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관광교역전, FIT 시대에 다시 묻는 홍콩 여행의 위상

홍콩관광청 서울·부산 관광교역전은 한국 여행업계에 반가운 자극이었다. 그러나 ‘Only in Hong Kong’이 한국 FIT 시장에서 광고·홍보·상품·예약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

홍콩 관광교역전 무대에 Only in Hong Kong 문구와 컬러 조명이 표시된 행사장 장면
홍콩관광청의 ‘Only in Hong Kong’ 무대는 홍콩이 한국 여행시장에 다시 제시하려는 도시 브랜드의 방향을 보여준다.

홍콩은 한국 해외여행 시장에서 오랫동안 쇼핑과 미식, 야경, 항공 네트워크를 함께 떠올리게 하는 도시였다. 짧은 비행거리 안에 국제도시의 속도와 항구의 풍경이 있었고, 딤섬과 차찬탱, 호텔과 쇼핑, 빅토리아 하버의 야경이 한꺼번에 있었다. 한국 여행자에게 홍콩은 그 자체로 하나의 목적지였고, 동시에 다른 아시아 도시로 넘어가는 관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의 한국 여행시장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여행자는 더 이상 여행사 상품만 보고 여행지를 고르지 않는다. 항공권 가격을 비교하고, 호텔 후기를 살피고, 유튜브 쇼츠와 블로그 여행기, OTA 리뷰와 지도 검색, AI 추천까지 오가며 일정을 짠다. 여행을 결심하는 첫 장면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여행사 카운터와 패키지 일정표가 큰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짧은 영상 하나, 호텔 가격 하나, 맛집 후기 하나가 여행지를 바꾸기도 한다.

홍콩관광청이 서울과 부산에서 2026 홍콩 관광교역전을 연 것은 이런 흐름 속에서 눈여겨볼 일이다. 서울 행사에는 홍콩 현지 호텔과 관광명소, 여행사 등 38개 업체로 구성된 홍콩 관광업계 대표단과 국내 주요 여행사 및 관광업계 관계자 110여 명이 참석했다. 홍콩관광청은 한국여행업협회와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서울에 이어 부산에서도 행사를 연 것은 수도권만이 아니라 지역 여행시장까지 보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홍콩 빅토리아하버 산책로에서 여행자들이 야경을 바라보는 장면
홍콩은 한국 여행자에게 익숙한 도시지만, FIT 시대에는 다시 검색하고 저장하고 예약할 만한 구체적 이유가 필요하다.

이 행사는 업계 행사로서는 충분히 평가할 만하다. 한국 여행업계는 코로나19 이후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하지만, 현장의 체감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고유가와 고환율은 항공권과 호텔, 현지 비용을 함께 밀어 올리고 있고, 여행자는 같은 예산으로 갈 수 있는 목적지를 훨씬 더 까다롭게 고른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상품가를 올리면 수요가 줄고, 가격을 누르면 마진이 사라진다. 말 그대로 판매할 수 있는 목적지와 팔리지 않는 목적지가 갈리는 시기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관광청이 현지 셀러들을 데리고 한국을 찾아와 새로운 상품 소재와 협력 가능성을 제시하는 일은 단순한 네트워킹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금 여행사들은 좋은 목적지를 찾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 팔 수 있는 목적지를 놓고 사활을 걸고 있다.

그래서 홍콩의 방한 로드쇼는 반가운 신호였다. 홍콩이 한국 시장을 계속 챙기고 있다는 점, 한국 여행업계와 직접 만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 서울과 부산을 나눠 행사를 진행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지금의 시장은 좋은 관계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가격 부담이 커진 여행자에게는 다시 홍콩을 선택할 이유가 필요하고, 여행사에는 그 이유를 실제 상품과 판매 문구로 바꿀 수 있는 구체적 재료가 필요하다.

