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레저신문 ㅣ 박예슬기자
강진 백운동원림은 입구에서 전체가 한 번에 보이는 정원이 아니다. 대나무가 시야를 가리고 낮은 돌담을 지나야 연못과 정자, 한옥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넓은 잔디와 화려한 꽃을 전면에 내세운 관광정원과는 첫인상부터 다르다.
백운동원림은 월출산 옥판봉 남쪽 경사지에 자리한다. 1678년 이전 이담로가 조성한 별서정원으로 전해지며 이후 후손들에게 이어졌다. 자연 지형을 크게 바꾸지 않고 물과 돌, 나무 사이에 사람이 머물 공간을 넣은 것이 이곳의 핵심이다.
정약용은 이곳을 하나의 풍경이 아니라 12개의 장면으로 봤다
강진 유배 중이던 다산 정약용은 1812년 이곳을 찾은 뒤 백운동의 풍경을 12개 장면으로 나눠 기록한 백운첩을 남겼다. 이 기록은 백운동원림의 옛 모습을 이해하고 복원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됐다.

이 사실을 알고 걸으면 정원의 크기보다 시선이 머무는 자리가 중요해진다. 물가에서 보는 정자, 담장 너머 한옥, 나무 사이의 길이 각각 독립된 풍경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한옥보다 먼저 볼 것은 물이 흐르는 방식이다
원림에는 계곡물을 끌어들여 마당과 정원 안으로 흘려보낸 흔적과 유상곡수 유구가 남아 있다. 물은 작은 연못에만 머무르지 않고 석축과 공간을 연결한다.
연못 가까이 서면 낮은 곳의 물과 중간의 돌담, 높은 곳의 한옥이 층을 이루는 구조가 잘 보인다. 평평한 땅 위에 정원을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경사를 그대로 이용했다는 점이 드러난다.

낮은 돌담 하나가 정원의 깊이를 만든다
백운동원림에서 사진이 잘 나오는 지점 가운데 하나는 돌담이다. 담 아래의 풀과 계절꽃, 기와선, 그 뒤의 한옥이 겹치면서 한 화면에 여러 층이 생긴다.
계절에 따라 중심도 달라진다. 봄에는 새잎과 꽃, 여름에는 짙은 녹음, 가을에는 단풍과 꽃, 늦가을 이후에는 나뭇잎 뒤에 가려졌던 건물의 선이 더 분명해진다.
대숲길은 이동구간이 아니라 첫 번째 풍경이다
백운동원림으로 들어가는 대숲길에서는 바깥 시야가 자연스럽게 좁아진다. 햇빛은 대나무 잎 사이로 잘게 들어오고 길 끝이 바로 보이지 않는다.

이 길을 지나 한옥과 연못을 만나는 순서 자체가 정원의 일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정원 전체를 보는 곳과 달리 접근 과정에서 분위기가 한 번 바뀐다.
규모는 작지만 10분 만에 보기엔 아깝다
한옥 몇 채만 확인하고 돌아서면 금방 끝난다. 하지만 물길과 연못, 돌담, 대숲, 석축과 나무의 위치를 천천히 살피면 40분에서 1시간 정도는 잡는 편이 좋다.
길은 비교적 어렵지 않지만 흙길과 돌길이 섞여 있어 비가 온 뒤에는 미끄러울 수 있다. 부모님이나 아이와 함께라면 서두르지 않고 그늘과 정자에서 쉬어가며 둘러보는 편이 낫다.

백운동원림만 보고 돌아가기엔 월출산 차밭이 가깝다
원림 밖으로 나오면 월출산 다원이 이어진다. 원림 안에서는 나무와 담장이 시야를 좁히지만 차밭에서는 시야가 크게 열리며 월출산 암봉까지 한 번에 들어온다.
하나는 숲 안에 감춰진 정원이고 다른 하나는 산을 향해 열린 풍경이다. 두 장소를 함께 묶으면 같은 월출산 자락에서 전혀 다른 장면을 볼 수 있다.
화려하지 않아 오히려 오래 머물게 되는 정원
백운동원림에는 거대한 누각이나 대형 연못, 화려한 조경시설이 없다. 대신 돌담 하나와 작은 연못, 오래된 나무, 정자와 산비탈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정약용이 이곳을 12개의 풍경으로 나눠 기록한 이유도 이런 공간의 성격과 맞닿아 있다. 한 장면으로 끝나지 않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시선이 달라지는 정원이다.
여행정보
위치: 전남 강진군 성전면 월하리 백운동원림 일원
핵심 볼거리: 대숲길, 연못, 유상곡수 흔적, 돌담, 한옥, 정자, 백운동 12경
추천 동선: 주차 → 대숲길 → 원림 내부 → 연못과 정자 → 돌담 → 원점회귀 → 월출산 다원
소요시간: 원림만 40분~1시간, 월출산 다원까지 포함 약 1시간30분
체감 난이도: 쉬운 편
추천 대상: 가족여행, 부모님 동반 여행, 역사여행, 사진여행, 정원여행
준비물: 편한 운동화, 여름철 물과 모자
주의사항: 비 온 뒤 흙길과 돌길 미끄럼 주의
연계코스: 월출산 다원, 무위사, 월출산 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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