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 몽골 침입에서 시작돼 800년을 버틴 보존의 비밀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몽골 침입으로 불탄 초조대장경을 대신해 1237년부터 1248년까지 다시 새긴 8만1258장의 목판이다. 목판을 보관한 장경판전은 창의 크기와 위치, 건물 방향, 바닥 구조로 공기와 습도를 조절하며 800년 가까운 보존 역사를 이어왔다.

가야산 숲에 둘러싸인 합천 해인사 전경
가야산 중턱에 자리한 합천 해인사는 팔만대장경을 봉안한 법보종찰로, 대적광전과 장경판전 등 전각이 산비탈을 따라 층층이 배치돼 있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합천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몽골군이 차마 건드리지 못해 우연히 살아남은 유물이 아니다. 고려가 몽골 침입으로 불탄 초조대장경을 대신해 1237년부터 1248년까지 다시 새긴 재조대장경이며, 제작 이후 8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전란과 화재, 온도와 습도의 변화를 견뎌낸 기록문화유산이다.

경남 합천군 가야산 중턱의 해인사 장경판전에는 대장경판 8만1258장이 보관돼 있다. 팔만대장경은 현존하는 가장 완전한 불교 경전 집성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며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목판을 보관하는 장경판전은 15세기 건축물로,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먼저 이름을 올렸다.

몽골군이 남겨준 유산이 아니라 침입 때문에 다시 만든 대장경

팔만대장경의 제작 배경은 몽골 침입과 직접 연결된다. 고려 현종 때 만든 초조대장경이 1232년 몽골군의 침입으로 불타자 고려는 국가적 사업으로 불경을 다시 판각했다. 불교의 힘으로 국난을 극복하려는 염원이 담겼으며, 기존 대장경을 다시 조성했다는 뜻에서 재조대장경이라고도 부른다.

합천 해인사 대적광전과 석탑이 있는 중심 마당
해인사 중심 법당인 대적광전과 석탑, 주변 전각은 가야산 지형의 높낮이를 따라 하나의 중심축을 이룬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판각은 강화도에 설치된 대장도감과 여러 지역의 분사도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승려와 문인, 교정자, 목공, 각수 등 수많은 사람이 참여했으며 12년에 걸친 제작 끝에 방대한 경전이 목판으로 완성됐다.

한 사람이 쓴 것처럼 글씨가 같고 오탈자가 하나도 없다는 설명은 팔만대장경의 정교함을 강조한 표현이지 실제 제작 방식을 뜻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이 참여했지만 서체와 판각 규격을 통일하고 여러 차례 교정해 전체적인 완성도를 유지했다.

8만1258장 목판, 나무와 옻칠에 새긴 13세기 국가사업

팔만대장경이라는 이름 때문에 목판이 정확히 8만 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국가유산으로 지정된 해인사 대장경판은 모두 8만1258장이다. 각 판의 앞뒤에 경전이 새겨져 있어 실제 인쇄할 수 있는 면은 목판 수보다 많다.

해인사 장경판전에 보관된 팔만대장경 목판
1237년부터 1248년까지 판각된 해인사 대장경판은 모두 8만1258장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돼 있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경판 제작에는 산벚나무와 돌배나무를 비롯한 여러 수종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정한 크기로 가공한 판재에 글자를 새기고 목판이 휘거나 갈라지는 것을 줄이기 위해 양 끝에 마구리를 붙였다. 표면에는 옻칠을 입혀 습기와 벌레로 인한 손상을 막았다.

해인사 장경판전, 기계 없이 바람과 습도를 조절하다

팔만대장경을 800년 가까이 지켜온 핵심 공간은 해인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장경판전이다. 장경판전은 수다라장과 법보전이라는 두 개의 긴 건물과 동·서쪽의 작은 건물로 구성된다. 현재 건물은 조선 성종 19년인 1488년 중창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경판전의 앞뒤 창은 크기와 위치가 서로 다르다. 건물 안으로 들어온 공기가 한쪽에 머물지 않고 자연스럽게 순환하도록 만든 구조다. 건물 방향과 처마 길이, 가야산 중턱의 지형도 햇빛과 바람이 목판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작용한다.

합천 해인사 석탑과 대적광전
해인사 대적광전 앞마당에는 석탑과 석등이 자리하며, 뒤편 계단을 오르면 팔만대장경을 보관한 장경판전으로 이어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바닥에는 숯과 소금, 모래, 석회 등을 섞었다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특정 재료 하나가 목판을 보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야산의 입지와 건물 방향, 창호 구조, 공기의 흐름, 바닥과 목재의 성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온도와 습도의 급격한 변화를 줄였다.

