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R KOREA 20년, PIC의 성공 뒤에 놓인 괌·사이판 시장의 역설

PHR KOREA의 20주년은 축하받을 성과다. 그러나 PIC 괌·PIC 사이판의 성공 뒤에는 한국 가족여행객이 일본계 리조트 포트폴리오를 떠받쳐온 역설이 있다. 강달러, 한국 시장 과의존, FIT 전환은 다음 20년의 핵심 과제다.

PIC 괌 리조트 전경
PIC 괌은 한국 가족여행 시장에서 오랫동안 괌을 대표하는 리조트로 자리해왔다.

이만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PHR KOREA의 창립 20주년은 축하받을 만한 일이다. 한 기업이 한국 여행업계와 20년간 관계를 이어오고, 괌·사이판·일본 호텔 세일즈와 마케팅 시장에서 존재감을 만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항공 공급의 변화, 여행 소비 방식의 급격한 전환을 거치며 20년을 버텨왔다는 점은 분명 평가받아야 한다.

PHR KOREA는 지난 6월 11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창립 2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행사 슬로건은 “Together We Grow, Together We Go”였다. 행사에는 여행사, 항공사, 미디어, 파트너사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PHR KOREA는 지난 20년의 협력에 감사를 전하며 다음 20년의 비전을 공유했다.

행사 자체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20주년 기념식이다. 감사와 축하, 회고와 비전이 있었다. 그러나 PHR KOREA의 20년을 단순한 성공담으로만 읽기에는 지금 괌·사이판 시장을 둘러싼 변화가 너무 크다. 오히려 이번 20주년은 한 기업의 성과를 축하하는 동시에, 괌·사이판 리조트 시장이 다음 20년에 어떤 방식으로 생존해야 하는지를 묻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PIC 사이판 리조트 전경
PIC 사이판은 한국 가족여행객에게 사이판 휴양을 대표하는 리조트 중 하나로 인식돼 왔다.

핵심은 PIC다.

PIC 괌과 PIC 사이판은 오랫동안 한국 가족여행 시장에서 괌·사이판을 대표하는 리조트였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 워터파크, 키즈 프로그램, 편하게 머무는 리조트 휴양을 떠올릴 때 PIC는 가장 먼저 거론되는 이름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 여행사 상품에서도 PIC는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니라 괌·사이판 가족여행의 기준점처럼 자리 잡았다.

PHR KOREA는 바로 이 PIC 괌과 PIC 사이판을 중심으로 한국 시장에서 성장했다. 한국 여행사 네트워크, 항공사, 랜드사, 미디어와의 관계를 통해 PIC를 한국 소비자에게 꾸준히 노출했고, 괌·사이판 가족여행 시장의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게 했다. 이 성과는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성공의 뒤에는 흥미로운 역설이 있다.

많은 한국 소비자는 PIC를 한국 시장에 깊이 뿌리내린 리조트로 받아들였다. 한국인 투숙객이 많고, 한국 여행사가 많이 팔고, 한국 가족여행객에게 익숙했기 때문에 때로는 한국계 리조트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PHR KOREA가 판매해온 핵심 포트폴리오는 일본 켄 코퍼레이션 계열의 호텔·리조트 자산이다. PHR KOREA 역시 일본 도쿄에 기반을 둔 Ken Corporation 그룹의 호텔 사업 계열인 Ken Hotels & Resorts Holdings의 한국 오피스 성격으로 소개된다.

즉, 한국 가족여행객이 괌·사이판 PIC를 키웠고, 그 성과는 일본계 호텔 자본의 괌·사이판 포트폴리오를 떠받치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 더 흥미로운 것은 시장의 전환이다. 과거 괌·사이판을 강하게 지탱했던 일본 시장은 사실상 과거의 위상을 잃었다. 한때 핵심 수요였던 일본 여행객은 2000년대 이후 빠르게 줄었고, 코로나19 이후에도 과거의 규모로 돌아오지 못했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한국 시장이었다.

