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이진 기자
하동 악양면 평사리 동정호가 경상남도 제3호 지방정원으로 공식 등록됐다. 거창창포원과 월아산 숲속의 진주에 이어 경남에서 세 번째다. 지방정원은 단순히 꽃과 나무를 심은 공원이 아니다. 면적 10만㎡ 이상과 녹지 비율 40% 이상을 확보하고 주차장·화장실·휴게시설, 전담 관리조직과 관련 조례까지 갖춰야 등록할 수 있다.
동정호의 경쟁력은 새로 만든 조경시설보다 기존 지형에서 출발한다. 섬진강 지류인 악양천의 범람으로 형성된 배후습지성 호수와 평사리 들판, 지리산 자락이 하나의 풍경으로 이어진다. 호수 주변에는 왕버들숲과 습지식물, 전통 누각, 수상 산책교, 계절 꽃길이 놓여 있어 평탄한 길을 따라 자연과 정원을 함께 살필 수 있다.
이곳은 시설을 빠르게 소비하는 관광지보다 수변과 들판의 변화를 천천히 걷는 공간에 가깝다. 호수를 중심으로 전통과 문학, 차 문화와 습지 생태가 이어지며 아이와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도 체력에 맞춰 동선을 조절할 수 있다.

까다로운 기준 통과한 경남 세 번째 지방정원
지방정원 등록은 경관이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정원 면적과 녹지 비율뿐 아니라 방문객을 위한 주차·화장실·휴게 공간, 지속적인 관리를 맡을 조직과 제도적 기반이 함께 요구된다. 동정호는 이 같은 물리적·행정적 요건을 충족해 경남 제3호 지방정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등록의 의미는 명칭이 바뀌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존 생태공원을 지방정부가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관리해야 할 공공정원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방문객이 늘더라도 습지와 수생식물 군락을 무리하게 훼손하지 않고 탐방로와 휴식 공간을 일정한 기준으로 유지해야 한다.
하동군은 동정호의 생태와 지역문화를 반영해 전통·문화정원, 토지와 꽃 정원, 왕버들숲정원, 녹차정원, 습지정원, 맞이정원, 호수정원 등 성격이 다른 공간을 조성해 왔다. 한 장소에서 전통·문학·차 문화·습지 생태를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이 일반적인 호수공원과 다르다.
정원은 하나의 중심 시설을 보는 구조가 아니다. 호수를 따라 이동하면서 왕버들 그늘과 꽃길, 누각과 습지를 차례로 만나는 방식이다. 체류시간과 계절에 따라 중심 풍경을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

섬진강 범람이 만든 배후습지, 정원의 중심은 자연이다
동정호는 악양천과 섬진강 물길의 영향을 받아 형성된 배후습지성 호수다. 배후습지는 큰 강 주변의 낮은 지대에 물이 머물며 만들어진 습지로 논과 하천, 산지의 생태계를 연결하는 완충지 역할을 한다.
호수 주변을 걷다 보면 인공적으로 반듯하게 정리된 정원과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수면에는 수생식물이 넓게 퍼지고 물가에는 키가 다른 풀과 나무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계절과 수위에 따라 수면의 모양과 식생 범위도 달라진다.
동정호가 지방정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이런 습지의 원형을 완전히 지우지 않고 산책로와 테마정원을 더했다는 데 있다. 정원을 새로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배후습지를 중심에 놓았다는 점이 장소의 정체성을 만든다.
아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꽃이나 포토존만 찾기보다 물가 식물과 논, 하천, 산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관찰해볼 만하다. 평사리 들판의 농업경관까지 시야에 들어와 자연생태와 사람의 생활공간을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다.

‘토지’의 평사리와 하동 차 문화가 정원으로 이어진다
동정호는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로 알려진 평사리와 인접해 있다. 호수 주변의 들판과 산자락, 마을 풍경은 작품 속 공간을 이해하는 배경이 된다. 지방정원 안에 토지와 꽃 정원이 마련된 이유도 이 같은 문학적 맥락과 연결된다.
정원 한쪽에는 하동을 상징하는 차 문화를 반영한 녹차정원이 조성됐다. 화개와 악양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차 재배의 역사와 하동의 지역성을 호수공원 안에서 가볍게 접할 수 있다.
전통·문화정원과 악양루에서는 평사리의 농촌경관을 바라볼 수 있다. 전통 누각의 형태와 지리산 능선, 습지 수면이 겹치면서 동정호의 지역성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구성은 특정 계절의 꽃에만 의존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꽃이 적은 시기에도 습지와 들판, 왕버들, 전통 누각이 남아 있어 계절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둘러볼 수 있다.

