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박예슬기자
인천 부평 도심 한가운데서 사라졌던 물길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1990년대 도시화 과정에서 복개됐던 굴포천 가운데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부평구청까지 약 1.5㎞가 2025년 12월 자연생태하천으로 복원됐다.
이미 2008년 부평구청에서 부천 경계까지 약 6㎞가 자연형 하천으로 조성된 데 이어 상류의 끊겼던 물길까지 다시 열린 것이다. 지금 굴포천은 새 복원 구간과 기존 생태하천을 서로 다른 길처럼 보지 않고 하나의 도심 수변축으로 연결해 볼 수 있는 장소가 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물길의 역사다. 굴포천이라는 이름에는 강화 손돌목의 위험한 뱃길을 피하기 위해 고려와 조선시대 사람들이 새 운하를 만들려 했던 흔적이 남아 있다. 지금 사람들이 산책하는 물길에 수백 년 전 국가 물류망을 만들려 했던 계획이 겹쳐 있다.

30년 동안 땅 밑에 있던 물길이 다시 햇빛을 봤다
굴포천의 가장 큰 변화는 2025년 말에 일어났다.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부평구청까지 약 1.5㎞ 구간의 복개 구조물을 걷어내고 물길과 수변공간을 복원했다.
이곳은 1990년대 도시화 과정에서 복개되며 하천의 모습을 잃었던 구간이다. 도로와 구조물 아래로 숨어 있던 물길이 30년 만에 다시 도심 위로 올라온 셈이다.
인천 최초의 자연생태하천 복원사업이라는 의미도 있다. 단순히 물을 다시 흐르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걷고 운동하고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함께 조성했다.
새 물길 1.5㎞와 기존 6㎞는 같은 숫자가 아니다
굴포천을 검색하면 1.5㎞와 6㎞라는 두 숫자가 함께 나온다. 1.5㎞는 2025년 새롭게 복원된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부평구청까지의 상류 구간이다.
약 6㎞는 부평구청에서 부천 경계까지 2008년 자연형 하천 사업으로 조성된 기존 생태하천 구간이다. 두 구간을 구분해야 현재 굴포천의 구조가 제대로 보인다.
짧은 산책이라면 새 복원 구간을 중심으로 걷고, 걷기 자체가 목적이라면 부평구청 이후 기존 생태하천까지 동선을 늘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그런데 이 하천은 원래 운하가 될 뻔했다
굴포천이라는 이름은 땅을 파 만든 물길이라는 역사와 연결된다. 과거 삼남지방에서 곡물과 물자를 싣고 한강으로 올라오던 배들은 강화도와 김포반도 사이 손돌목을 지나야 했다.
손돌목은 물살이 거세고 배가 다니기 까다로운 해역이었다. 이 위험한 바닷길을 피하기 위해 내륙을 가로질러 인천 앞바다와 한강을 연결하는 새로운 수로를 만들려는 구상이 나왔다.
고려 고종 때 최이가 수로를 만들려 했고 수백 년 뒤 조선 중종 때 김안로가 다시 공사를 추진했다. 그러나 지금의 부평 일대 원통현에 있던 암반을 뚫지 못하면서 운하 계획은 끝내 완성되지 않았다.
약 400m 암반이 조선의 물류망을 막았다
조선시대 계획이 성공했다면 굴포천 일대는 서해와 한강을 연결하는 주요 운하가 됐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당시 기술로 단단한 암석층을 통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원통현 약 400m의 암석층을 뚫지 못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운하는 실패했지만 파낸 물길과 그 흔적은 남았다.
오늘 산책객이 편하게 걷는 물길을 몇백 년 전 사람들이 삽과 도구로 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보면 굴포천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2008년에는 오염된 도심 하천이 생태공간으로 바뀌었다
굴포천의 두 번째 큰 전환점은 2008년이다. 부평구청에서 부천 경계까지 약 6㎞를 자연형 하천으로 되살리는 사업이 완료됐다.
산책로와 친수공간을 만들고 물억새와 부들, 수크령, 노랑꽃창포 같은 수변 식물을 조성했다. 유지용수 공급시설도 설치하면서 도심 배수로에 가까웠던 공간을 시민이 걸을 수 있는 하천으로 바꿨다.
이 사업 이후 굴포천은 단순히 물이 빠지는 통로가 아니라 도심의 녹지와 생태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역할이 바뀌기 시작했다.
한여름에는 물길보다 나무 그늘을 따라 걷게 된다
여름 굴포천은 나무가 만드는 그늘이 산책의 흐름을 결정한다. 수변 양쪽으로 나무가 깊게 들어오는 곳에서는 도심의 열기가 한결 줄어들고 시야도 건물보다 녹지 쪽으로 향한다.
