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네댓 명이 1박2일 여행을 다녀오면 숙박비와 식비만 해도 적지 않다. 그런데 화천에서는 지금 그 돈의 절반을 다시 받을 수 있다.
화천군의 ‘반값여행’이 9월부터 시작됐다. 화천에서 숙박하고 밥을 먹고 체험하면서 인정되는 여행비를 쓰면 50%를 모바일 지역화폐로 돌려준다. 개인은 최대 10만원, 2인 이상 단체는 최대 20만원, 3~5인 가족은 최대 50만원이다. 19~34세 청년이 개인으로 신청하면 70%, 최대 14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다만 여행부터 다녀오면 안 된다. 출발 전에 신청해야 한다. 인정되는 업소와 결제 조건도 따로 있으니 여행 날짜를 잡았다면 신청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다.
50만원 돌려준다는데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숙박 한 번에 식사 몇 끼, 카페와 체험까지 들어가면 가족여행 지출은 금세 커진다. 이번 사업은 그 돈의 절반을 다시 돌려준다는 점에서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50만원을 받기 위해 억지로 돈을 쓸 필요는 없다. 화천은 1박2일로도 다 돌아보기 어려울 만큼 여행지가 넓게 흩어져 있다. 어디를 먼저 보고 어디서 하루를 묵을지 정한 뒤 그 일정 안에서 지원을 받는 편이 낫다.
화천읍을 중심으로 파로호와 북한강이 있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평화의댐과 비수구미, 백암산이 나온다. 칠성전망대까지 들어가면 민간인이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접경지역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반대로 화천읍 주변에는 산소100리길과 살랑교, 붕어섬, 산천어커피박물관, 화천시장이 있다.
하루에 모두 돌아보려고 하면 여행보다 운전이 길어진다. 반값여행을 제대로 이용하려면 오히려 하루를 묵는 쪽이 화천을 보기에도 좋다.
화천 여행은 파로호에서 시작해볼 만하다
화천에 처음 왔다면 파로호부터 가보는 게 좋다.
화천댐 건설로 만들어진 인공호수지만 이곳에는 화천의 근현대사가 겹쳐 있다.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전쟁 이후 수복의 역사도 파로호와 떼어놓을 수 없다. 화천 여행을 파로호에서 시작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산 사이로 깊숙이 들어온 물길을 따라가면 파로호 주변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에는 파로호안보전시관이 있고 평화누리호를 타고 호수를 돌아볼 수도 있다.
차를 타고 평화의댐으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파로호를 배로 건너보는 것도 좋다. 호수 위에서 보는 산줄기와 물길은 도로에서 보는 모습과는 또 다르다.

비수구미로 들어서면 화천 여행은 깊이를 더한다
평화의댐으로 향하다 비수구미 쪽으로 길을 잡으면 주변이 금세 조용해진다.
비수구미는 파로호 안쪽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한국전쟁 이후 사람들이 들어와 화전을 일구며 살았고, 한때는 100가구가 넘는 주민이 살았지만 지금은 몇 가구만 남아 있다.
마을로 들어가는 과정 자체가 여행이다. 해산령을 넘고 산길을 내려가면서 파로호와 골짜기가 번갈아 나타난다. 가을이면 산색까지 바뀌어 드라이브만으로도 시간을 내볼 만하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겨울 산천어축제로 기억하던 화천은 멀어진다. 산과 물, 작은 마을이 전부인 듯한 길이 이어진다. 우리가 알던 화천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평화의댐에 서면 화천이 왜 접경지역인지 알게 된다
비수구미를 지나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평화의댐이다.
평화의댐은 높이 125m, 길이 601m다. 댐 중앙에는 ‘통일로 나가는 문’을 형상화한 높이 93m, 폭 60m의 대형 트릭아트가 있고 세계평화의종공원과 물문화관, 비목공원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여기서 더 북쪽의 화천을 보고 싶다면 백암산케이블카나 칠성전망대를 고르면 된다. 칠성전망대는 해발 596m GOP 지역에 있어 관람시간과 등록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신분증도 필요하다.
파로호에서 출발해 비수구미와 평화의댐까지 올라왔다면 화천이 왜 접경지역인지 굳이 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해된다.

