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수송 손실 4,488억’의 착시…65~69세 유료화 예상수입은 572억

서울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무임수송 손실 4,488억원’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 금액은 65~69세만의 손실이 아니다. 서울시가 이 연령층을 유료화해 기대하는 추가 운임수입은 572억원이다. 실제 비용부터 따져보았다.

서울 지하철 개찰구에서 교통카드를 사용하는 고령층 승객들
서울 지하철 개찰구를 이용하는 고령층 승객들. 참고사진: 여행레저신문 AI편집실

서울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현행 65세에서 70세로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행되면 현재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65~69세가 유료 승차로 전환된다. 서울시는 9월 말까지 정책안을 마련하고 10월 초 공청회를 여는 것을 목표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1. 4,488억원은 무엇인가

관련 보도에는 서울교통공사의 ‘무임수송 손실 4,488억원’이라는 숫자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이 숫자만 보면 노인 무임승차가 서울 지하철에 매년 4,488억원의 손해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4,488억원은 이번 정책의 직접 대상인 65~69세 노인 무임승차로 발생한 손실이 아니다. 서울교통공사가 노인뿐 아니라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을 포함한 전체 무임수송에 대해 산정한 금액이다. 2025년 전체 무임수송 인원은 2억8,379만5천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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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69세의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올리는 문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전체 무임수송 4,488억원이 왜 관련 보도에서 반복해서 앞세워지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2. 3,832억원은 무엇인가

서울교통공사가 65세 이상 경로 무임승차에 대해 산정한 손실금은 3,832억원이다. 이것 역시 이번에 유료화가 검토되는 65~69세만의 금액이 아니다. 65세 이상 전체 경로 무임승차에 대해 산정한 금액이다.

3. 572억원은 무엇인가

반면 65~69세를 실제 유료로 전환했을 때 서울시가 기대하는 추가 운임수입은 572억원이다.

서울시는 65~69세의 연간 지하철 이용을 약 8,500만건으로 보고, 유료화 이후에도 43.5%가 계속 지하철을 이용할 것으로 예상해 이 금액을 계산했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교통카드를 확인하는 고령의 남녀 승객
지하철 승강장에서 교통카드를 확인하는 고령층 승객들. 참고사진: 여행레저신문 AI편집실

실제 손실은 얼마인가

572억원은 손실액이 아니라 기대수입

그렇다면 이제 572억원을 살펴볼 차례다.

서울시가 65~69세를 유료로 전환했을 때 기대하는 추가 운임수입은 572억원이다. 중요한 것은 이 572억원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손실액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료였던 65~69세에게 앞으로 요금을 받았을 때 새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는 수입이다.

그렇다면 현재 65~69세의 무임승차 때문에 서울교통공사에 실제로 발생하는 비용은 얼마인가.

정작 이 수치는 공개돼 있지 않다.

1인당 수송원가 1,817원은 실제 추가비용과 다르다

서울교통공사는 2025년 승객 1인당 수송원가를 1,817원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금액은 무임승객 한 명이 더 탔을 때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아니다.

공사가 밝힌 계산식은 총괄원가를 전체 승차인원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총괄원가에는 인건비와 경비, 자본비용 등이 들어간다.

승객 한 명이 더 탄다고 열차 한 편이 추가로 운행되거나 기관사와 역무원이 더 투입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교통공사가 발표한 전체 무임수송 손실 4,488억원을 전체 무임수송 2억8,379만5천건으로 나누면 1회당 약 1,581원이다. 경로 무임수송 3,832억원을 경로 무임수송 2억4,234만1천건으로 나눠도 약 1,581원이다. 두 값이 거의 같다.

그러나 이 1,581원 역시 승객 한 명이 더 타서 실제로 늘어난 비용은 아니다. 총괄원가를 인원수로 나눈 평균비용이지, 승객이 한 명 늘거나 줄었을 때 실제로 움직이는 비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져야 할 것은 ‘한계비용’이다

교통경제학에서 이 경우 따져야 할 것은 승객 한 명이 추가됐을 때 실제로 늘어나는 한계비용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도 노인 무임승차 문제와 관련해 낮 시간대 기존 열차에 노인이 추가로 승차한다고 해서 한계비용 자체가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지하철의 비용 구조에서 인건비, 전동차 운행비, 선로·역사 유지비 같은 고정비용은 승객 수와 무관하게 이미 지출된다. 열차 운행 횟수와 편성은 출퇴근 혼잡도를 기준으로 정해지므로, 그 여유 좌석에 승객이 몇 명 더 타거나 덜 타는 것은 운행 비용 자체를 바꾸지 않는다. 이런 구조에서 승객 1인 추가로 실제 늘어나는 비용은 전력 소비, 마모 등 극히 일부 변동비에 그친다는 것이 한계비용 개념의 골자다.

서울시가 보는 65~69세 연간 이용량 8,500만건을 기준으로 실제 추가비용을 1회당 50원으로 가정하면 연간 42억5천만원, 100원으로 잡으면 85억원이다.

50원과 100원은 서울교통공사가 산정한 공식 비용이 아니다. 다만 완전히 임의의 숫자도 아니다. 앞서 계산한 평균비용 1,581원의 3~6% 수준으로, 전력비 등 순수 변동비가 총괄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는 일반적인 철도 비용 구조를 참고해 실제 비용의 규모가 얼마나 작을 수 있는지 가늠해보기 위한 예시적 가정이다. 이 가정의 타당성 자체도 공사가 실제 원가 구조를 공개해야 검증할 수 있다.

