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낚시성 제목은 더 이상 연예·스포츠 기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 기사에서는 진영을 자극하고, 경제 기사에서는 불안을 키우며, 사회 기사에서는 분노를 팔아 클릭을 만든다. 몇 년 전부터 반복돼 온 이 방식은 이제 하나의 보도 관행처럼 굳어졌다.

문제는 이런 제목 장사가 여행·관광 분야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행 기사는 독자의 일정과 비용, 업계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숫자 하나, 제목 한 줄이 소비자의 선택과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 그만큼 더 정확해야 하는 분야다.

그런데 최근 한 매체는 “일본도 제쳤습니다”… 한국인 439만 명 선택한 해외여행 1위 국가는?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제목은 명백한 낚시성 가짜 제목이다.

중국여행 가짜뉴스 논란과 낚시성 제목을 상징하는 미디어 비평 이미지
‘한국인 439만명’ 제목 논란…여행 통계 왜곡과 낚시성 기사 문제를 짚는 미디어 비평

‘한국인 439만명’이라는 숫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기사 본문을 읽어보면 해당 숫자는 “2026년 1분기 한중 노선 승객은 439만 명”이라고 설명돼 있다. 즉 439만 명은 한국인 중국 관광객 숫자가 아니다. 한국과 중국을 오간 항공 노선 전체 이용객 수다. 여기에는 한국인 방중객뿐 아니라 중국인 방한객, 출장·유학·친지 방문객, 환승 수요까지 모두 포함된다.

그런데 제목에서는 이 숫자가 갑자기 “한국인 439만 명이 선택한 해외여행지”로 바뀐다. 본문에서는 ‘한중 노선 승객’이던 숫자가 제목에서는 ‘한국인 중국 관광객’처럼 둔갑한 셈이다. 독자는 제목만 보고 당연히 “한국인 439만 명이 중국을 여행했고, 중국이 일본을 제쳤구나”라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런 통계는 기사 안에도 없다.

본문과 제목이 서로 다른 기사

기사 후반부는 항공 노선 확대, LCC 진출, 무비자 정책, MZ세대 유입, 상하이·청두 여행 증가 같은 중국 여행 회복론으로 흘러간다. 그런 분석 자체는 쓸 수 있다. 중국 여행 수요가 일부 회복되고 있다는 흐름도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것과 “한국인 439만 명이 중국을 선택했다”는 제목은 전혀 다른 문제다.

없는 숫자를 제목으로 만들어 클릭을 끌어오는 방식은 정보 전달이 아니라 낚시에 가깝다. 여행·관광 기사에서 이런 제목 장사가 반복되면 독자는 숫자를 믿지 않게 되고, 업계 역시 잘못된 분위기에 흔들릴 수 있다.

중국 여행 회복론, 숫자보다 현실을 봐야

여행사 예약률도 특정 기간, 특정 상품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일부 패키지 상품이 늘었다고 전체 해외여행 트렌드가 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국 주요 관광지는 내국인 관광객으로 포화 상태인 곳이 많고, 획일적 개발과 지역 특색 약화, 개별 자유여행 환경 문제 등도 함께 검토해야 할 요소다.

‘한중 노선 승객 439만 명’은 ‘한국인 439만 명 중국 여행’이 아니다. 이 둘을 바꿔 쓰는 순간 기사는 정보가 아니라 낚시가 된다. 여행·관광 보도일수록 숫자를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하는 이유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낚시성 가짜 제목 기사가 버젓이 구글 추천 뉴스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제목과 본문의 숫자가 다른 기사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채 추천 영역에 올리는 현실은, AX 시대의 첨병을 자임하는 뉴스 플랫폼의 민낯을 보여준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런 오류가 반복된다면 추천 알고리즘이 정확성보다 클릭 반응에 더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피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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