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대서사시, 세계를 여행한 내가 이 작은 섬에서 멈춘 이유

세계 곳곳을 여행해온 기록자가 몰타에서 멈추어 섰다. 지중해 한복판의 작은 섬 몰타는 단순한 풍경의 나라가 아니라 제국과 전쟁, 항구와 돌담, 서로를 지켜낸 사람들의 기억이 하나의 정체성으로 남은 곳이었다. 몰타 대서사시는 그 강렬한 울림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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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의 성벽 위에서 바라본 그랜드하버는 전쟁의 기억과 지중해의 빛이 동시에 남아 있는 장소다.

풍경보다 깊은 기억, 제국과 전쟁을 견디며 살아남은 사람들의 섬 몰타를 기록하다

 

이정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나라를 걷고, 바람과 빛을 보고, 세계 곳곳의 문화와 사람을 기록해왔다. 대부분의 나라는 사실 거의 대동소이했다. 사람 사는 곳은 결국 비슷했다. 그러나 몰타는 달랐다.

지중해 한복판의 이 작은 섬은 내가 여행자로서 지나치기엔 너무 강렬했고, 작가로서 외면하기엔 너무 깊었다. 가슴 깊은 곳에 남는 어떤 울림이 있었다.

몰타 항구가 보이는 레스토랑과 지중해 풍경
몰타의 항구를 바라보는 식탁에서도 이 섬의 시간은 천천히 드러난다. 풍경과 음식, 사람의 기억이 함께 놓이는 곳이다.:

몰타는 세계 지도를 펼쳐보면 그저 작은 점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 섬은 내 여행 인생의 어느 나라보다 강한 존재감으로 다가왔다. 풍경이 아니라 사람의 기억이 나를 붙잡았기 때문이다.

한때 인구가 몇 만뿐이던 시절, 몰타는 수많은 제국의 바람을 맞으며 흔들렸지만 끝내 무너지지 않았다. 섬의 주민들, 성 요한 기사단, 지중해를 떠돌던 다양한 민족들이 서로의 언어도, 피도, 문화도 달랐지만 하나의 섬을 지키기 위해 함께 맞서 싸웠다.

몰타 그랜드하버와 요트, 성벽이 어우러진 발레타 풍경
몰타는 섬의 크기로 설명되지 않는다. 항구와 성벽, 도시 전체가 하나의 역사적 서사로 이어진다.

이 섬의 정체성은 혈통에서 오지 않는다. 몰타인은 자신들이 누구의 후손인지보다 ‘우리는 함께 살아남았다’는 마음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그 마음이 몰타라는 나라를 만들었다.

내가 몰타에 흠뻑 빠진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세계 곳곳을 여행해본 사람으로서 나는 많은 나라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보았고 화려한 문명을 경험했지만, 몰타처럼 사람의 기억이 하나의 나라를 만든 곳은 드물다.

몰타는 섬의 크기로는 설명되지 않는 나라다. 이곳은 대륙을 버티고, 제국을 견디고, 폭격을 이겨내고, 서로를 지켜낸 사람들의 이야기로 세워진 국가다.

몰타 항구를 지나는 크루즈와 석회암 도시 풍경
몰타의 항구는 오래된 요새와 현대의 배들이 함께 드나드는 지중해 문명의 교차점이다.

그래서 나는 멈추어 섰다. 이 나라를 그냥 스쳐 지나갈 수 없었다. 이 섬의 빛과 돌, 골목과 항구, 그리고 무엇보다 몰타인의 마음을 기록해야 한다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이 대서사시는 그 확신에서 시작된다. 세계의 수많은 길을 걸어온 내가 몰타라는 작은 섬 앞에서 오랜 세월 동안 경험하지 못한 깊이를 느꼈고, 그 감정은 결국 한 권의 이야기로 응축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여행자의 기록이자, 한 나라의 영혼을 향한 헌사이며, 몰타가 왜 내 마음에 들어와 자리를 잡았는지에 대한 답이다.

몰타 대서사시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By Jungchan Lee, The Travel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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