물이 얕은 곳에서는 하천 바닥의 돌이 보이고 작은 낙차 주변에서는 물소리가 커진다. 물가 가까이 내려가는 구간에서는 도시 한복판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을 정도로 시선이 낮아진다.
다만 전 구간에 계속 그늘이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여름에는 6㎞ 완주보다 오전이나 늦은 오후에 그늘이 많은 구간을 골라 왕복하는 편이 실제 걷기에는 더 편하다.
높은 곳에서 보면 굴포천은 도시를 가르는 녹색 통로다
굴포천의 성격은 높은 곳에서 볼 때 더 선명하다. 아파트와 주택, 도로가 밀집한 부평 도심 가운데 물길과 나무가 길게 이어진다.
하천 양쪽의 녹지는 좁아졌다 넓어지기를 반복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긴 녹지축을 만든다. 2008년의 자연형 하천과 2025년의 상류 복원을 이어 보면 이 녹지축이 도심 안쪽까지 확장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굴포천을 단순한 동네 산책로보다 도시 생태축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아이와 간다면 굴포누리까지 묶어볼 수 있다
굴포천 주변에는 부평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이 있다. 굴포천의 물과 하천 생태, 기후변화를 연결해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아이와 함께라면 산책로에서 수생식물과 물길을 보고 체험관에서 물과 환경 이야기를 이어가는 동선이 잘 맞는다.
체험 프로그램과 운영 일정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안내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밤에는 물길보다 산책로의 선이 먼저 보인다
굴포천은 해가 지면 풍경의 중심이 달라진다. 낮에는 나무와 풀, 물이 먼저 보이지만 밤에는 산책로와 가로등, 주변 도시의 불빛이 공간을 만든다.
물 위에는 아파트와 상가의 빛이 비치고 수변 산책길은 낮보다 선형이 뚜렷해진다. 긴 거리를 걷기보다 밝은 구간을 중심으로 짧은 야간 산책을 잡는 편이 좋다.
굴포천 일대에는 야간경관과 은하수길을 연결하는 구상도 진행돼 왔다. 낮과 밤을 서로 다른 여행 장면으로 활용할 여지가 큰 수변 공간이다.

봄의 벚꽃과 여름의 녹음은 같은 길을 전혀 다르게 만든다
굴포천은 계절 변화가 선명하다. 봄에는 벚꽃과 개화한 나무가 물길을 감싸고 뒤로 아파트와 도심 건물이 겹쳐 전형적인 도시 하천과 다른 장면을 만든다.
여름에는 꽃 대신 짙은 녹음이 하천 양쪽을 채운다. 가을에는 물억새와 수변 식생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풍경이 거칠어지고 겨울에는 나무 사이로 물길과 도시 구조가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한 계절만 보고 끝나는 관광지보다 같은 길을 반복해서 걸을수록 다른 모습이 보이는 생활형 여행지에 가깝다.
6㎞를 끝까지 걸었다는 기록보다 물길의 시간을 보는 길이다
굴포천을 설명할 때 약 6㎞라는 거리가 먼저 나오지만 이곳의 핵심은 완주 기록이 아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운하를 만들려 했고, 도시화 시대에는 물길을 덮었다. 2008년에는 자연형 하천으로 되살렸고 2025년에는 30년간 복개됐던 상류 1.5㎞까지 다시 열었다.
몇백 년 동안 사람의 필요에 따라 파이고 덮이고 다시 열린 물길이다. 그 시간을 알고 걷는 순간 굴포천은 평범한 무료 산책로보다 훨씬 깊은 장소가 된다.
여행정보
위치 인천광역시 부평구 굴포로 141 일원
기존 생태하천 구간 부평구청에서 부천 경계까지 약 6㎞
2025년 신규 복원 구간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부평구청까지 약 1.5㎞
핵심 동선 부평1동 행정복지센터 → 새 복원 물길 → 부평구청 → 기존 굴포천 생태하천
추천 대상 도심 산책, 역사 산책, 가족 나들이, 가벼운 걷기
난이도 쉬움
소요시간 짧은 코스 약 1시간, 긴 구간은 2시간 이상
연계 장소 부평굴포누리 기후변화체험관
준비물 편한 운동화, 생수, 여름에는 모자나 양산
주의사항 비가 많이 온 뒤에는 수위와 산책로 상태를 확인하고 자전거와 보행자가 함께 다니는 구간에서는 통행에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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