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행이라고 하면 으레 10월 중순 이후 바위 능선을 물들이는 울긋불긋한 단풍을 떠올린다. 하지만 남도 땅에서는 단풍이 채 도착하기도 전, 산자락 밑바닥부터 붉은 꽃물결이 먼저 번져 오른다. 나무 위가 아니라 발밑에서 시작되는 가을의 전령, 바로 꽃무릇이다.
전남 함평군 해보면 모악산 자락. 통일신라 8세기 중반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용천사를 병풍처럼 두른 골짜기는 9월 중순이면 선홍빛 꽃바다로 바뀐다. 꽃무릇은 꽃과 잎이 서로 다른 시기에 나오는 식물이다. 오는 9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 동안 열리는 ‘제27회 함평모악산 꽃무릇축제’를 맞아 남도의 가을 숲길이 붉게 물든다.

평지 화단과는 차원이 다르다… 숲속 빛내림과 어우러진 4km 꽃길
함평의 대표 경관 가운데 하나인 용천사 꽃무릇공원의 매력은 도심 수목원이나 인위적인 테마파크의 평지 화단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데 있다. 자연스러운 산등성이와 활엽수림, 대나무 숲 그늘을 따라 꽃무릇 군락이 이어진다.
용천사 진입로와 모악산 등산로 양쪽으로 조성된 꽃무릇 꽃길은 약 4km에 이른다. 길을 걷다 보면 나무 틈새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이 숲 바닥에 사선으로 떨어지고, 짙은 녹색 숲을 배경으로 붉은 꽃잎이 선명하게 살아난다.

용천사와 꽃무릇이 함께 남은 이유
꽃길 안쪽에는 통일신라 8세기 중반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용천사가 자리한다. 함평군은 용천사 석등을 전라남도 지정 문화유산으로 소개하고 있다.
꽃무릇은 예부터 사찰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함평군 관광안내도 꽃무릇 뿌리를 말려 불화 보존 등에 활용했던 전통 때문에 사찰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용천사와 꽃무릇 군락이 한 풍경 안에서 이어지는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음 대신 숲 치유… 맨발 걷기와 생태 탐방
올해 축제는 모악산의 꽃무릇과 고목, 산책로 등 자연경관을 보존하면서 웰니스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데 무게를 둔다. 함평군 사업계획에는 맨발걷기, 숲 해설사와 함께하는 생태탐방, 언플러그드 음악회 등이 포함돼 있다.
정상까지 오르지 않아도 꽃무릇공원과 용천사 주변 산책로에서 핵심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편안한 운동화나 가벼운 트레킹화를 준비하고 숲길과 사찰을 천천히 이어 걷는 방식이 좋다.

사진은 오전 숲빛을 노린다
꽃무릇의 붉은색을 사진에 담으려면 한낮의 강한 직사광선보다 햇빛이 낮은 오전 시간이 유리하다. 특히 숲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시간에는 역광이나 반역광 구도로 꽃잎과 수술의 윤곽을 살리기 좋다. 다만 현장의 빛은 날씨와 숲의 방향에 따라 달라지므로 특정 시각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오전 시간대를 넓게 잡는 편이 안전하다.
하루 일정으로 확장하려면 함평자연생태공원이나 함평천지전통시장 등을 함께 묶을 수 있다. 모악산 너머 영광 불갑사 역시 대표적인 꽃무릇 명소여서 차량 이동 일정에 따라 연계할 만하다.
꽃무릇은 개화 기간이 길지 않다. 축제 기간과 실제 만개 시점은 기온과 강수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출발 전 함평군과 함평축제관광재단의 최신 현장사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단풍보다 먼저 숲 바닥을 붉게 채우는 모악산의 가을은 9월에 먼저 시작된다.
TRAVEL GUIDE : 함평 모악산 꽃무릇 숲길
- 축제 기간: 2026년 9월 16일~20일
- 행사 장소: 전남 함평군 해보면 용천사 꽃무릇공원 일원
- 핵심 꽃길: 모악산 등산로와 용천사 진입도로 양쪽 약 4km
- 추천 동선: 꽃무릇공원 → 숲길 → 용천사 → 주변 꽃무릇 군락
- 촬영: 숲 사이 사광이 들어오는 오전 시간대 권장
- 준비: 편안한 운동화 또는 가벼운 트레킹화, 모기 기피제
- 연계: 함평자연생태공원·함평천지전통시장·영광 불갑사
- 확인: 실제 개화 상태와 축제 세부 운영·주차 정보는 출발 직전 공식 홈페이지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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