결과적으로 일본계 호텔 자본이 보유한 괌·사이판 리조트 포트폴리오를, 정작 일본 시장이 아니라 한국 가족여행객이 가장 강하게 떠받쳐온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PHR KOREA 20년을 단순한 기업 성장사가 아니라 동아시아 휴양시장 구조 변화의 사례로 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이 역설은 흥미롭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괌·사이판 같은 섬 목적지는 항공 좌석과 객실 공급이 제한돼 있다. 한 시장이 대규모로 들어오면 빠르게 살아나지만, 그 시장이 흔들리면 충격도 크다. 일본 시장이 사실상 과거의 위상을 잃고, 중국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 시장이 핵심 수요로 부상한 것은 괌·사이판 리조트 업계에는 분명한 기회였다. 그러나 한 시장에 지나치게 기대는 구조는 호텔 마케팅에서 가장 위험한 구조 가운데 하나다.

정상적인 목적지·호텔 마케팅이라면 primary market, secondary market, tertiary market이 있어야 한다. 첫 번째 시장이 흔들릴 때 두 번째 시장이 받쳐주고, 두 번째 시장이 약할 때 세 번째 시장이 최소한의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 괌·사이판은 지금 그 균형이 약하다. 한국이 강하면 객실이 찬다. 그러나 한국이 흔들리면 대체할 시장이 충분하지 않다.

일본은 과거의 주력 시장이었지만 예전의 규모와 영향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회복 신호가 있지만, 괌·사이판 호텔 객실을 안정적으로 떠받칠 만큼의 과거 위상을 회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중국 시장은 더 복잡하다. 사이판과 북마리아나에서 중국은 한때 막강한 변수였다. 코로나19 이전 중국은 북마리아나 방문객의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중국 단체 시장은 크게 위축됐고, 항공 공급, 입국 절차, EVS-TAP 문제, 미·중 관계, 소비 심리 등이 겹치면서 회복이 제한적이다. 중국 시장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더 집요하게 추적했어야 했다. 항공 공급의 문제인지, 입국 절차의 문제인지, 가격 경쟁력의 문제인지, 목적지 이미지의 노후화인지, 콘텐츠와 홍보의 부재인지 계속 분석하고 대응했어야 한다.

문제는 중국과 일본이 흔들리는 동안 괌·사이판이 안정적인 대체 시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 본토 시장을 생각할 수 있지만, 거리와 항공, 가격, 휴양지 선택지를 고려하면 괌·사이판이 미국 본토 수요만으로 객실을 안정적으로 채우기는 쉽지 않다. 동남아 시장을 새로 끌어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필리핀,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국 또는 인근에 훨씬 저렴하고 접근성 좋은 해변 휴양지가 많다. 굳이 달러를 쓰며 괌·사이판으로 갈 이유를 설득하기 어렵다.

결국 괌·사이판은 한국 시장에 더 의존하게 된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이 고마운 시장이다. 장기적으로는 가장 큰 리스크가 된다.

괌은 사이판보다 상대적으로 나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괌정부관광청은 2025년 방문객 회복세를 발표했고, 특히 한국 시장이 괌 방문객 증가를 이끈 핵심 시장으로 나타났다. 2025년 12월 괌 방문객은 9만5141명이었고, 이 가운데 한국은 5만1757명, 일본은 2만9397명이었다. 한국은 여전히 괌의 핵심 시장이다.

반면 사이판과 북마리아나는 여전히 불안하다. 북마리아나 관광청 자료와 현지 보도에서는 한국 노선 축소, LCC 운항 불안정, 항공기 부족, 강달러, 동남아 목적지와의 경쟁이 반복적으로 거론된다. 사이판은 특히 항공 공급에 민감하다. 섬 목적지는 항공이 곧 생명선이다. 호텔이 아무리 좋아도 항공 좌석이 줄면 시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한국발 항공 공급이 줄고, LCC가 수익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사이판 리조트 시장은 바로 압박을 받는다. 항공사가 좌석을 넣어야 여행사가 상품을 만들고, 소비자가 일정을 짤 수 있다. 항공이 흔들리면 호텔 마케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여기에 강달러와 고환율 문제가 겹친다.