돌아오는 길에는 북한강을 걷는다
접경지역에서 하루를 보냈다면 다음 날은 화천읍과 북한강 쪽으로 내려오는 편이 좋다.
꺼먹다리는 한국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오래 머물 곳은 아니지만 전날 파로호와 평화의댐에서 본 화천의 역사를 이어서 보기 좋다.
그다음부터는 여행이 한결 가벼워진다. 북한강을 따라 산소100리길이 이어지고 숲으로다리와 살랑교가 나온다. 물가를 천천히 걷다가 붕어섬이나 거례리 사랑나무까지 내려가도 좋다.

화천까지 왔는데 뭘 먹고 갈까
화천 하면 산천어부터 떠오른다. 하지만 산천어축제가 없는 가을까지 산천어만 찾을 필요는 없다.
파로호 주변에는 민물회와 매운탕을 내는 음식점들이 있고 화천읍으로 내려오면 선택지가 훨씬 많아진다. 화천군 관광자료에는 쏘가리·메기·향어 등을 이용한 민물요리와 추어탕, 어죽탕, 두부전골, 붕어찜 등이 지역 먹거리로 소개돼 있다.
화천시장에서는 토마토와 감자, 산나물류 등 지역 농산물과 가공품도 만날 수 있다. 비수구미와 평화의댐을 돌아보는 날에는 식사 장소와 영업시간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게 좋다.
반값여행을 이용한다면 한 가지를 더 봐야 한다. 음식점이나 숙박업소라고 모두 환급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용 전에 인정 업소인지 확인해야 한다.
1박2일이면 우리가 몰랐던 화천이 남는다
첫날은 파로호에서 출발해 비수구미와 평화의댐을 돌아본 뒤 화천읍에서 하루를 묵는다.
둘째 날에는 백암산케이블카나 칠성전망대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 돌아오는 길에 꺼먹다리와 산소100리길, 살랑교, 화천시장을 붙이면 일정이 지나치게 바쁘지 않다.
아이들이 있다면 접경지역 일정을 조금 줄이고 붕어섬이나 산천어커피박물관을 넣으면 된다. 걷기를 좋아한다면 비수구미와 산소100리길에 시간을 더 주면 된다.
화천은 겨울 산천어축제로 워낙 유명해 다른 계절의 모습이 가려져 있었다. 파로호에서 시작해 비수구미와 평화의댐을 돌아보고 북한강으로 내려오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화천이 꽤 많이 남는다.
여기에 여행경비의 절반, 가족이라면 최대 5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올가을 화천을 다시 한번 찾아볼 이유로는 충분하다.
화천의 역사와 문화 | 파로호에 남은 전쟁과 수복의 기억
화천은 북한강 상류에 자리한 접경지역이다. 지금의 관광지 상당수에는 일제강점기 수력개발과 한국전쟁, 수복, 분단이라는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장면이 겹쳐 있다.
화천댐은 일제강점기인 1939년 착공해 1944년 완공됐다. 북한강을 막아 발전용 댐을 만들면서 거대한 인공호수가 생겼다. 지금의 파로호다. 댐 건설 과정에서 화천과 양구 일대 일부 마을과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광복 뒤 화천댐은 38선 이북에 놓였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전력 생산과 북한강 수계를 장악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해야 할 군사적 요충지가 됐다.
1951년 화천저수지 일대에서는 국군 제6사단과 중공군 사이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전쟁 이후 화천저수지에는 ‘적을 깨뜨린 호수’라는 뜻을 담은 파로호라는 이름이 붙었다.
화천은 전쟁 뒤 수복지구가 됐다. 1953년 휴전협정이 체결된 뒤에도 군정이 이어졌고 1954년 UN군정에서 대한민국으로 행정권이 넘어왔다.
파로호 아래에는 전쟁보다 훨씬 오래된 화천도 있다. 1980년대 평화의댐 건설 과정에서 파로호의 물을 빼자 수몰됐던 마을 흔적과 함께 구석기 유적과 고인돌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늘날 여행자가 만나는 파로호와 꺼먹다리, 평화의댐, 칠성전망대는 서로 떨어진 관광지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사를 따라가면 하나로 연결된다. 화천의 여행길 곳곳에는 전쟁 이전의 마을부터 한국전쟁과 수복, 현재의 접경지역까지 서로 다른 시간이 겹쳐 있다.
화천 반값여행
강원특별자치도 화천군을 찾는 외지 관광객이 지역에서 사용한 인정 여행경비의 50%를 모바일 지역화폐로 돌려받는 여행지원 사업이다. 개인 최대 10만원, 2인 이상 단체 최대 20만원, 3~5인 가족 최대 50만원이며 19~34세 청년 개인은 70%, 최대 14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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