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빙계계곡 한여름에도 찬바람이 흐르는 천연기념물 얼음골

의성 빙계계곡은 한여름 바깥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어도 바위틈에서 냉기가 흘러나오는 천연기념물 얼음골이다. 약 2km 탐방로에 빙혈과 풍혈이 이어지고, 쌍계천의 맑은 물과 빙산사지 오층석탑까지 한 동선에서 만난다. 다만 ‘항상 4도 이하’처럼 단정하기보다 바위 구조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현상으로 이해해야 하며, 물놀이는 지정 구역과 현장 통제를 따라야 한다.

의성 빙계계곡의 맑은 물과 거대한 바위가 이어지는 여름 풍경
거대한 바위와 숲 사이로 쌍계천 물길이 이어지는 의성 빙계계곡.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여행레저신문 ㅣ 박예슬 기자

의성 빙계계곡은 경북 의성군 춘산면 빙계리에 자리한 천연기념물 얼음골이다. 거대한 암괴가 쌓인 산비탈과 쌍계천 사이에서 여름에는 차가운 공기가, 겨울에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가 흐르는 풍혈 현상이 나타난다.

계곡과 등산로를 따라 약 2km 구간에 크고 작은 빙혈과 풍혈이 이어지며 2011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최근에는 바깥기온이 38도까지 오른 날에도 빙혈 앞에서 겨울 같은 냉기가 느껴졌다는 현장 소식이 전해지며 여름 피서지로 다시 주목받았다.

다만 빙혈 내부가 언제나 정확히 4도 이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기온과 습도, 암괴층 내부의 공기 흐름에 따라 체감과 측정값이 달라지는 자연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

의성 빙계계곡 절벽 아래 형성된 깊은 계곡물
깎아지른 암벽과 깊은 물웅덩이가 어우러진 빙계계곡 협곡. 이미지=여행레저신문

38도 폭염 속 바위틈에서 냉기가 흐르는 이유

빙계계곡의 차가운 바람은 냉방장치가 아니라 암괴층 내부에 저장된 찬 공기가 이동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계곡 일대에는 갈라진 암석과 거대한 돌이 겹겹이 쌓여 있고 돌 사이에는 공기와 지하수가 흐를 수 있는 빈 공간이 형성돼 있다.

겨울에 차가워진 공기는 무거워 아래쪽 암괴층에 머문다. 두꺼운 돌무더기는 외부의 더운 공기를 막는 단열층 역할을 하고 여름이 되면 내부에 저장된 찬 공기가 낮은 곳의 틈으로 천천히 빠져나온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하고 습한 외부 공기가 만나면 물방울이 맺히고 조건이 맞는 일부 지점에서는 얼음이 생긴다. 빙혈은 차가운 공기와 얼음이 관찰되는 구멍을 가리키며 풍혈은 바위틈에서 공기가 드나드는 현상을 포괄한다.

겨울에는 바위층 내부가 외부보다 상대적으로 따뜻해 온풍처럼 느껴진다. 최근에는 기존에 공식 보고되지 않았던 온혈 지대까지 확인돼 빙계계곡이 냉혈과 온혈이 함께 나타나는 복합 지질현상 연구지로 주목받고 있다.

의성 빙계리 얼음골 빙혈 입구와 지질공원 안내판
한여름에도 찬 공기가 흘러나오는 의성 빙계리 얼음골의 빙혈 입구.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약 2km 탐방로에서 만나는 빙혈과 풍혈

빙계계곡의 핵심은 건물 형태로 정비된 빙혈 한 곳만 보는 데 있지 않다. 등산로와 계곡 주변 약 2km 구간에 크고 작은 바람구멍이 분포하며 걷는 동안 바위 주변의 공기와 온도가 달라지는 지점을 만날 수 있다.

대표 빙혈 앞에서는 입구 가까이 손을 내밀거나 얼굴을 향해 흐르는 찬 공기를 체감할 수 있다. 방문객이 좁은 입구 앞에서 오래 머물면 통행이 막힐 수 있어 냉기를 확인한 뒤 다음 방문객에게 자리를 비워주는 편이 좋다.

빙혈 안쪽은 관광용 냉방실이 아니라 자연동굴과 암괴층이 이어지는 지질유산이다. 보호시설을 넘어가거나 바위 사이로 무리하게 들어가서는 안 된다.

안내도에 표시된 풍혈과 인암, 계곡 전망 구간을 함께 걸으면 빙계팔경과 얼음골의 지형을 이해하기 쉽다. 비가 내린 뒤에는 젖은 돌과 이끼가 미끄러우므로 난간과 정식 탐방로를 이용해야 한다.

의성 빙계계곡 쌍계천과 휴식공간 항공 전경
쌍계천이 휘돌아 흐르는 빙계계곡의 수변 휴식공간. 이미지=여행레저신문

계곡 물놀이는 지정 구역만 이용해야 한다

빙계계곡의 쌍계천은 물이 맑고 일부 구간의 수심이 얕아 여름 가족 피서지로 이용된다. 성수기에는 안전요원이 관리하는 지정 물놀이 구역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계곡 전체가 물놀이장으로 개방되는 것은 아니다. 깊은 소와 절벽 아래, 큰 바위가 모인 구간은 수심과 유속을 눈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아이와 함께할 때는 지정된 구역을 이용하고 보호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계속 지켜봐야 한다. 튜브나 구명조끼를 착용해도 바닥 돌과 물살 때문에 균형을 잃을 수 있다.

