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높은 가을 하늘 아래 전북특별자치도 장수군 의암공원과 누리파크 일원이 거대한 붉은 축제의 장으로 탈바꿈했다. 지난 10일 힘찬 출발을 알렸던 제20회 장수 한우랑사과랑축제가 오는 13일 일요일, 4일간의 화려했던 여정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을 맞이한다. 20회를 맞은 올해 축제는 단순한 관람형 행사를 넘어 장수의 청정 고원에서 길러낸 붉은 농특산물을 현장에서 직접 맛보고 즐기는 미식 축제로서의 정체성을 한층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축제의 마지막 날을 알차게 즐기려는 여행자라면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촘촘하게 짜인 동선을 따라 발걸음을 재촉할 필요가 있다.
한우 20~30% 싸게 산다…좋은 부위 잡으려면 오전이 승부
축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활기를 띠는 곳은 단연 한누리종합운동장 옆에 널찍하게 둥지를 튼 ‘장수한우마당’이다. 장수농협과 장계농협, 무진장축협, 장수한우유통사업단이 한마음으로 뭉쳐 질 좋은 한우를 넉넉하게 공급하고 있다. 정육 판매장에 들어서면 선홍빛 마블링이 살아있는 등심과 안심, 채끝은 물론 귀한 특수부위까지 시중 정육점이나 식당보다 약 20~30% 저렴한 축제 특가로 판매된다. 고기를 고른 방문객들은 바로 곁에 마련된 대규모 셀프시식부스로 향한다. 참숯 불판과 신선한 쌈 채소, 양념이 한 상 가득 차려지면 두툼한 한우 한 점이 지글거리며 익어가는 고소한 냄새가 야외 행사장을 가득 채운다. 마지막 날 한우마당은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쉬지 않고 운영되지만, 인기 높은 특수부위나 상위 등급 고기는 오후 일찍 바닥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 오전이나 이른 점심시간에 먼저 들러 자리를 잡는 편이 현명하다.
소비자들이 장수 한우에 열광하는 까닭은 특유의 지리적 환경과 유구한 사육 전통에 있다. 진안·무주와 함께 ‘무진장’으로 불리는 장수는 군 전체 면적의 75% 이상이 산림으로 둘러싸인 평균 해발 400~650m의 고원 분지 지대다. 산간 지대의 맑고 차가운 공기와 풍부한 천연 암반수를 마시며 자란 장수 한우는 지방 침착이 과하지 않으면서도 올레인산 함량이 높아 고소한 풍미가 짙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큰 일교차 속에서 근육 세포가 수축과 이완을 반복해 육질의 탄력성과 보수력이 뛰어나며, 씹을수록 담백하면서도 묵직한 감칠맛을 남긴다.

홍로 1번지 장수…100여 농가 ‘최고 사과’ 한자리
고기 굽는 연기 속에서 배를 든든하게 채웠다면 상큼한 과즙으로 입가심을 할 차례다. 종합운동장 맞은편에 들어선 ‘사과마당’은 제철을 맞아 붉게 익은 ‘홍로’ 사과의 달콤한 향기로 가득 차 있다. 장수는 전국 최대 규모의 홍로 사과 주산지로, 1980년대 후반 고원 기후에 적합한 사과 연구를 거듭한 끝에 한가위 명품 사과의 산실로 자리 잡았다. 해발 500m 안팎의 준고랭지 기후는 11도 이상의 극심한 일교차를 형성하는데, 이는 병충해를 자연적으로 억제할 뿐 아니라 사과의 착색을 돕고 과당 형성을 촉진해 과육을 한층 단단하게 만든다.
바로 옆 주제관에서는 지역 100여 개 전문 농가가 저마다의 자부심을 걸고 출품한 장수사과 품평회가 마지막 날까지 열기를 뿜어낸다. 심사위원들의 깐깐한 눈을 통과해 색깔과 모양, 당도, 균일도에서 최고점을 받은 명품 사과들이 단정한 자태로 진열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축제 현장 직거래 장터에서는 농가에서 갓 수확해 온 정품 홍로 사과를 중간 유통 마진 없이 상자째 알뜰하게 실어갈 수 있어 장바구니를 든 알뜰 여행객들의 손길이 쉼 없이 이어진다.