장경판전 내부는 자유롭게 들어가는 관람지가 아니다

합천 해인사를 찾았다고 장경판전 내부를 자유롭게 걸으며 팔만대장경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장경판전과 대장경판은 모두 목재로 이뤄져 화재와 훼손에 특히 민감하다. 일반 관람객은 외부에서 건물을 살피고 창살 사이로 경판을 바라보는 방식이 기본이다.

과거 예약제 특별관람이 시행된 적은 있지만 운영 여부와 방식은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장경판전 내부 관람을 목적으로 방문한다면 출발 전 해인사 공식 홈페이지나 종무소에서 현재 프로그램을 확인해야 한다.

가야산 해인사 현판이 걸린 합천 해인사 일주문
해인사는 입구에서 대적광전과 장경판전 방향으로 갈수록 지대가 높아져 전각과 석탑을 바라보는 각도도 계속 달라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합천 해인사 관람 동선, 일주문에서 장경판전까지 계속 오르막

해인사 여행은 가야산 해인사 현판이 걸린 일주문에서 시작된다. 일주문을 지나 봉황문과 해탈문을 통과하면 대적광전과 석탑이 자리한 중심 마당에 닿는다. 해인사는 산비탈을 따라 여러 단으로 조성돼 입구에서 장경판전까지 완만한 오르막과 계단이 계속된다.

경내 중심 법당은 비로자나불을 모신 대적광전이다. 해인사는 불교의 삼보 가운데 부처의 가르침을 뜻하는 법보를 상징하는 사찰로, 양산 통도사·순천 송광사와 함께 한국의 삼보사찰로 꼽힌다. 대적광전 앞마당에는 석탑과 석등, 화엄경의 핵심을 도식화한 해인도가 자리한다.

대적광전 뒤쪽의 높은 석축과 계단을 다시 오르면 장경판전 영역에 닿는다. 주차 구역에서 장경판전까지 빠르게 왕복하면 1시간 안에도 가능하지만 전각과 석탑을 천천히 살피려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를 잡는 편이 좋다.

처마 아래에서 바라본 합천 해인사 중심 마당
해인사 일주문에는 ‘가야산 해인사’ 현판이 걸려 있으며, 문을 지나면 봉황문과 해탈문을 거쳐 중심 가람으로 길이 이어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합천 가볼 만한 곳, 가야산 소리길과 묶으면 반나절 여행

해인사는 가야산국립공원의 깊은 숲 안에 자리한다. 여름에는 사찰 진입로와 경내에 나무 그늘이 이어지고 계곡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더위를 낮춘다. 그러나 주차장에서 장경판전까지 계속 높아지는 동선이어서 샌들보다 미끄럼 방지 기능이 있는 운동화가 낫다.

해인사 관람 뒤에는 홍류동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가야산 소리길을 연계할 수 있다. 전체 탐방로를 걷지 않아도 시간과 체력에 맞춰 일부 구간만 선택할 수 있어 사찰 관람과 숲길 산책을 한 일정으로 묶기 좋다.

해인사 입장료는 무료, 주차료와 운영 상황은 현장 확인

해인사는 국가지정문화유산 관람료 지원 정책 시행 이후 별도의 문화재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주소는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다. 차량 주차료와 이용 가능한 주차 구역은 차종과 현장 운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출발 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사찰은 문화유산 관람지이면서 스님과 불자가 생활하고 수행하는 종교 공간이다. 법회와 불교 행사, 문화유산 보존 작업에 따라 일부 전각과 장경판전 주변의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

팔만대장경이 오늘까지 남은 이유는 설명할 수 없는 미스터리가 아니다. 몽골 침입으로 불탄 경전을 다시 만들겠다는 고려인의 의지, 수많은 제작자의 교정과 판각 기술, 목판을 보존하도록 설계한 장경판전, 세대를 이어 관리해 온 사람들이 겹친 결과다. 합천 해인사 여행의 핵심은 기적을 구경하는 데 있지 않다. 800년을 견딘 제작과 보존의 과정을 직접 확인하는 데 있다.

합천 해인사 여행정보

장소 합천 해인사

주소 경남 합천군 가야면 해인사길 122

문의 055-934-3000

관람료 무료

주차료 차종과 이용 주차장에 따라 현장 확인

권장 관람시간 1시간 30분~2시간

추천 동선 일주문→봉황문→해탈문→대적광전→석탑·해인도→장경판전 외부

장경판전 내부 상시 자유 관람 불가

준비물 미끄럼 방지 신발, 식수, 여름철 모자

연계 여행지 가야산 소리길, 홍류동계곡, 대장경테마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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