정확한 금액은 서울교통공사가 계산해서 공개하면 된다.

공청회 전에 먼저 내놓아야 할 숫자

서울시가 65세에서 70세로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는 중요한 결정을 하려면 공청회에 앞서 비용과 수입부터 정확히 내놓아야 한다.

전체 무임수송의 실제 비용

노인·장애인·국가유공자 등을 모두 포함한 무임승객을 태우면서 실제로 추가되는 비용이 얼마인지, 이들을 모두 유료로 전환한다고 가정했을 때 예상되는 운임수입은 얼마인지 각각 제시해야 한다. 4,488억원이라는 ‘손실’ 하나로 두 가지를 대신할 수 없다.

65세 이상 경로 무임수송의 실제 비용

65세 이상 노인 전체를 무료로 태우면서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인지 밝혀야 한다. 그리고 65세 이상 전체를 유료로 전환한다고 가정할 경우 받을 수 있는 운임수입도 따로 계산해야 한다. 3,832억원을 ‘손실’이라고 부르는 것만으로는 비용과 매출을 구분할 수 없다.

65~69세의 비용과 예상수입

이번 정책의 직접 대상인 65~69세는 더 명확해야 한다. 이들을 무료로 태우는 데 실제로 얼마가 드는지, 유료로 바꿀 경우 얼마의 운임수입이 생기는지 두 숫자를 함께 내놔야 한다. 현재 공개된 것은 후자인 572억원이다. 앞의 숫자가 없다.

이 세 가지를 공개한 뒤 65세가 맞는지, 70세가 맞는지를 논의해야 한다.

서울 도심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에 탑승하는 고령층 승객들
시내버스에 탑승하는 고령층 승객들. 참고사진: 여행레저신문 AI편집실

버스 지원비 525억원, 왕복하면 월 7번

서울시는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70세로 높이는 대신 70세 이상에게 버스요금을 월 최대 14회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가 추산한 연간 버스 지원비는 약 525억원이다. 65~69세 유료화로 기대하는 572억원에 육박한다. 두 금액의 차이는 47억원이다.

월 14회는 왕복으로 계산하면 한 달 7번이다. 병원과 장보기, 복지관 이용 등 일상적인 이동을 감안하면 충분한 교통복지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여기에 대상자 관리와 교통카드, 정산·전산체계 등을 바꾸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계산에 포함해야 한다. 572억원의 기대수입만 놓고 정책의 손익을 계산할 수 없는 이유다.

놓치지 말아야 할 두 가지 변수

숫자를 둘러싼 논쟁 이전에, 이번 정책이 건드리는 두 영역이 있다. 하나는 정책이 만들어내는 반대급부의 비용이고, 다른 하나는 정책이 영향을 미치는 사람의 범위다.

이동이 줄면서 생기는 복지비용

노인의 이동을 줄였을 때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계산해야 한다.

서울연구원은 2021년 노인 지하철 무임승차가 이동 증가를 통해 의료비와 노인복지예산을 줄이고, 우울증 예방 등에 기여하는 사회경제적 편익을 연간 약 3,600억원 규모로 소개했다.

이 조사는 조사 시점과 대상, 계산 방식이 지금의 65~69세 유료화 논의와 다르다. 그래서 3,600억원을 지금의 572억원에서 그대로 빼는 식의 계산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수치를 인용하는 이유는 정확한 상쇄액을 제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동 감소가 만들어내는 비용’이라는 항목 자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노인의 이동을 줄이면 지하철 비용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병원 이용, 건강관리, 사회활동, 고립과 돌봄 등 다른 복지 영역에도 영향을 준다. 그 비용도 이번 정책 검토에 항목으로 들어가야 하며, 서울시가 별도로 다시 추산해 공개할 필요가 있다.

65~69세 저소득층과 생계형 이용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연령만 올려 일괄적으로 유료화할 경우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사람은 교통비 부담이 큰 계층이다.

2023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9.8%, 65세 이상 고령자의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69만5천원이었다.

특히 2023년 노인실태조사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65~69세의 83.3%가 일하는 이유로 ‘생계비 마련’을 꼽았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65~69세에게 지하철 요금은 여가비가 아니라 출근비다.

무임승차 연령을 올린다면 저소득층과 생계형 이용자에게 어떤 대책을 적용할지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연령 기준 하나로 일괄 전환하는 방식과, 소득이나 근로 여부에 따라 지원을 달리하는 방식 중 무엇을 택할지가 이 정책의 또 다른 쟁점이다.

65세냐 70세냐보다 먼저 할 일이 있다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조정할 것인지는 논의할 수 있다. 제도를 그대로 둘 것인지, 연령을 높일 것인지, 소득에 따라 지원할 것인지도 따져볼 수 있다.

그러나 손실을 이유로 제도를 바꾸려면 실제 비용부터 밝혀야 한다.

전체 무임수송의 실제 비용과 예상 운임수입, 65세 이상 노인 무임수송의 실제 비용과 예상 운임수입, 이번 정책의 대상인 65~69세의 실제 비용과 유료화 예상수입을 각각 공개해야 한다.

그 위에 버스 지원비와 제도 운영비, 노인의 이동 감소로 생기는 복지비용, 저소득층 대책을 올려놓고 비교해야 한다.

그 계산을 먼저 내놓은 뒤 65세냐 70세냐를 논의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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