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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엔진 테스트 셀 가동, 5780억 원 투입 신공장 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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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통합 훈련 시작… 해외 대형 항공사들도 정비·훈련 역량부터 키웠다
박예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대한항공이 엔진 정비와 조종사 훈련 인프라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천 영종도 운북지구에서는 제2 엔진 테스트 셀이 최근 가동에 들어갔고, 인근에는 5780억 원을 투입한 신규 엔진 정비 공장이 건설 중이다. 운항 부문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가 함께 받는 기본훈련도 이달 시작됐다. 대한항공이 노선이나 외형보다 정비와 훈련의 안쪽 기반을 먼저 넓히는 흐름이 뚜렷하다.
제2 엔진 테스트 셀은 대한항공의 엔진 정비 체계 확장과 맞물려 있다. 기존 시설이 초대형 엔진 시험에 무게가 있었다면, 새 시설은 A321neo 등에 쓰이는 차세대 엔진 시험까지 받는 방향으로 범위를 넓혔다. 옆에서는 연면적 14만211㎡ 규모의 새 엔진 정비 공장이 올라가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 공장이 2027년 가동되면 엔진 분해, 조립, 최종 시험까지 한곳에서 처리하는 체계를 갖추게 된다고 밝혔다. 자체 정비 가능한 엔진 물량도 올해 134대에서 2030년 500대로 늘리고, 정비 가능 엔진 기종도 6종에서 12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수치는 단순한 설비 확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최근 항공 공급망 점검 자료에서 부품 부족과 정비 지연으로 전 세계적으로 정비 슬롯이 줄고 MRO 비용이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항공기 대수가 늘어도 정비 능력이 따라오지 못하면 운항 효율과 수익성 모두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대한항공이 정비 물량을 안으로 더 끌어들이려는 배경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국내 항공업계에서도 엔진 정비의 해외 의존도는 오래된 과제였다. 정비를 해외에 맡기면 시간과 비용이 모두 늘어난다. 기단이 커질수록 그 부담은 더 커진다. 대한항공의 이번 투자는 정비 능력을 국내에서 키우고 처리 시간을 줄이려는 쪽에 가깝다. 항공기 숫자가 많아질수록 먼저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홍보가 아니라, 더 많은 정비 처리 능력이다.
해외 대형 항공사들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루프트한자그룹은 루프트한자 테크닉을 통해 항공 정비를 별도 경쟁력으로 키워 왔고, 2025년 연차보고서에서도 이를 그룹의 핵심 사업 축으로 제시했다. 루프트한자 테크닉은 전 세계 800곳이 넘는 고객을 상대로 MRO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캐나다 캘거리에서 차세대 LEAP-1B 엔진을 다루는 새 엔진 수리 거점과 테스트 셀 설립 계획도 발표했다. 대형 항공사일수록 정비 역량을 비용 절감 차원을 넘어 사업 경쟁력으로 키운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조종사 훈련 부문도 같은 흐름이다. 대한항공 운항훈련센터는 현재 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12대를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5000명가량이 이 시설을 거쳤다. 이달부터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조종사가 함께 받는 기본훈련이 시작됐다. 기재 차이와 비상 절차, 보안 훈련 등을 함께 익히는 과정이다. 부천에는 1조2000억 원을 들인 미래항공교통(UAM)·항공안전 연구개발 센터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은 이곳에 시뮬레이터를 최대 30대까지 들여 연간 2만 명 이상 교육이 가능한 체계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훈련의 중요성은 항공 안전 규범에서도 분명하다. IATA의 감사 프로그램 기준은 운항·정비 인력에 대해 전환훈련, 보수훈련, 승급훈련을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새 임무나 새 기종, 더 높은 책임이 주어질 때는 별도의 업그레이드 훈련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항공사 규모가 커지고 기종이 다양해질수록 훈련 체계의 표준화가 먼저 따라와야 한다는 뜻이다.
해외 항공사들도 훈련을 비용이 아니라 운영의 중심에 두고 있다. 델타항공은 ESG 보고서에서 객실 승무원만 해도 초기 교육 7주와 정기 재훈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부문별 안전 과제에 맞춘 별도 훈련 체계를 유지한다는 설명도 내놨다. 항공업계에서 정비와 훈련이 늘 함께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비가 기체의 상태를 관리한다면, 훈련은 그 기체를 다루는 사람의 판단과 대응을 관리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항공사의 경쟁력을 겉으로 보이는 노선이나 기단만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고 본다.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위원을 지낸 한 항공정책 전문가는 “항공사 규모가 커질수록 가장 먼저 부담이 커지는 분야는 정비와 훈련”이라며 “기재가 늘고 운항 인력이 많아질수록 같은 기준으로 정비하고 같은 기준으로 훈련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하면 운영 비용과 안전 부담이 동시에 커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항공정비 업계 관계자는 “엔진 정비를 얼마나 안에서 소화할 수 있느냐는 항공사의 일정 관리 능력과 직결된다”며 “대형 항공사일수록 MRO는 지원 부문이 아니라 핵심 운영 역량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최근 투자는 결국 한 방향을 가리킨다. 항공사 규모가 커질수록 먼저 갖춰야 할 것은 노선 확대를 떠받칠 정비·훈련 체계라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결합을 두고 노선, 슬롯, 마일리지를 먼저 본다. 그러나 현장에서 더 오래 가는 경쟁력은 정비가 제때 돌아가고, 훈련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 데서 나온다. 대한항공이 최근 꺼내 든 엔진 정비 공장, 테스트 셀, 훈련센터 확장은 그 가장 안쪽을 보강하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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