오전 10시부터 선착순…사찰음식·티니핑·사과낚시까지
마지막 날인 13일 축제를 온전히 누리려면 시계바늘이 오전 10시를 가리키는 순간부터 움직여야 한다.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 종합운동장 메인무대에서는 은은한 숲의 향을 담아내는 ‘정효스님과 함께하는 사찰음식 만들기’가 펼쳐진다. 은은한 향이 배어나는 연잎밥을 짓고 가을 들녘의 신선한 제철 나물을 무쳐내는 이 특별한 요리 교실은 전체 70개 팀 가운데 30개 팀을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접수한다. 팀당 1만 원이라는 부담 없는 참가비로 정갈한 힐링 밥상을 직접 차려볼 수 있어 접수 창구는 축제 문이 열리자마자 북새통을 이룬다.
점심 무렵부터는 아이들의 손을 잡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누리파크 쪽으로 쏟아진다. 아이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인기 애니메이션 ‘캐치! 티니핑’ 싱어롱 공연이 누리파크 홍보관 야외무대에서 오후 1시와 오후 4시, 총 두 번에 걸쳐 흥겨운 무대를 선보인다. 무대 곁에 마련된 발물놀이장에서는 시원한 물살을 가르며 가을 볕 아래서 아이들이 뛰놀 수 있도록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문을 연다. 종합운동장과 의암공원 곳곳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1회 1천 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사과양궁과 사과볼링, 사과골프 등 아기자기한 참여형 놀이가 펼쳐져 가족 모두에게 유쾌한 웃음을 선물한다.
자연 경관을 벗 삼아 이색 체험을 즐기고 싶다면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의암호 수변으로 향하면 된다. 의암호에서는 페달을 밟으며 물살을 가르는 수상자전거는 물론, 호숫가 나무 데크에 기대어 긴 뜰채를 뻗어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새빨간 사과를 건져 올리는 독특한 ‘사과 낚시’가 펼쳐져 연인과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축제 카카오톡 공식 채널을 친구로 등록하고 행운의 숫자 5개를 고르면 추첨을 통해 1등에게 순금 1돈, 2등에게 순금 반돈을 증정하는 ‘사과로또’ 이벤트 역시 13일 현장에서 행운의 주인공을 가려내므로 축제장을 떠나기 전 잊지 말고 챙겨볼 만하다. 의암공원 너른 잔디밭 한편에는 성인 키를 훌쩍 넘기며 몸무게가 1,700kg에 달하는 압도적인 위용의 거대 한우 종모우가 관람객을 맞아 축제의 살아있는 상징물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한우·사과에 오미자·토마토까지…장수 ‘레드푸드’ 총출동
한우와 사과로 대표되던 장수의 잔치는 이제 토마토와 오미자까지 품에 안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레드푸드 페스티벌’로 한 단계 진화했다. 의암공원 야외무대 주변으로 길게 늘어선 레드푸드존 10여 개 부스와 향토음식거리에서는 장수의 붉은 농산물을 창의적으로 재해석한 다채로운 먹거리가 침샘을 자극한다. 새콤하고 시원한 오미자 에이드와 사과 생과일주스는 기름진 한우를 맛본 뒤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주기에 더할 나위 없고, 지역 부녀회와 향토 식당들이 손수 끓여낸 소고기국밥과 바삭한 사과 튀김은 축제장의 훈훈한 인심을 고스란히 전한다.
왜 장수 축제는 온통 빨간색일까…주논개 ‘朱’까지 이어진 색
이처럼 장수가 모든 축제의 상징을 ‘빨간색’으로 칠한 배경에는 지역의 깊은 역사와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다. 지난 2007년 처음 닻을 올린 장수 한우랑사과랑축제는 장수의 대표적 자연 산물인 한우의 붉은 육질, 붉게 영근 사과와 오미자, 토마토의 공통 색상을 하나로 엮었다. 여기에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에 투신한 장수 태생의 의기(義妓) 주논개(朱論介)의 성씨인 붉을 ‘주(朱)’ 자를 결합해 전국 유일의 ‘레드 컬러 페스티벌’이라는 독창적인 도시 브랜드를 완성했다. 초가을의 푸른 산천과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붉은빛 천막과 조형물, 그리고 운동장 트랙을 힘차게 행진하는 퍼레이드 행렬은 장수가 가진 생명력과 열정을 고스란히 대변한다.
