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항공서비스 평가는 ‘우수’, 지연·결항 속 승객 불안은 여전

국토교통부 항공서비스 평가는 주요 항공사와 공항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공항 현장에서 승객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지연과 결항, 보상 불만은 반복되는데 평가는 여전히 우수하다는 점에서 평가 방식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 캐나다는 공개와 보상 중심으로 항공사 책임을 묻고 있는 만큼, 한국도 등급 발표를 넘어 실질적 제도 손질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항공 지연과 결항으로 불안해하는 승객과 공항 전광판, 정비 중인 항공기를 담은 기사 대표 이미지
국토부 항공서비스 평가는 우수하지만, 승객이 체감하는 지연·결항과 불안은 여전하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연쇄 지연과 보상 불만은 이어지는데 높은 등급만 반복… 평가 방식 손질 필요

이만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항공서비스 평가 결과를 보면 국내 주요 항공사와 공항은 대체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겉으로만 보면 한국 항공서비스 수준은 상당히 우수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승객이 공항에서 겪는 현실은 다르다. 지연과 결항은 반복되고, 보상과 안내에 대한 불만도 끊이지 않는다. 평가는 우수한데 승객 불안이 줄지 않는다면, 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평가의 가장 큰 한계는 승객 불편의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한다는 데 있다. 항공편이 제시간에 도착했는지, 서비스 항목 점수가 몇 점인지 따지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승객이 실제로 겪는 문제는 평균 점수표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항공기 한 대에 문제가 생기면 그 여파로 여러 노선이 줄줄이 밀리고, 하루 일정이 통째로 흔들리는 일이 반복된다. 출장도, 여행도, 환승도 한 번 꼬이면 돌이키기 어렵다. 승객이 불안한 이유는 바로 이런 연쇄 지연과 갑작스러운 결항 때문이다.

특히 저비용 항공사에서 이런 문제가 더 자주 나타난다. 항공기 가동률을 높게 유지하다 보니 예비 기재가 넉넉하지 않고, 정비 여력도 빠듯한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에서는 항공기 한 대만 멈춰도 그날 운항 계획 전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첫 비행이 지연되면 다음 비행도 밀리고, 뒤이은 노선까지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현재 평가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깊이 따지기보다 개별 지연 건수로 나눠 집계하는 데 그친다. 항공사의 무리한 운항 편성이나 예비 기재 부족, 정비 인력 문제까지 제대로 평가에 반영되지 않으니, 점수는 관리돼도 승객 불안은 줄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금 평가 결과는 발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점수가 조금 낮다고 해서 항공사 경영에 즉시 타격이 가는 구조도 아니다. 상습 지연이 이어져도 슬롯 배분이나 운수권 심사에서 얼마나 불이익이 있는지 승객이 체감할 만큼 분명하지 않다. 결국 항공사 입장에서는 정비 인력 확충이나 예비 기재 확보 같은 비용 부담이 큰 투자보다 외형 관리와 점수 관리에 더 익숙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평가는 있어도 개선은 더디다.

미국과 유럽 등 항공 선진국들은 이미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교통부는 항공사별 정시 운항, 수하물 사고, 소비자 불만, 탑승 거부 사례 등을 정기적으로 공개한다. 최근 항공소비자보고서 역시 항공편 지연, 수하물, 소비자 불만, 탑승 거부 통계를 함께 공개하고 있다. 미국의 핵심은 좋은 평가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 운항 기록과 소비자 불만을 시장에 그대로 드러내는 데 있다.

유럽은 더 엄격하다. 유럽연합의 항공 승객 권리 규정은 취소, 탑승 거부, 장시간 지연이 발생했을 때 일정 요건 아래 항공사에 보상과 지원 의무를 부과한다. 항공편 거리에 따라 보상액은 250유로, 400유로, 600유로로 나뉘고, 환불이나 대체편 제공, 대기 중 식음료와 숙박 지원까지 포함된다. 영국 민간항공청도 도착 지연이 3시간 이상인 경우 등을 포함해 승객 보상과 지원 체계를 별도로 안내하고 있다.

캐나다도 항공사 책임이 있는 지연과 결항에 대해 재예약, 환불, 보상 기준을 제도화하고 있다. 캐나다 교통청은 항공사 통제 범위 안의 비안전 사유 지연·결항에 대해 상황에 따라 보상과 대체편 제공, 환불 의무가 발생한다고 안내한다. 북미와 유럽의 방향은 분명하다. 지연과 결항을 단순한 평가 항목으로 보지 않고, 승객 권리의 문제로 보고 항공사가 실제 책임을 지도록 만드는 것이다.

반면 한국은 아직도 평가와 권고 중심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항공사와 공항에 높은 등급을 매기는 것으로는 승객 불편을 줄이기 어렵다. 승객이 항공권을 살 때 해당 노선의 최근 지연 이력과 항공사의 서비스 실적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하고, 상습 지연이나 반복적인 결항이 나타나는 항공사에는 실질적인 불이익이 따라야 한다. 그래야 항공사가 점수 관리가 아니라 운항 안정성과 정비 역량 강화에 돈을 쓰게 된다.

공항 평가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스마트 서비스나 자동화 설비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진짜 공항 경쟁력은 문제가 생겼을 때 드러난다. 대규모 지연이 발생했을 때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안내하는지, 교통약자와 환승객을 얼마나 세심하게 지원하는지, 현장 인력이 얼마나 숙련되게 대응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시설이 좋아도 현장 대응이 부족하면 승객에게 남는 것은 불편과 피로뿐이다.

국토부는 이제 판단해야 한다. 항공서비스 평가를 지금처럼 등급 발표에 그치게 둘 것인지, 아니면 지연과 결항이 잦은 항공사에 대해 슬롯 배분과 운수권, 소비자 보상 기준에 실제 불이익이 가도록 제도를 손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항공서비스 평가는 보기 좋은 성적표가 아니라 승객 불편을 줄이는 기준이 돼야 한다. 높은 점수가 반복되는데도 승객 불안이 계속된다면, 손봐야 할 것은 현장이 아니라 평가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