왕버들숲과 호수 산책로, 가족도 부담 적은 동선
동정호는 높은 산을 오르거나 긴 트레킹을 해야 하는 여행지가 아니다. 호수 주변의 산책로와 데크를 따라 이동하는 평지 중심 코스여서 아이와 어르신을 동반한 가족도 비교적 부담이 적다.
호수를 중심으로 악양루, 왕버들숲, 하트 조형물, 수상 산책교, 꽃길과 포토존이 이어진다. 모든 지점을 빠짐없이 돌아야 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체력과 날씨에 따라 구간을 줄이기 쉽다.
왕버들숲은 여름 동정호에서 중요한 쉼터다. 나무 그늘이 넓게 형성돼 햇볕을 피할 수 있지만 호수 주변 전체가 그늘인 것은 아니다. 한낮에는 노출 구간이 덥기 때문에 모자와 생수, 양산을 준비하는 편이 좋다.
유아차나 휠체어를 이용한다면 데크와 포장 상태, 공사·통제 구간을 현장에서 먼저 확인해야 한다. 습지 가장자리의 흙길이나 비포장 구간은 비가 내린 뒤 물러질 수 있다.

계절 꽃보다 오래 남는 것은 호수와 들판의 변화
동정호를 알린 대표 장면은 붉은 하트 조형물과 수국길이다. 호수에 비친 하트와 지리산 능선을 함께 담을 수 있어 사진 촬영 지점으로 인기가 높다.
초여름부터 여름까지는 수국이 수변 산책로의 분위기를 바꾼다. 다만 개화 상태는 해마다 기온과 강수량에 따라 달라진다. 수국만을 목적으로 장거리 이동하기보다 호수 산책과 평사리 여행을 중심에 두는 편이 만족도가 높다.
가을에는 꽃보다 들판과 습지의 색이 중요해진다. 평사리 들녘이 황금빛으로 변하고 호수 주변 풀과 나무도 여름과 다른 색을 띤다. 겨울과 이른 봄에는 왕버들의 가지와 습지의 형태, 지리산 능선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동정호는 특정 포토존보다 수면과 들판이 바뀌는 과정을 보는 여행지에 가깝다. 같은 산책로를 걸어도 계절과 시간, 날씨에 따라 사진의 중심이 달라진다.
최참판댁·평사리 들판과 묶어야 하동 여행이 완성된다
동정호만 둘러보는 데에는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사진 촬영과 휴식을 길게 하거나 테마정원을 세세히 살펴보면 2시간 정도를 잡는 편이 여유롭다.
가장 자연스러운 연계 장소는 평사리 최참판댁이다. 동정호에서 수변과 들판을 먼저 본 뒤 최참판댁으로 이동하면 『토지』의 문학적 배경과 악양 들판의 지형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시간이 더 있다면 평사리 부부송과 섬진강변, 화개장터나 하동 야생차박물관까지 이어갈 수 있다. 다만 악양과 화개는 이동거리가 있으므로 하루 일정에서 방문지를 지나치게 많이 넣기보다 동정호·평사리와 화개권을 구분하는 편이 낫다.
동정호의 장점은 시설을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호수와 습지, 들판을 걸으며 하동의 생태와 문화를 함께 보는 데 있다. 지방정원 등록으로 관리 수준이 높아질 가능성은 커졌지만 습지의 가치는 방문객이 정해진 길을 지키고 식생을 훼손하지 않을 때 유지된다.
하동 동정호 여행정보
장소명 악양 동정호 지방정원
위치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일원
등록 현황 2026년 경상남도 제3호 지방정원
주요 공간 전통·문화정원, 토지와 꽃 정원, 왕버들숲정원, 녹차정원, 습지정원, 맞이정원, 호수정원
관람시간 약 1시간~1시간 30분, 여유 있게 약 2시간
추천 시간 여름은 오전 또는 오후 늦게, 가을 들판 조망은 오후
준비물 운동화, 생수, 모자 또는 양산, 벌레 기피제
주의사항 습지와 수생식물 구역 진입 금지, 비 온 뒤 데크와 흙길 미끄럼 주의
연계 여행지 평사리 최참판댁, 평사리 부부송, 섬진강변
운영 확인 운영시간과 프로그램, 주차·입장 정책은 방문 전 하동군 공식 안내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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