산 순수 혈통 흰매 210만디르함 낙찰…아랍의 매사냥 문화와 48만명이 찾은 ADIHEX의 세계

미국산 순수 혈통 흰매 210만디르함 낙찰…아랍의 매사냥 문화와 48만명이 찾은 ADIHEX의 세계

자동차도 집도 아니다. 아부다비에서 흰매 한 마리가 210만디르함, 약 57만1000달러에 팔렸다. 우리 돈으로 약 7억6000만원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매 경매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이다.

기록은 지난 6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막을 내린 ‘2026 아부다비 국제 사냥 및 승마 박람회(ADIHEX)’ 마지막 매 경매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미국에서 들여온 ‘Gyr Pure Ultra White’. 국내에서는 흰매(Falco rusticolus)로 불리는 종 가운데 희귀한 흰색 깃털과 순수 혈통을 가진 개체다. 입찰 경쟁 끝에 최종 낙찰가는 210만디르함까지 올라갔다.

불과 며칠 만에 다시 깨진 최고가

이번 기록은 불과 며칠 전 세워진 행사 최고가를 다시 넘어선 것이다. 8월 29일 같은 ADIHEX 경매에서 ‘Qarmoosha Pure Ultra White’ 한 마리가 150만디르함, 약 40만8000달러에 팔렸다. 마지막 경매에서 210만디르함짜리 흰매가 등장하면서 기록은 다시 40% 뛰었다.

초백색 흰매는 희귀한 깃털 색과 혈통, 외형 때문에 걸프 지역의 매사냥꾼과 육종가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ADIHEX 측도 이번 개체를 올해 경매에서 가장 주목받은 매 가운데 하나로 소개했다.

210만디르함에 낙찰된 Gyr Pure Ultra White 흰매
210만디르함(약 57만1000달러)에 낙찰돼 매 경매 세계 최고가를 기록한 ‘Gyr Pure Ultra White’ 흰매. 사진=AETOSWire/ADIHEX

왜 매 한 마리에 수억원을 지불할까

한국인의 눈에는 낯선 가격이지만 걸프 지역에서 매는 단순한 맹금류가 아니다. 사막에서 살아온 베두인에게 매사냥은 오랫동안 사냥과 생존을 위한 기술이었고, 세대를 거치며 전통과 스포츠, 사회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매사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단순한 사냥을 넘어 사람과 자연의 관계, 공동체의 전승 문화를 보여주는 전통으로 평가된다.

걸프 지역에서는 좋은 매를 선별하고 번식시키고 훈련하는 일 자체가 하나의 산업이다. 혈통과 체격, 비행 능력, 깃털 색과 외형에 따라 가치가 크게 달라진다. 특히 희귀한 백색 계열 개체는 국제 경매에서도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71개국 2405개 업체가 모인 ADIHEX

7억6000만원짜리 흰매가 등장한 무대인 ADIHEX는 단순한 매 경매장이 아니다. 아랍권을 대표하는 사냥·승마·아웃도어·전통문화 종합박람회다.

올해 행사는 8월 28일부터 9월 6일까지 아부다비 ADNEC센터에서 열렸다. 71개국에서 2405개 업체와 브랜드가 참가했고 전시면적은 10만7000㎡에 달했다. 공식 집계 기준 관람객은 48만명을 넘어섰다.

전시장에는 매사냥을 비롯해 승마와 낙타, 살루키 사냥개, 사냥·사파리 여행, 캠핑과 아웃도어 장비, RV·카라반, 낚시와 해양레저, 수의학, 환경·문화유산 보전, 전통공예 분야가 한데 들어선다. UAE의 전통생활문화와 현대 레저산업을 하나의 대형 전시장 안에 펼쳐놓은 셈이다.

아부다비 ADIHEX 박람회 전시장 전경
매사냥과 승마, 전통문화, 아웃도어 분야가 한자리에 모이는 ADIHEX. 참고사진: 여행레저신문

박람회의 하이라이트, 살아 있는 매 경매

그중에서도 매 경매는 ADIHEX를 상징하는 프로그램이다. 출품되는 매는 사전에 평가와 검사를 거치고, 입찰자들은 개체의 혈통과 외형 등 정보를 확인한 뒤 현장 또는 온라인으로 입찰한다.

올해는 박람회 개막 전인 8월 15·16일과 22·23일에 사전 경매가 열렸고, 박람회 기간에는 8월 29·30일과 9월 5·6일에 경매가 이어졌다. 매사냥꾼과 육종가, 수집가, 애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좋은 개체를 직접 확인하고 거래한다.

ADIHEX 매사냥 전시 구역과 관람객
ADIHEX에서는 매와 매사냥 문화, 육종과 관련 산업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참고사진: 여행레저신문

매부터 낙타·살루키·카라반까지

일반 관람객에게도 볼거리가 많다. 매사냥과 승마 시연, 낙타와 살루키를 비롯한 아랍 전통 동물문화, 사막용 차량과 캠핑 장비, 사파리 상품, 낚시와 해양레저, 전통공예가 이어진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2003년 시작된 ADIHEX는 에미리트 매사냥꾼 클럽과 ADNEC 그룹을 중심으로 성장해왔다. 전통을 보존하는 행사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관광과 레저, 육종, 장비, 문화산업까지 연결하는 국제 박람회가 됐다.

아부다비에서 7억6000만원짜리 흰매가 탄생한 것은 우연한 경매 기록이 아니다. 사막에서 수천 년 이어져 온 매사냥을 문화유산으로 지키면서 동시에 현대적인 산업과 관광 콘텐츠로 키워온 ADIHEX라는 거대한 무대가 그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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