집중호우 때는 상류의 빗물이 한꺼번에 내려와 계곡 수위가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 현장 방송과 통제선을 따르고 비가 그친 직후에도 물에 들어가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의성 빙계계곡의 무지개 다리와 계곡물
빙계계곡 탐방 구간을 연결하는 다리와 여름 계곡 풍경.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여름에도 얇은 겉옷이 필요한 곳

빙혈 앞에서는 바깥과 체감온도 차이가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땀에 젖은 상태에서 오래 머물면 몸이 빠르게 식을 수 있어 얇은 바람막이나 긴소매 겉옷을 준비하는 편이 좋다.

두꺼운 겨울용 패딩까지 반드시 가져갈 필요는 없다. 패딩을 챙겨야 한다는 표현은 현장의 온도 차이를 강조한 과장에 가깝다.

계곡 물놀이까지 한다면 젖은 옷을 갈아입을 여벌 옷을 준비해야 한다. 물에서 나온 직후 빙혈의 찬 공기를 맞으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신발은 슬리퍼보다 운동화나 아쿠아슈즈가 적합하다. 생수와 모자, 벌레 기피제를 함께 준비하면 계곡과 탐방로를 모두 둘러보기 편하다.

의성 빙계계곡 계류 옆으로 이어지는 탐방로
계곡과 바위지대를 가까이서 살펴볼 수 있는 빙계계곡 탐방로. 이미지=여행레저신문

빙산사지 오층석탑에서 의성의 역사를 만난다

빙계계곡에는 자연현상뿐 아니라 보물로 지정된 의성 빙산사지 오층석탑이 남아 있다. 돌을 벽돌 크기로 다듬어 쌓은 모전석탑으로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의 건축양식을 따른다.

빙혈에서 석탑까지 걸으면 수천만 년 전 형성된 지질과 통일신라 이후의 역사가 한 동선에서 이어진다. 계곡 물놀이만 하고 돌아갈 때는 만나기 어려운 빙계계곡의 또 다른 가치다.

빙계서원과 계곡 주변의 바위글씨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조선시대 문인들이 찾았던 피서지의 기억이 더해지면서 일반적인 여름 계곡과 다른 역사적 깊이가 생긴다.

빙혈만 보는 일정은 약 1시간이면 가능하지만 계곡과 풍혈, 석탑까지 천천히 둘러보려면 2시간 이상을 잡는 편이 좋다.

빙계얼음골야영장은 사전예약이 필요하다

빙계계곡 주변에는 자동차야영장과 카라반, 개인 카라반 사이트를 갖춘 빙계얼음골야영장이 운영되고 있다. 화장실과 샤워실, 취사시설도 마련돼 있다.

과거 후기에서 무료 자동차야영장이라는 표현이 보이더라도 현재 정식 야영장 전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사이트 종류와 성수기, 평일과 주말에 따라 이용료가 달라진다.

야영장은 온라인 사전예약 방식으로 운영되며 반려동물은 입장할 수 없는 것으로 안내돼 있다. 여름 휴가철에는 예약이 빠르게 마감될 수 있다.

계곡 당일 방문객도 야영장 차량과 물놀이 방문객이 겹치는 시간을 피하려면 오전에 도착하는 편이 좋다.

산운마을과 조문국사적지를 묶는 의성 하루 여행

빙계계곡만 둘러보면 약 2시간 안팎의 여름 피서 여행이 된다. 이동시간을 고려하면 산운마을이나 조문국사적지를 함께 묶는 편이 좋다.

산운마을은 전통가옥과 돌담, 금성산이 어우러진 고택마을이다. 빙계계곡의 거친 암반과 차가운 공기를 경험한 뒤 이동하면 고요한 농촌 풍경으로 여행의 분위기가 바뀐다.

조문국사적지에서는 의성 지역 고대국가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다. 여름 한낮에는 그늘이 적을 수 있어 오전이나 오후 늦게 방문하는 편이 낫다.

빙계계곡의 방문 가치는 차가운 바람 하나에만 있지 않다. 지질현상과 계곡, 천년 석탑과 서원, 물놀이와 캠핑을 한 장소에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의성 빙계계곡 여행정보

장소명 의성 빙계계곡·빙계리 얼음골

위치 경상북도 의성군 춘산면 빙계리 일원

자연유산 의성 빙계리 얼음골 천연기념물

주요 볼거리 빙혈, 풍혈, 쌍계천, 빙산사지 오층석탑, 빙계서원

탐방거리 빙혈과 풍혈이 분포하는 약 2km 구간

소요시간 빙혈 중심 약 1시간, 계곡과 석탑 포함 2시간 이상

입장료 계곡과 얼음골 탐방 무료

준비물 운동화나 아쿠아슈즈, 생수, 얇은 겉옷, 여벌 옷, 벌레 기피제

물놀이 안전요원이 관리하는 지정 구역 이용

주의사항 집중호우 때 계곡 진입 금지, 젖은 바위와 데크 미끄럼 주의

야영장 빙계얼음골야영장 사전예약

문의 054-833-5101

연계 여행 산운마을, 조문국사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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