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정원박람회가 올해 서울숲에서 개막 6일 만에 방문객 100만 명을 넘어서며 초반 흥행 흐름을 만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1일 서울숲과 한강공원 일대에서 문을 연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5월 6일 오후 7시 기준 101만 명, 5월 7일 오전 7시 기준 103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했다. 지난해 보라매공원에서 열린 2025년 행사가 100만 명을 넘기는 데 11일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관람 속도는 한층 빨라졌다.
올해 박람회의 가장 큰 변화는 규모다. 행사는 서울숲을 중심으로 성수동과 한강변까지 확장됐고 전체 공간은 53만 제곱미터에 이른다. 운영 기간도 180일로 길어졌다. 단기 전시형 행사가 아니라 봄부터 가을까지 이어지는 장기 체류형 도시 축제로 바뀐 셈이다. 서울시는 올해 목표 방문객을 1500만 명으로 잡고 있다. 초반 6일간 100만 명을 넘어선 흐름만 놓고 보면 목표 달성 가능성은 낮지 않다. 다만 장기 흥행은 개막 주간의 호기심을 넘어 여름철 폭염, 장마, 주말 혼잡, 체험 콘텐츠, 식음 시설, 휴게 시설 운영 안정성까지 얼마나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원 콘텐츠도 양적으로 커졌다. 올해 박람회에는 국내외 정원작가, 학생, 시민, 기업, 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해 167개 정원을 선보인다. 초청작가로는 프랑스 정원디자이너 앙리 바바가 참여했고, 이남진, 정영선, 황지해, 김봉찬 작가와 이제석 소장 등 여러 분야의 창작자가 정원을 매개로 작품을 내놓았다. 정원은 단순한 조경 시설이 아니라 동선, 휴식, 사진 촬영, 브랜드 경험, 도시 문화가 겹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서울숲이 이미 젊은 층과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익숙한 공원이라는 점도 흥행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번 박람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원이라는 콘텐츠가 관광의 보조 요소에서 독립적인 방문 동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도심 공원 행사는 산책과 휴식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식물 큐레이션, 공공예술, 친환경 도시정책, 로컬 마켓, 체험형 프로그램이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서울숲 일대는 성수동 상권과 맞닿아 있어 박람회 관람 뒤 카페, 식당, 편집숍, 문화공간으로 이동하기 쉽다. 공원 안에서 끝나는 행사가 아니라 지역 상권과 연결되는 도시형 관광 동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관람객 반응도 이 흐름을 보여준다. 서울숲 일대에는 정원 감상뿐 아니라 앉아 쉴 수 있는 공간, 체험 부스, 판매 부스, 푸드트럭이 함께 배치됐다.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서울숲 전체가 하나의 문화공원처럼 느껴진다거나 도심 속 피크닉과 정원 감상이 함께 가능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행사의 성패가 단순 방문객 수가 아니라 체류 시간과 재방문 의향으로 판단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먹거리와 휴식 시설은 정원 작품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5월 6일부터 시작된 가든헌터스도 올해 박람회의 차별화 요소다. 이 프로그램은 증강현실과 위치 기반 기술을 활용한 참여형 보물찾기 콘텐츠다. 관람객은 현장 QR코드를 스캔한 뒤 별도 앱 설치 없이 서울숲 곳곳을 이동하며 미션을 수행한다. 숨겨진 마법의 씨앗을 찾는 설정은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 목적은 관람객이 특정 구역에만 몰리지 않고 박람회장 전체를 자연스럽게 둘러보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5월 6일부터 12일까지는 하루 선착순 1000명에게 무료 참여 기회가 제공되고 이후에는 참가비 5000원이 적용된다.
스마트 안내 체계도 강화됐다. 정해진 시간에 맞춰야 하는 현장 도슨트와 달리 모바일 정원도슨트는 관람객이 원하는 시간에 QR코드로 접속해 이용할 수 있다. 한국어를 포함해 9개 국어로 음성과 텍스트 해설을 제공하며 정원의 조성 의도와 주요 식물 정보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는 서울 도심 행사에서 다국어 해설은 단순 편의 기능을 넘어 관광 접근성을 높이는 장치다.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이 별도 통역 없이 공공 정원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면 박람회는 국내 시민 축제를 넘어 도시 관광 상품으로 확장될 수 있다.

먹거리와 장터 운영도 지역경제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숲 내 부족한 식음 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3개 구역에 푸드트럭 30대가 배치됐다. 운영 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스테이크, 츄러스, 닭꼬치, 피자, 아이스크림 등 간식과 식사류가 마련돼 가족 단위 방문객의 편의를 높인다. 공원 2번 출입구 인근에는 직거래 장터 서로장터가 운영된다. 개막 주간에는 매일 열리고 이후에는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에 운영될 예정이다. 농부시장 마르쉐도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잔디마당에서 열려 농산물, 먹거리, 수공예품을 선보인다.
정원박람회는 서울시의 정원도시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기후위기와 도시 열섬, 미세먼지, 시민 휴식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도심 녹지는 장식용 공간이 아니라 도시 경쟁력의 일부가 되고 있다. 정원은 공원보다 작고 생활권에 가까운 녹지 단위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활용도가 높다. 박람회가 단발성 전시에 그치지 않고 시민정원, 기업정원, 기관정원, 학생정원까지 연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민이 보는 행사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도시녹지 플랫폼으로 바뀌어야 지속성이 생긴다.
다만 흥행이 커질수록 관리 과제도 분명해진다. 서울숲은 평소에도 주말 방문객이 많은 공간이다. 대규모 관람객이 몰릴 경우 보행 동선, 화장실, 쓰레기 처리, 푸드트럭 대기열, 잔디 훼손, 반려동물 동반 관람, 야간 안전 관리가 중요해진다. 특히 180일 장기 운영은 계절 변화에 따른 식물 관리와 시설 유지가 핵심이다. 봄 개막 분위기를 여름과 가을까지 이어가기 위해서는 정원별 생육 관리, 그늘과 쉼터 확충, 폭염 대응, 야간 프로그램의 품질 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올해 초반 기록은 서울형 정원 축제가 충분한 대중성을 확보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지난해 1000만 명 방문 기록이 가능성을 보여줬다면 올해 6일 만의 100만 명 돌파는 정원박람회가 서울의 대표 계절 행사로 굳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서울숲과 성수동의 결합은 자연과 상권, 휴식과 소비, 공공행사와 관광 동선을 함께 묶는 효과가 있다. 정원이 시민 일상의 배경을 넘어 서울을 찾는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올해 박람회의 의미는 단순한 관람객 수 이상이다.
오는 10월 27일까지 이어지는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초반 흥행을 장기 운영의 안정성으로 이어가야 한다. 증강현실 체험, 다국어 해설, 푸드트럭, 직거래 장터, 정원 작품을 한 공간에 묶은 방식은 서울 도심 축제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앞으로 관건은 많은 사람이 찾는 행사를 넘어 다시 찾고 싶은 정원 경험을 만드는 일이다. 서울숲이 올가을까지 정원도시 서울의 대표 무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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