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 쉰움산, 50개 돌우물 품은 오십정까지 두 시간 안팎 암릉 트레킹

강원 삼척 쉰움산은 천은사에서 출발해 기암괴석과 소나무 암릉을 지나 정상부 오십정까지 오르는 짧고 밀도 높은 산행지다. 바위 표면에는 풍화작용으로 만들어진 크고 작은 돌우물이 흩어져 있고, 조망이 열리는 구간에서는 두타산권의 깊은 골짜기와 겹겹의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천은사와 이승휴 유적까지 함께 둘러볼 수 있어 산행과 역사 여행을 한 코스로 묶기 좋다.

삼척 쉰움산 기암절벽과 암릉 탐방로
날카롭게 솟은 기암절벽 사이로 탐방로가 이어지는 삼척 쉰움산. 짧은 산행거리 안에서 두타산권 특유의 암릉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강원 삼척에서 짧은 산행으로 강한 풍경을 보고 싶다면 쉰움산은 상당히 독특한 선택이다. 천은사에서 산길로 들어선 뒤 숲을 오르면 평범했던 산세가 갑자기 바뀐다. 흙길 대신 넓은 암반이 나타나고 바위 사이에서 자란 소나무 뒤로 깊은 골짜기와 두타산권의 산줄기가 겹쳐진다.

마지막에는 산 정상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 기다린다. 커다란 암반 표면에 크고 작은 구멍이 곳곳에 패여 있다. 물이 고여 있는 것도 있다. 예부터 이 바위웅덩이를 오십정, 곧 쉰 개의 우물이라는 뜻으로 불렀고 이것이 쉰움산을 상징하는 풍경이 됐다.

쉰움산에서 정상보다 더 유명한 곳은 오십정이다

쉰움산은 해발 약 670m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두타산 주능선에 비하면 높지 않지만 정상부 풍경은 산 높이만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등산객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오십정이다. 넓은 바위 표면 곳곳에 물그릇처럼 둥글고 오목한 구멍이 이어진다. 작은 것은 손바닥만 하고 큰 것은 제법 깊다.

이 돌우물은 사람이 파놓은 시설물이 아니라 오랜 풍화와 침식으로 암반 표면이 패이면서 만들어진 지형으로 알려져 있다. 숫자를 정확히 50개로 세기보다 오래전부터 오십정 또는 쉰우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장소라는 점이 중요하다.

비가 온 뒤에는 일부 웅덩이에 물이 차면서 암반과 하늘이 함께 비친다. 뒤로 산줄기가 겹쳐져 쉰움산의 성격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구간이다.

삼척 쉰움산 오십정 바위 위 돌우물과 산 능선
쉰움산 정상부 암반에는 크고 작은 돌우물이 패여 있어 오십정 또는 쉰우물이라 불린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천은사에서 오십정까지 일반적으로 1시간30분 안팎

쉰움산을 찾는 가장 일반적인 들머리는 삼척 미로면 천은사다. 산행시간은 보행속도와 휴식에 따라 차이가 크다.

여러 산행자료에서는 천은사에서 오십정까지 약 2.2~2.5km, 1시간30분 안팎을 예상한다. 빠르게 걷는 사람은 한 시간 정도에도 도착하지만 처음 방문한다면 시간에 여유를 두는 편이 낫다.

오십정에서 사진과 휴식을 충분히 즐기고 원점회귀한다면 왕복 2시간30분에서 3시간 정도를 잡으면 일정이 편해진다.

거리 자체는 길지 않지만 숲길과 돌계단, 암반이 섞여 있어 평지 2km와 체감은 다르다. 여름에는 짧은 코스라는 이유로 식수를 줄이는 것도 피해야 한다.

쉰움산 암반 위 소나무와 두타산 능선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와 겹겹의 산줄기가 쉰움산 정상부의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초반 숲길을 지나면 바위가 산행의 주인공이 된다

천은사 주변에서는 깊은 산속 사찰을 걷는 느낌이 강하다. 숲이 짙고 나무 사이로 돌길과 흙길이 이어진다.

고도를 올리면 바위가 커지고 암반이 길의 일부가 된다. 단순한 숲 등산로가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큰 바위와 기묘하게 자란 소나무, 전망이 트이는 암반 구간이 짧은 간격으로 나타난다.

앞만 보고 정상까지 올라가기보다 바위 뒤와 능선 쪽을 돌아보면 조금 전까지 숲에 가려져 있던 계곡과 산줄기가 계속 새롭게 열린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거리에 비해 체류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도 이 장면 전환 때문이다.

삼척 천은사와 쉰움산 등산로 입구
쉰움산 산행의 대표 들머리인 천은사. 고려 후기 이승휴가 인근에서 제왕운기를 저술한 역사적 공간이기도 하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기암절벽과 소나무가 만들어내는 조망이 강하다

쉰움산의 암릉은 두타산권의 거친 산세를 압축해 놓은 듯하다. 칼날처럼 솟은 바위와 수직에 가까운 절벽, 그 사이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가 한 장면에 겹쳐진다.

