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청은 어디에 있나…한국 주재 외국 관광청 운영 실태를 묻는다

한국 아웃바운드 여행시장이 팬데믹 이후 다시 회복되고 FIT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러나 한국 주재 외국 관광청과 홍보대행사의 정보 제공, 언론·업계 소통, 소비자 대응 방식은 여전히 과거 관행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행레저신문은 ‘관광청은 어디에 있나’ 시리즈를 통해 이 문제를 점검한다.

한국 주재 외국 관광청 운영 실태를 상징하는 닫힌 사무실과 도시 전경
한국 주재 외국 관광청의 역할과 운영 방식은 팬데믹 이후 변화한 여행시장에 맞게 다시 점검될 필요가 있다.

이만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한국 주재 외국 관광청은 오랫동안 국내 여행시장과 해외 목적지를 연결하는 중요한 창구 역할을 해왔다. 항공사, 여행사, 호텔, 랜드사, 미디어, 소비자 사이에서 목적지 정보를 공급하고, 새로운 여행 수요를 만들며, 해당 국가의 관광정책과 시장 전략을 전달해왔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여행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AI·AX 시대의 정보 소비 방식이 급격히 바뀌는 동안 한국 주재 외국 관광청의 역할과 운영 방식은 충분히 변화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국 시장은 여전히 중요한 아웃바운드 시장이다

코로나19 이전 한국은 인구 규모에 비해 해외여행 수요가 매우 큰 시장이었다. 1990년대 이후 한국에는 세계 각국과 지역 관광청이 앞다퉈 진출했다. 직접 지사, 대표사무소, 홍보대행사, 연락사무소, 대사관 연계 조직 등 형태는 달랐지만, 한때 한국 시장에는 수많은 외국 관광청이 활동했다.

팬데믹은 이 구조를 크게 흔들었다. 국경이 닫히고 국제관광이 멈추면서 많은 관광청이 축소되거나 철수했고, 일부는 사실상 이름만 남은 상태가 됐다. 이후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몇몇 관광청은 다시 활동을 재개했지만, 상당수는 이전처럼 분명한 조직과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관광청의 존재 여부 그 자체가 아니다. 한국 시장이 여전히 중요한 아웃바운드 시장이라면, 외국 관광청은 한국 여행객과 여행업계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정확하고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목적지 홍보는 행사 때 이름을 올리는 일이 아니라, 시장과 여행자를 실제로 돕는 서비스다.

AI 시대 FIT 여행객과 낡은 관광청 업무 방식을 대비한 이미지
FIT 여행객은 AI와 검색, 영상 콘텐츠를 통해 여행지를 선택하지만 일부 관광청의 정보 제공 방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한국 주재 외국 관광청의 네 가지 유형

현재 한국 내 외국 관광청 운영은 대체로 네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직접 지사형이다. 말레이시아관광청, 태국관광청처럼 한국에 사무실과 조직을 두고 비교적 꾸준히 활동하는 형태다. 둘째는 지사와 대행 구조가 결합된 형태다. 홍콩관광청, 마카오관광청처럼 오랜 기간 한국 시장을 관리해온 조직들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홍보대행사 운영형이다. 미국의 주·도시 관광청과 유럽·중동·북미 일부 관광청처럼 PR대행사를 통해 보도자료, 뉴스레터, 로드쇼, 팸투어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넷째는 공식 직함이나 명의는 등장하지만 상시 연락 창구와 실제 운영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불투명형이다.

운영 형태가 다양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각 국가와 지역은 예산, 시장 규모, 조직 전략에 따라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방식이 한국 시장과 얼마나 투명하게 연결돼 있느냐는 점이다.

FIT 시대, 관광청의 역할은 달라져야 한다

관광청의 기본 업무는 단순한 행사 개최가 아니다. 정확한 목적지 정보 제공, 여행업계와의 지속적 소통, 언론 대응, 시장 데이터 관리, 신규 파트너 발굴, 소비자 정보 접근성 확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일부 관광청과 대행사는 여전히 오래된 데이터베이스와 제한된 네트워크에 의존하고 있다.