오후 7시 박현빈 뜬다…100분 폐막콘서트로 마지막 밤
황혼이 깃들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축제는 가장 화려한 피날레를 향해 치닫는다. 13일 오후 7시, 한누리종합운동장 메인무대에서는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메인 폐막콘서트가 약 100분간 펼쳐진다. 호소력 짙은 보컬로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윤세준의 무대를 시작으로, 화려한 퍼포먼스로 무대를 장악하는 트로트 걸그룹 오로라, 그리고 남녀노소 누구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트로트계의 영원한 황태자 박현빈이 연달아 무대에 올라 장수의 밤하늘을 뜨거운 함성과 열기로 가득 채운다.

오전 10시 입장→오후 7시 콘서트…마지막 날 ‘황금 동선’
축제 마지막 날을 동선 낭비 없이 완벽하게 소화하려면 오전 10시 현장에 도착해 정효스님의 사찰음식 만들기 현장 접수를 마친 뒤, 오전 11시 30분 한우마당으로 이동해 좋은 부위를 선점하며 여유롭게 점심 식사를 마치는 것이 가장 좋다. 오후 1시에는 누리파크로 자리를 옮겨 티니핑 공연을 관람하고, 오후 2시 30분 의암호에서 수상자전거와 사과 낚시를 즐긴 뒤, 오후 4시 사과마당에서 직거래 사과를 구매하고 사과로또 부스를 들른다. 이어 오후 5시 30분 레드푸드존에서 향토 먹거리로 든든하게 저녁을 챙겨 먹고 오후 7시 폐막콘서트장으로 입장하는 것이 체력과 시간 낭비 없이 축제를 200% 정복하는 황금 코스다.
풍성한 수확의 계절, 굽는 즉시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육즙 가득한 한우와 한입 베어 물면 달콤한 향이 퍼지는 아삭한 사과를 찾아 전북 장수의 붉은 가을 속으로 훌쩍 떠나보자.
📚 TRAVEL DB & LOCAL HERITAGE : 전북 장수 미식 인프라
- 장수 한우의 지리적·사육사적 특징:
- 고원 기후 환경: 소백산맥과 노령산맥 사이 해발 400~650m 고원 분지에서 사육. 연평균 기온이 낮고 청정 천연 암반수가 풍부해 소의 스트레스가 적음.
- 육질 과학: 주야간 큰 일교차로 인해 불필요한 지방 축적이 적고 근육 내 올레인산 함량이 높음. 씹는 식감이 탄탄하면서도 육즙의 보수력이 뛰어남.
- 혈통 관리: 무진장축협 및 장수한우유통사업단의 체계적인 혈통 등록과 번식 관리 시스템 구축.
- 장수 사과(홍로)의 농업 유래와 생육 환경:
- 품종 유래: 1988년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한 한국 고유 조생종 품종으로, 1990년대 초 장수 고원 지대에 첫 도입되어 전국 최대 주산지로 성장.
- 당도 형성 조건: 해발 500m 고랭지의 11도 이상 일교차로 인해 과실 내 산미가 부드럽고 14~15브릭스(Brix) 이상의 고당도 형성. 서리 피해가 적고 일조량이 풍부해 착색 촉진.
- 13일 마지막 날 교통 및 현장 수칙:
- 장수 읍·면 무료 순환 셔틀버스 (13일 출발지 기준 10:00 / 14:00 왕복 운행):
- 북부권: 천천농협 ➜ 계북면사무소 ➜ 장계신협 ➜ 계남면사무소 ➜ 장수공용버스터미널 ➜ 축제장
- 남부권: 산서농협 ➜ 번암복지회관 ➜ 장수공용버스터미널 ➜ 축제장
- 추천 자가용 주차장: 장수군청 앞 공영주차장, 한누리공설운동장 임시주차장 (무료 개방)
- 한우마당 운영시간: 10:00 ~ 20:00 (마지막 날 인기 등급 조기 품절 가능, 12시 이전 구매 권장)
- 장수 읍·면 무료 순환 셔틀버스 (13일 출발지 기준 10:00 / 14:00 왕복 운행):
장수 한우랑사과랑축제
제20회 장수 한우랑사과랑축제가 9월 13일 마지막 일정을 진행한다. 장수 한우와 홍로 사과, 체험 프로그램, 폐막콘서트를 하루 동안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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