괌과 사이판은 미국령이다. 통화는 달러다. 이 점은 안전성과 미국식 휴양지 이미지를 만든 장점이기도 하지만, 고환율 시대에는 구조적 약점이 된다. 한국 소비자에게 괌·사이판 여행은 항공권, 호텔, 식음, 쇼핑, 액티비티, 현지 소비가 모두 달러 부담으로 연결된다. 고유가와 유류할증료도 변수지만, 환율은 여행지 전체의 가격 경쟁력을 더 지속적으로 압박한다.

원화 약세가 길어질수록 괌·사이판은 가격 대비 만족도를 다시 증명해야 한다. 과거에는 가까운 미국 휴양지, 아이와 가기 좋은 리조트, 패키지로 편하게 다녀오는 가족여행지라는 장점이 컸다. 그러나 지금 소비자는 훨씬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 베트남 다낭·나트랑·푸꾸옥은 가격 경쟁력과 신규 리조트 공급을 앞세운다. 대만은 짧은 비행거리와 음식, 도시 관광, 온천, 근교 여행을 결합한다. 일본 오키나와와 규슈, 홋카이도는 엔저와 높은 서비스 만족도를 무기로 한다. 인도네시아 발리, 필리핀 세부·보홀, 태국 푸켓과 코사무이도 가족·휴양 시장에서 계속 경쟁한다.

이제 한국 소비자는 괌과 사이판에 매몰되지 않는다.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휴양지, 부모와 함께 갈 수 있는 리조트, 짧은 비행거리의 해외여행지, 가성비 좋은 해변 목적지는 너무 많아졌다. PIC가 과거의 명성만으로 자동 선택되던 시대는 끝났다.

 PIC 사이판 리조트 전경
PIC 사이판은 한국 가족여행객에게 사이판 휴양을 대표하는 리조트 중 하나로 인식돼 왔다.

그렇다면 PHR KOREA의 다음 20년은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

첫째는 시설 경쟁력이다. PIC 괌과 PIC 사이판은 한국 가족여행 시장에서 강한 브랜드를 가졌지만, 소비자의 눈높이는 높아졌다. 객실 컨디션, 워터파크, 키즈 프로그램, 식음 품질, 리조트 내 동선, 사진 경쟁력, 후기 관리, 온라인 예약 편의성까지 모두 평가 대상이다. 과거의 추억이 현재의 만족을 보장하지 않는다. 리노베이션과 시설 개선은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브랜드 생존의 문제다.

둘째는 FIT 대응이다. PHR KOREA와 PIC 괌·PIC 사이판 역시 이 과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오랫동안 여행사 중심 판매망을 통해 성장해왔지만, 한국 시장은 이미 FIT 중심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FIT 시장을 위한 체계적인 정보 구조와 콘텐츠 전략, 직접 소비자와 연결되는 브랜드 경험은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지금의 문제는 “어떤 인플루언서를 쓸 것인가”가 아니라, “한국 소비자가 직접 검색하고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는 리조트로 다시 설계됐는가”다.

셋째는 마케팅 방식의 재정비다. 괌·사이판과 PIC의 마케팅은 오랫동안 특정 도구에 많이 기대왔다. 과거에는 여행사 판매망 의존도가 높았고, 목적지 인지도는 TV 프로그램과 스타 마케팅에 많이 기대왔다. 최근에는 그 자리를 인플루언서와 유튜버 협업이 대신하는 흐름이 강하다. 그러나 이것이 FIT 마케팅의 전부는 아니다.

FIT 시장은 단순히 유명인이 다녀가고, 영상이 올라가고, 조회수가 나오는 것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FIT 여행자는 직접 검색하고, 비교하고, 저장하고, 예약한다. 항공편, 객실 상태, 리조트 내 식음, 키즈 프로그램, 현지 교통, 액티비티, 비용 구조, 후기, 주변 여행지, 우천 시 대안까지 스스로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일회성 노출이 아니라, 검색 가능한 정보와 신뢰할 수 있는 콘텐츠,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는 동선이다.