홍콩관광청이 내세운 ‘Only in Hong Kong’도 방향 자체는 나쁘지 않다. 홍콩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말하겠다는 취지다. 홍콩은 여전히 꺼낼 수 있는 소재가 많다. 빅토리아 하버와 스타페리, 딤섬과 차찬탱, 미쉐린 레스토랑, 웨스트카오룽 문화지구, 아트 행사, 홍콩 세븐스, 디즈니랜드, 오션파크, 하이킹과 러닝 코스, 섬 여행까지 짧은 일정 안에 넣을 수 있는 경험이 적지 않다. 쇼핑과 야경만으로 홍콩을 설명하던 시절보다 말할 수 있는 재료는 오히려 넓어졌다.

여행사와의 관계도 여전히 중요하다. FIT 시장이 커졌다고 해서 여행사의 역할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항공과 호텔을 직접 예약하는 여행자도 현지 체험, 입장권, 교통패스, 미식 예약, 주변 도시 연계 상품은 정리된 형태로 보고 싶어 한다. 홍콩처럼 선택지가 많은 목적지는 여행사가 어떤 테마로 묶어 보여주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이해가 달라질 수 있다. 관광청이 여행사와 만나고, 현지 셀러와 한국 바이어를 연결하는 일은 지금도 필요하다.

다만 여기서 멈추면 곤란하다. 좋은 장소에서 좋은 행사를 열고, 셀러와 바이어가 만나고, 캠페인을 소개하는 것만으로는 지금의 시장을 움직이기 어렵다. 행사는 잘 치렀다. 업계에 좋은 인상도 남겼다. 그러나 그 다음이 보이지 않으면 로드쇼는 한 번의 업계 행사로 끝난다. 이번 홍콩 관광교역전도 이 점에서는 아쉬움을 남겼다.

홍콩 빅토리아하버를 지나는 페리와 도심 스카이라인 야경
스타페리와 빅토리아하버, 홍콩 스카이라인은 여전히 홍콩 여행을 설명하는 강한 상징이다.

‘Only in Hong Kong’이라는 말은 제시됐다. 그러나 그 말이 한국 시장에서 어떻게 광고될 것인지, 어떤 홍보로 이어질 것인지, 어떤 여행사 상품으로 만들어질 것인지, 어떤 온라인 판매 채널과 연결될 것인지는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인플루언서를 초청하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행사 영상을 올리는 일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곧 전략은 아니다. 누가 홍콩을 다녀왔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홍콩의 무엇을 보여주고, 그 콘텐츠가 어떤 상품과 예약으로 이어지느냐다.

한국 FIT 시장은 이미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여행자는 한 도시를 길게 설명한 브로슈어보다 자신에게 맞는 짧고 분명한 이유에 반응한다. 금요일 밤 떠나는 48시간 미식 여행, 아이와 함께 가는 테마파크와 호텔, 러닝과 하버프런트 산책, 아트 행사와 바 문화, 마카오와 묶는 짧은 확장 여행처럼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제안이 필요하다. 홍콩이 가진 재료가 많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재료가 한국 여행자의 시간과 비용, 취향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

여행사들도 마찬가지다. FIT 시장을 상대하려면 여행사에 쥐여줄 재료가 달라져야 한다. 예전식 브로슈어와 행사 자료만으로는 부족하다. 테마별 한국어 콘텐츠, 판매용 사진과 문구, 짧은 영상 소재, 공동 광고안, 시즌별 기획전, 온라인 예약 페이지와 연결되는 상품 자료가 필요하다. 홍콩 미식, 가족여행, 예술, 러닝, 야경, 섬 여행, 마카오·선전 연계 상품을 각각 어떻게 팔 것인지가 정리돼야 한다. 그래야 여행사가 홍콩을 다시 제안할 수 있다.

많은 관광청 행사가 그렇듯, 이번 행사 역시 업계와의 관계 확인에는 성공했지만 행사 이후의 실행 계획은 충분히 보이지 않았다. 무엇을 말할 것인지는 있었다. 그러나 그것을 한국 시장에서 어떻게 알리고, 어떻게 반복하고, 어떻게 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약했다. 캠페인을 소개하는 것과 캠페인이 시장 안에서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것은 다른 일이다.

