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설산과 지중해를 한 번에 달리는 ‘알라니아 울트라 트레일’이 스포츠와 관광을 결합한 튀르키예의 대표적인 경험형 여행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참가자들은 눈 덮인 타우루스산맥에서 출발해 클레오파트라 해변과 셀주크 시대 유적을 지나며 알라니아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온몸으로 경험한다.
박예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여행의 중심이 관광지를 바라보는 데서 직접 참여하고 경험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마라톤과 트레일 러닝, 사이클, 하이킹처럼 신체 활동을 여행 일정과 결합한 콘텐츠가 늘어나는 가운데, 튀르키예 남부 휴양도시 알라니아에서 열리는 ‘알라니아 울트라 트레일’이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2026년 3월 27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알라니아 울트라 트레일에는 세계 34개국에서 약 700명의 참가자가 모였다. 전문 선수들의 기록 경쟁에만 초점을 맞춘 대회가 아니라 알라니아의 산악 지형과 해안, 역사문화유산을 하나의 동선으로 연결한 체류형 관광 콘텐츠라는 점에서 기존 러닝 대회와 차별화된다.
## 타우루스산맥에서 클레오파트라 해변까지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출발점과 도착점 사이에서 완전히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눈이 남아 있는 타우루스산맥의 산길을 달린 뒤 지중해를 내려다보며 해안으로 향한다. 레이스 후반에는 알라니아를 대표하는 클레오파트라 해변의 푸른 바다와 마주한다.
고도가 높은 산악지대와 따뜻한 지중해 해안을 한 번의 레이스에서 경험하는 코스는 알라니아가 지닌 지리적 특징을 그대로 드러낸다. 단순히 아름다운 경관을 배경으로 달리는 수준을 넘어 산과 바다, 계절감이 달라지는 과정을 몸으로 체험하도록 설계됐다.
## 유목민의 길과 셀주크 유적을 잇는 코스
알라니아 울트라 트레일에는 지역의 역사도 함께 담겨 있다. 일부 구간은 과거 튀르키예 유목민인 요륵족이 계절에 따라 이동하며 이용했던 산길을 따라 이어진다. 참가자들은 오래된 이동 경로를 달리며 알라니아의 자연환경뿐 아니라 지역 주민의 생활사와도 만난다.
코스 주변에는 알라니아 성과 붉은 탑, 옛 조선소를 비롯한 셀주크 시대 유적도 자리하고 있다. 산악 레이스와 해변 경관, 역사문화유산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하나의 여정으로 묶으면서 ‘달리며 여행하는 도시’라는 알라니아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 전문 선수부터 일반 여행객까지 참여
대회는 68㎞ 울트라 코스를 비롯해 참가자의 체력과 경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종목으로 구성됐다. 장거리 트레일 러너뿐 아니라 짧은 거리의 달리기를 경험하려는 일반 참가자도 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5㎞ 코스까지 마련했다.
이는 스포츠 행사를 선수 중심의 경쟁 무대로 한정하지 않고 여행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로 확장한 방식이다. 참가자는 자신의 수준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고, 동행자는 알라니아 시내와 해변, 인근 관광지를 둘러보며 함께 여행 일정을 구성할 수 있다.
## 해변 휴양지 넘어 체류형 관광도시로
알라니아는 지중해 해변 휴양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도시가 보유한 관광자원은 해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블루 플래그 인증 해변을 비롯해 사파데레 협곡과 담라타쉬 동굴, 타우루스산맥의 산악 지형, 알라니아 성을 중심으로 한 역사문화유산이 가까운 지역에 밀집해 있다.
괴즐레메를 비롯한 튀르키예 전통 음식과 해산물 요리, 현지 식문화, 야간 관광 콘텐츠도 대회 전후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요소다. 참가자가 레이스에만 참여한 뒤 도시를 떠나는 것이 아니라 숙박과 식사, 관광을 함께 소비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알라니아 울트라 트레일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포츠 이벤트 하나를 개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과 역사, 문화, 음식, 휴양을 결합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여행 상품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 ‘보는 여행’에서 ‘참여하는 여행’으로
최근 관광시장에서는 목적지를 둘러보는 수동적인 여행보다 직접 걷고 달리고 배우는 경험형 여행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행자는 유명 관광지를 확인하는 것보다 자신이 그 장소에서 무엇을 했고 어떤 감각을 느꼈는지를 더 오래 기억한다.
알라니아 울트라 트레일은 지역의 지형과 역사적 자원을 억지로 새로 만들지 않고, 이미 존재하는 산길과 해변, 문화유산을 하나의 참여형 콘텐츠로 재구성했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지 않고 방문객이 지역에서 보내는 시간과 경험의 밀도를 높였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이 대회는 여행이 단순한 이동이나 관람을 넘어 장소를 몸으로 이해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국내 관광지에도 지역의 자연과 역사, 생활문화를 어떤 참여형 콘텐츠로 연결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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