멀리서 보면 산 전체가 거대한 바위 성벽처럼 보이는 구간도 있다. 쉰움산이 높이에 비해 사진 밀도가 높은 이유다.

숲길과 기암, 노송, 오십정이 서로 다른 장면을 만들기 때문에 짧은 산행에서도 사진 구성이 단조롭지 않다.

다만 암반 가장자리까지 무리하게 접근할 필요는 없다. 전망이 좋은 곳일수록 급경사와 낭떠러지가 가까운 구간도 있어 사진을 찍을 때는 발 위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삼척 천은사 주변 쉰움산 탐방로와 이정표
천은사 주변에서 쉰움산과 두타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산길. 현장 이정표를 확인해 오십정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오십정이 끝이 아니라 두타산으로 길은 계속 이어진다

쉰움산은 독립된 짧은 산행지처럼 보이지만 산길은 두타산권과 연결된다. 오십정 이후 계속 올라가면 두타산과 무릉계곡 방향 장거리 산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오십정까지만 다녀오는 사람과 두타산까지 가는 사람은 준비가 완전히 달라야 한다.

짧게 걷는 것이 목적이라면 오십정에서 풍경을 충분히 보고 천은사로 되돌아오는 원점회귀가 현실적이다.

두타산까지 이어갈 경우 거리와 고도, 하산 동선이 크게 늘어나므로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계획을 연장하지 않는 편이 좋다.

쉰움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기암절벽과 산 능선
쉰움산에서는 기암절벽과 두타산권의 산줄기가 겹쳐지는 조망을 만날 수 있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산 아래 천은사는 그냥 지나치기 아깝다

쉰움산 산행의 출발점인 천은사는 고려 후기 문신 이승휴와 연결된다. 이승휴는 1287년 무렵 이 일대에서 우리 역사를 다룬 제왕운기를 저술했다.

현재 천은사 주변은 삼척 두타산 이승휴 유적이라는 이름으로 사적에 지정돼 있다.

산행 전후 경내를 잠시 둘러보면 정상에서는 자연이 만든 돌우물을 보고 산 아래에서는 고려시대 역사 기록의 현장을 만나는 여행이 된다.

사찰은 특정 신앙을 가진 사람만의 공간으로 볼 필요 없이 숲과 건축, 역사유산을 조용히 살펴보는 장소로 접근해도 좋다.

산악신앙 흔적까지 남은 오십정

쉰움산 오십정은 오래전부터 자연경관만 감상하는 장소는 아니었다. 지역에서는 산신에게 음식을 올리고 기원을 드리는 산멕이 풍습이 전해졌고 오십정 일대를 중요한 산악신앙 장소로 이용했다는 민속기록도 남아 있다.

바위 웅덩이에 물이 고이고 주변으로 기암과 소나무가 이어지는 지형은 오래전 사람들에게 특별한 장소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여행에서는 이런 설화와 민속을 자연지형과 구분해서 이해하는 것이 좋다. 돌우물은 자연이 만든 지형이고 산악신앙은 그 위에 시간이 쌓이면서 만들어진 지역문화다.

두 층의 이야기가 겹치면서 쉰움산은 단순한 짧은 등산코스보다 깊은 서사를 갖는다.

8월에는 짧은 산이어도 오전 출발이 낫다

쉰움산 정상부 암반은 햇볕을 그대로 받는 구간이 있다. 바위까지 뜨거워지는 한낮에는 체감온도가 숲길보다 크게 올라간다.

가능하면 오전 일찍 출발해 더워지기 전에 오십정에 도착하는 편이 좋다. 물과 모자, 미끄럽지 않은 트레킹화도 준비하는 것이 안전하다.

비가 내린 직후에는 암반과 돌계단이 젖어 미끄러움이 크게 늘어난다. 돌우물이나 조망 사진을 찍기 위해 젖은 암반 가장자리로 접근하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쉰움산은 두타산 정상 산행보다 짧고 부담이 적지만 평지 산책은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제대로 된 암릉 풍경을 보고 싶은 사람에게 잘 맞는 산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방문 전 핵심정보

장소 삼척 쉰움산
지역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미로면
대표 들머리 천은사
천은사 주소 강원특별자치도 삼척시 미로면 천은사길 396
쉰움산 높이 약 670m
핵심 오십정·쉰우물, 기암절벽, 소나무 암릉, 두타산권 조망
천은사~오십정 자료별 약 2.2~2.5km, 편도 약 1시간30분 안팎
추천 일정 오십정 원점회귀 2시간30분~3시간
연계 천은사, 삼척 두타산 이승휴 유적
주의 암반 미끄럼과 절벽 가장자리 주의, 여름 오전 출발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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