물론 관광청 로드쇼가 모든 것을 한 자리에서 설명할 수는 없다. 셀러와 바이어의 상담도 필요하고, 업계 네트워킹도 필요하다. 목적지의 최신 콘텐츠를 알리고, 협회의 협력 틀을 만드는 일도 필요하다. 이번 홍콩 행사는 그런 면에서 잘 준비된 행사였다. 문제는 이런 행사가 매년 반복되면서도 시장에서는 비슷한 질문이 남는다는 데 있다. 행사는 열렸는데, 그 다음 홍보와 판매의 그림은 흐릿하다. 캠페인은 나왔는데, 한국 소비자에게 닿는 과정은 또렷하지 않다.

 

홍콩 도심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용선 경주가 펼쳐지는 장면
용선 경주처럼 홍콩 고유의 도시 이벤트와 문화 콘텐츠는 ‘Only in Hong Kong’을 실제 여행 이유로 바꿀 수 있는 소재다.

홍콩은 한국 시장에서 이미 오래 알려진 목적지다. 그래서 더 정교해야 한다. 새 목적지는 이름을 알리는 것만으로도 출발할 수 있지만, 오래 알려진 목적지는 다시 갈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여행자에게 홍콩은 처음 듣는 도시가 아니다. 오히려 가본 사람도 많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시장에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설명이 아니라 더 정확한 제안이다.

홍콩이 다시 한국 FIT 시장에서 강한 선택지가 되려면 행사 이후의 움직임이 더 선명해야 한다. 광고는 어디에서 집행할 것인가. 홍보는 어떤 메시지로 반복할 것인가. 인플루언서는 홍콩의 어떤 얼굴을 보여줄 것인가. 유튜브와 쇼츠는 어떤 소비자를 향할 것인가. 여행사는 어떤 자료와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는가. 부산 행사는 지역 여행사의 실제 판매로 이어질 것인가. KATA와의 협력은 공동 캠페인과 팸투어, 기획전으로 어떻게 구체화될 것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따라야 로드쇼는 행사장을 넘어 시장으로 간다.

홍콩이 가진 소재는 충분하다. 미식과 야경, 예술과 문화, 가족여행과 테마파크, 러닝과 하이킹, 섬 여행과 주변 도시 확장까지 한국 시장에 다시 꺼내놓을 카드가 많다. 그러나 좋은 카드를 갖고 있다는 것과 그 카드를 시장에서 제대로 쓰는 것은 다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홍콩의 매력을 다시 열거하는 일이 아니라, 그 매력을 한국 여행자가 실제로 보고, 저장하고, 비교하고, 예약하게 만드는 일이다.

이번 2026 홍콩 관광교역전은 좋은 행사였다. 한국 여행업계에는 반가운 자극이었고, 홍콩이 한국 시장을 여전히 중시한다는 신호도 분명했다. 그러나 좋은 행사와 좋은 시장 전략은 같은 말이 아니다. ‘Only in Hong Kong’이 행사장 안의 캠페인 문구에 머물지 않으려면, 광고와 홍보, 콘텐츠와 여행사 지원, 상품 판매와 예약 전환이 한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

홍콩은 여전히 아시아 여행의 허브로 기억될 수 있는 도시다. 다만 그 허브의 의미는 예전과 같을 수 없다. 과거에는 항공과 쇼핑, 야경이 홍콩을 설명했다면, 지금은 FIT 여행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이유가 필요하다. 홍콩관광청의 이번 행사는 출발점으로는 충분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그 좋은 출발 뒤에 붙는 알맹이다. 한국 여행자가 다시 홍콩을 검색하고, 여행사가 다시 홍콩을 제안하고, 실제 예약으로 이어지는 계획이 보일 때 홍콩의 위상은 다시 시장 안에서 확인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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