인플루언서와 유튜버는 마케팅 도구 중 하나일 뿐이다. 그것이 전체 전략을 대신할 수는 없다. 목적지와 리조트 마케팅에는 여행 전문 미디어, 일반 미디어, 검색 콘텐츠, 상품 정보, 소비자 후기, 항공·호텔 연계 정보, 가족여행 동선, 현지 체험, 가격 설명, 위기 대응 메시지가 함께 필요하다. 한쪽으로 치우친 마케팅은 평상시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환율이 오르고 항공 좌석이 줄고 경쟁 목적지가 강해지는 순간 버티는 힘이 약하다.

FIT 시대의 마케팅은 노출 경쟁이 아니라 신뢰 경쟁이다. PIC가 다음 20년에도 한국 시장에서 선택받으려면, 여행사가 팔아주던 시장에서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는 시장으로 넘어가는 길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넷째는 가격 전략이다. 강달러 환경에서 괌·사이판 리조트는 가격 투명성과 체감 가치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단순 할인만으로는 답이 되지 않는다. 아이 동반 가족에게 어떤 비용이 포함되는지, 리조트 안에서 얼마를 더 쓰게 되는지, 식사와 액티비티, 공항 이동, 키즈 프로그램, 객실 업그레이드가 어떤 가치를 주는지 명확해야 한다. 달러 목적지일수록 가격 설명은 더 정교해야 한다.

다섯째는 시장 다변화다. 괌·사이판은 한국 시장을 붙잡아야 한다. 그러나 한국 시장 하나에만 기대서는 위험하다. 일본 회복을 꾸준히 시도해야 하고, 중국 시장의 제도적 회복 가능성을 살펴야 하며, 미국 본토와 대만, 홍콩 등 제한적이라도 보조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쉬운 대체 시장이 없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이 대목에서 괌·사이판 목적지 마케팅의 역할도 분리해서 봐야 한다. 한국 시장에서 괌과 사이판이 꾸준히 팔렸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정교한 목적지 PR의 결과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행사 상품, 항공 공급, 가족여행 수요, TV 프로그램과 스타 마케팅, 이후의 인플루언서·유튜버 협업이 시장을 끌어온 측면이 컸다. 반면 여행 전문 미디어와 일반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스토리텔링, 정기적인 프레스 릴리즈, 깊이 있는 목적지 정보 제공, 계절별 여행 콘텐츠 축적은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이 문제는 PHR KOREA만의 과제가 아니다. 괌·사이판 전체 목적지 마케팅, 항공 공급, 시장 다변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문제다. 이번 20주년을 계기로 PHR KOREA가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PIC 괌과 PIC 사이판을 여행사 중심의 과거 상품에서, FIT 소비자가 직접 검색하고 선택하는 현재형 리조트로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다.

PHR KOREA의 20년은 한국 여행업계와 함께 만든 성과다. 동시에 한국 시장이 일본계 괌·사이판 리조트 포트폴리오를 떠받쳐온 20년이기도 하다. 이 점은 축하와 함께 냉정하게 봐야 한다. 한국 시장은 지난 20년의 성장 기반이었지만, 다음 20년에는 가장 큰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 한 시장에 대한 의존이 높을수록 항공 공급, 환율, 소비 심리, 경쟁 목적지의 변화에 더 크게 흔들린다.

따라서 PHR KOREA의 다음 과제는 명확하다. 과거의 PIC 명성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PIC를 지금의 한국 소비자가 다시 선택할 수 있는 리조트로 재설계하는 일이다. 여행사 중심의 판매 구조를 유지하되, FIT 소비자가 직접 검색하고 선택할 수 있는 정보와 가격, 상품, 콘텐츠를 갖춰야 한다. 시설은 현재의 기준으로 다시 평가받아야 하고, 마케팅은 한국 시장 의존을 넘어 다층 시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20주년은 끝이 아니라 중간 점검이다. PHR KOREA가 지난 20년 동안 한국 여행시장과 함께 성장했다면, 다음 20년에는 훨씬 더 어려운 질문에 답해야 한다. PIC 괌과 PIC 사이판은 한국 가족여행의 추억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강달러와 FIT 시대에도 다시 선택받는 리조트로 재정의될 것인가.

그 답은 축하 행사장이 아니라, 앞으로의 투자와 시장 전략에서 나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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