퇴사한 지 오래된 기자 이름으로 보도자료가 발송되고, 연락처와 담당자 정보가 갱신되지 않으며, 기사화 이후 피드백이나 후속 소통이 거의 없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것은 단순한 실무 실수가 아니다. 시장과의 관계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AI·AX 시대의 여행자는 과거와 다르다. 개별여행객은 검색, 지도, 영상, 리뷰, AI 추천을 통해 목적지를 선택하고 일정을 설계한다. 따라서 관광청은 로드쇼와 팸투어, 보도자료 중심의 과거 방식에만 머물 수 없다. SEO, 콘텐츠 전략, 실시간 정보 업데이트, 목적지별 세분화 콘텐츠, FIT 여행객을 위한 실용 정보 공급이 중요해졌다.

외국 관광청 로드쇼와 제한된 업계 네트워크를 상징하는 회의 장면
외국 관광청의 로드쇼와 팸투어, 해외 교역전 참여 구조는 더 투명하고 넓은 시장 접근성을 가져야 한다.

여행사 중심에서 여행자 중심으로 바뀐 시장

과거 관광청의 주요 소통 대상은 여행사였다. 패키지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여행사가 시장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개별여행객은 항공권과 숙소를 직접 예약하고, 현지 교통과 액티비티를 스스로 조합하며, 여행 전 과정에서 온라인 정보를 활용한다.

그럼에도 일부 관광청은 여전히 여행사 중심, 일부 매체 중심의 제한된 소통 구조에 머물러 있다. 여행사와 미디어의 역할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시장의 중심이 넓어졌다면 관광청의 정보 공급 방식도 넓어져야 한다. 여행자, 콘텐츠 제작자, 전문매체, 지역 여행사, 테마별 사업자, 디지털 플랫폼을 함께 바라봐야 한다.

관광청이 제공해야 할 것은 단순한 보도자료가 아니다. 입국 제도, 안전 정보, 계절별 여행법, 지역별 이동 방법, 렌터카 주의사항, 트레킹 정보, 축제와 이벤트, 가족여행·골프·MICE·럭셔리·친환경 여행 등 세분화된 정보다. 한국 여행자가 더 편리하고, 더 안전하고, 더 효율적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관광청의 본래 역할이다.

닫힌 초청 구조도 점검해야 한다

초청과 협업 구조도 점검 대상이다. 팸투어, 로드쇼, 해외 교역전 참여 기회가 어떤 기준으로 배분되는지, 특정 매체와 여행사에 반복적으로 집중되는 것은 아닌지, 새로운 매체와 전문 콘텐츠 생산자에게도 기회가 열려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가관광청의 홍보는 사적인 네트워크 운영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넓히는 공적 활동이어야 한다. 늘 가는 여행사만 가고, 늘 초청되는 매체만 초청되는 구조라면 시장은 넓어지지 않는다. 관광청과 대행사가 관성적으로 하던 일만 반복한다면,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의 변화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여행레저신문이 이 기획을 시작하는 이유

여행레저신문이 이 기획을 시작하는 이유는 특정 국가나 기관을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한국 아웃바운드 관광산업이 더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외국 관광청의 역할도 함께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여행객은 더 정확한 정보를 받을 권리가 있고, 한국 여행업계는 더 투명한 협업 구조를 요구할 수 있다. 관광청 역시 한국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관리할 때 더 많은 방문객을 유치할 수 있다.

한국 시장은 과거보다 더 복잡해졌고, 더 세분화됐으며, 더 빠르게 움직인다. 관광청이 과거 방식에 머무르면 존재감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형식적인 지사장 코멘트나 관행적인 보도자료가 아니라, 실제 여행자와 업계에 도움이 되는 정보와 서비스다.

여행레저신문은 이번 기획 《관광청은 어디에 있나》를 통해 한국 주재 외국 관광청의 운영 실태를 차례로 점검하려 한다. 사무실과 연락 창구는 명확한가. 담당자는 공개돼 있는가. 보도자료와 행사 외에 실제 시장 소통은 이뤄지고 있는가. 한국 여행객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가. 관광청과 대행사는 AI·AX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는가.

관광청은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위치 확인이 아니다. 한국 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여행자와 업계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 그리고 변화한 시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의지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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