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 소록도 여행, 한센병박물관과 중앙공원에서 거금대교까지 걷는 섬

고흥 소록도는 푸른 바다만 보고 지나칠 수 없는 섬이다. 소록대교를 건너면 한센인 강제격리와 인권침해의 역사를 기록한 한센병박물관과 중앙공원, 감금실과 검시실 등이 이어진다. 박물관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무료로 운영하며 월요일에는 쉰다. 공개구역을 조용히 둘러본 뒤 녹동항과 거금대교까지 연결하면 역사와 다도해를 함께 만나는 고흥 여행이 된다.

고흥 소록도와 거금도를 잇는 해상교량과 다도해 항공 전경
소록도와 거금도 사이로 이어지는 해상교량과 고흥 다도해 전경.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여행레저신문 ㅣ 이만재 기자

고흥 소록도는 바다와 숲이 아름다운 섬이지만 풍경만 소비하고 돌아서기 어려운 장소다. 고흥반도 남쪽 녹동항 앞에 자리한 작은 섬에는 한센병 환자를 사회에서 떼어내 강제로 수용했던 역사와 그 안에서 존엄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삶이 함께 남아 있다.

소록도는 2009년 소록대교 개통으로 차량을 이용해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접근은 쉬워졌지만 국립소록도병원과 주민 생활구역이 있는 섬이므로 관람객은 한센병박물관과 중앙공원 등 공개된 동선만 이용해야 한다.

여행의 중심은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이다. 박물관은 한센병의 이해와 강제격리, 차별, 생활상, 치료와 인권 회복의 역사를 기록한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이며 입장료는 무료다.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 설날·추석 연휴에는 휴관한다.

고흥 소록도 중앙공원의 흰색 기념조형물과 숲길
소록도 중앙공원의 수목과 기념조형물이 어우러진 산책 공간. 이미지=여행레저신문

다리를 건너기 전부터 여행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소록도라는 이름은 섬의 모양이 어린 사슴을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다. 이름과 바다 풍경은 평화롭지만 섬에 남은 역사는 가볍지 않다.

1916년 일제가 한센병 환자를 격리·수용하기 위한 자혜의원을 세우면서 소록도는 오랜 시간 통제와 단절의 공간이 됐다.

한센인들은 질병 자체보다 사회의 편견과 강제격리로 더 큰 고통을 겪었다. 가족과 떨어져 섬에 들어왔고 병원 시설 조성 과정에서 노동을 강요받았다.

소록도 여행은 섬 구경보다 역사 탐방에 가깝다. 감금실과 추모공간에서 장난스러운 사진을 찍거나 큰 소리로 떠들어서는 안 된다.

주민과 병원 이용자를 허락 없이 촬영하지 말고 공개된 장소와 생활공간을 구분해야 한다.

한센병박물관부터 봐야 소록도의 풍경이 읽힌다

소록도에 도착하면 중앙공원보다 한센병박물관을 먼저 관람하는 편이 좋다.

전시에서는 한센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 환자들의 생활도구, 의료자료, 격리정책과 인권침해의 기록을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을 보고 나면 섬에 남은 건물과 길, 기념물의 의미가 달라진다.

오후 늦게 도착하면 중앙공원까지 충분히 보지 못할 수 있어 늦어도 오후 3시 전에는 입장하는 편이 낫다.

1층 안내데스크에서는 수량이 제한된 무료 오디오가이드 단말기를 빌릴 수 있다.

소록도 역사 전망지에서 바라본 바다와 제방 풍경
소록도 역사 공간에서 바라본 고흥 앞바다와 육지 방향 풍경.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중앙공원은 아름다운 정원이면서 강제노동의 기록이다

소록도 중앙공원은 울창한 수목과 잘 다듬어진 길 때문에 오래된 정원처럼 보인다.

그러나 공원은 일제강점기 수용 환자들의 노동으로 조성됐다. 돌을 옮기고 나무를 심는 작업에 많은 한센인이 동원됐다.

공원 주변의 감금실은 한센인을 재판 없이 가두었던 장소이며 검시실은 사망한 환자들이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해부 절차를 거쳐야 했던 역사를 증언한다.

두 공간을 자극적인 공포 체험처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안내문을 충분히 읽고 추모와 기억의 공간에 맞게 낮은 목소리로 관람해야 한다.

마리안느와 마가렛의 헌신은 섬의 기억을 바꿨다

소록도에는 강제격리와 인권침해뿐 아니라 한센인 곁에서 살아간 사람들의 기록도 남아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간호사 마리안느와 마가렛은 1960년대부터 40여 년간 환자를 돌보고 필요한 약과 생활시설을 마련했다.

두 사람은 환자를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한 명의 이웃으로 대했다.

이들의 삶은 한센인을 불쌍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을 넘어 인간을 질병과 분리해 존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남겼다.

소록도의 역사는 한센인 스스로의 삶과 인권 회복, 의료진과 봉사자의 연대가 함께 만든 기록이다.

소나무 숲과 잔잔한 바다가 이어지는 고흥 소록도 해안
소나무 그늘과 잔잔한 남해가 맞닿은 소록도 해안 풍경. 이미지=여행레저신문

공개된 해안길에서는 섬의 자연을 조용히 만난다

소록도에는 소나무와 동백, 남해의 잔잔한 바다가 이어지는 공개 산책구간이 있다.

섬의 모든 해안과 숲길이 관광객에게 열린 것은 아니므로 병원과 생활구역, 출입제한 표지가 있는 길에는 들어가서는 안 된다.

여름에는 습도와 기온이 높아 생수와 모자, 자외선차단제가 필요하다.

비가 내린 뒤에는 데크와 흙길이 미끄러워 운동화를 준비해야 한다.

한센인에게 바다는 아름다운 풍경이면서 육지와 가족을 갈라놓은 경계였다는 사실을 함께 생각하며 걷는 것이 좋다.

야간 경관조명이 켜진 고흥 소록대교와 다도해
푸른 야간 조명이 바다에 비치는 고흥 소록대교.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소록대교 야경은 녹동항에서 바라본다

소록대교는 녹동항과 소록도를 연결하는 관문이다.

해가 진 뒤 경관조명이 켜지면 다리의 빛이 바다 위로 길게 반사된다.

소록도 안에 늦게 남기보다 박물관 관람시간 안에 일정을 마치고 녹동항으로 돌아와 야경을 보는 편이 낫다.

다리 위나 갓길에 차량을 세우고 촬영해서는 안 되며 항구와 안전한 전망 공간을 이용해야 한다.

녹동항에서는 저녁 식사와 주차, 야경 감상을 한 동선으로 연결할 수 있다.

소나무 숲과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소록도 해안 데크길
바다와 소나무 숲 사이를 따라 이어지는 소록도 해안 산책로. 이미지=여행레저신문

거금대교를 건너면 다도해 여행이 이어진다

소록도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 거금대교를 지나 거금도로 들어갈 수 있다.

거금대교는 육지와 거금도를 직접 잇는 다리가 아니라 소록도와 거금도를 연결한다.

오전에 한센병박물관과 중앙공원을 보고 오후에 거금대교와 거금도 해안을 연결하는 순서가 좋다.

거금대교 보행·자전거 통로에서는 다도해를 가까이 볼 수 있지만 강풍과 비가 있는 날에는 이용을 피해야 한다.

짧은 일정이라면 거금대교 전망과 거금도 입구까지만 다녀와도 고흥의 섬 풍경을 충분히 만날 수 있다.

여행정보

  • 장소: 고흥 소록도
  • 위치: 전남 고흥군 도양읍
  • 박물관: 국립소록도병원 한센병박물관
  • 관람시간: 오전 9시 30분~오후 4시 30분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연휴
  • 관람료: 무료
  • 문의: 061-840-0693
  • 권장 체류시간: 2시간 30분~4시간
  • 관람 예절: 주민·환자 무단 촬영과 제한구역 진입 금지
  • 연계 여행지: 녹동항, 소록대교 야경, 거금대교, 거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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