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완벽하지 않아 완벽한 여행’ 캠페인…계획표보다 머무는 여행 제안

에어비앤비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완벽하지 않아 완벽한 여행’ 브랜드 캠페인을 공개했다. 한국 여행객 97%는 여행 전 계획을 세우지만, 실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계획표 밖의 우연과 숙소에서의 머무름으로 나타났다.

에어비앤비 완벽하지 않아 완벽한 여행 캠페인 이미지
에어비앤비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완벽하지 않아 완벽한 여행’ 브랜드 캠페인을 공개했다.

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에어비앤비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여행의 속도를 다시 묻는 브랜드 캠페인을 내놨다. 캠페인 이름은 ‘완벽하지 않아 완벽한 여행’이다. 빈틈없이 짜인 일정표를 따라 움직이는 여행보다, 숙소에서 머무르고 쉬며 나만의 속도로 시간을 보내는 여행을 제안한다.

에어비앤비는 2026년 6월 4일 이번 캠페인 론칭과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 방송인 최화정이 내레이션에 참여했으며, 캠페인은 완벽하게 계획된 여행보다 조금은 비어 있는 여행, 그래서 더 오래 기억되는 여행의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번 캠페인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한 숙박 플랫폼 광고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한국 여행객의 여행 습관을 조사한 뒤, 계획과 효율을 중시하면서도 실제로는 계획 밖에서 가장 강한 추억을 얻는 한국인의 여행 심리를 캠페인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숙소 거실과 주방에서 천천히 머무는 여행자들
에어비앤비는 계획보다 머무는 시간을 중시하는 여행 방식을 이번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로 제안했다.

한국 여행객, 여행 전 계획은 세우지만 정작 기억은 우연에 남았다

에어비앤비가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에 의뢰해 국내 여행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행 스타일 및 여행에 대한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7%는 여행 전 계획을 세운다고 답했다. 맛집, 카페, 관광지를 미리 리스트업하고 블로그와 SNS를 통해 검증된 장소를 중심으로 일정을 구성하는 여행 방식이 여전히 강하게 나타났다.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은 편의를 위한 것이지만, 때로는 부담으로 바뀐다. 조사에서 응답자의 40%는 “쉬러 간 여행인데 오히려 더 피곤하게 돌아온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여행 중 아무것도 안 한 날이 있으면 시간이나 돈이 아깝다”는 응답도 55%로 과반을 넘었다. 여행 후에도 ‘얼마나 알차게 즐겼는지’를 스스로 평가하게 된다는 응답은 48%에 달했다.

이 수치는 한국 여행객이 여행을 휴식이 아니라 또 하나의 수행 과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여준다. 평소 일상에서 효율과 성과를 요구받는 사람들이 여행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는 셈이다. 일정표는 촘촘해지고, 맛집은 예약해야 하며, 사진 찍을 장소도 미리 정해진다. 그러나 그만큼 여행 중 우연히 멈출 여백은 줄어든다.

가장 좋은 기억은 계획표 바깥에서 생겼다

조사 결과는 역설적이다. 한국 여행객은 여행 전 철저한 계획을 세우지만, 정작 가장 오래 기억하는 순간은 계획대로 딱 맞아떨어진 일정이 아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의 순간으로 ‘계획에 없었는데 우연히 발견한 장소나 경험’,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서의 재미’ 등 계획 밖의 순간을 꼽은 응답이 약 60%에 달했다. 반면 ‘계획대로 딱 맞아떨어진 완벽한 일정’을 꼽은 응답자는 20%에 그쳤다.

계획에 없던 여행지 골목과 숙소 마당에서 쉬는 여행객
조사 결과 한국 여행객은 완벽한 일정표보다 계획 밖의 우연을 더 오래 기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오히려 그게 더 좋은 추억이 되는 여행’이라는 문장에 응답자의 82%가 동의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여행객 스스로도 좋은 여행이 반드시 효율적인 일정표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여행을 앞두면 다시 불안해지고, 빈칸을 채우고, 실패하지 않는 여행을 만들려 한다.

에어비앤비의 이번 캠페인은 이 모순을 정확히 겨냥한다. ‘완벽하지 않아 완벽한 여행’이라는 문장은 계획을 버리라는 말이 아니다. 모든 시간을 채우려는 강박을 내려놓고, 여행지에서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움직일 여지를 남겨두자는 제안에 가깝다.

진짜 쉼은 관광지보다 숙소 안에서 시작된다

이번 조사에서 또 하나 중요한 대목은 숙소의 의미다. 여행지에서 제대로 쉬기 위해 선호하는 방식으로 숙소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꼽은 응답자가 53%로 절반을 넘었다. 밖으로 계속 이동하기보다 나와 일행만의 공간에서 눈치 보지 않고 쉬고, 현지 마트나 시장에서 장을 봐 요리하고, 거실과 주방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선호한다는 응답이 주요하게 나타났다.

이는 여행의 중심이 관광지에서 숙소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과거 숙소는 잠만 자는 공간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여행객에게 숙소는 여행의 배경이 아니라 여행 그 자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넓은 거실, 주방, 마당, 테라스, 독립된 침실은 여행 중 쉼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에어비앤비가 이번 캠페인에서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지역의 분위기와 개성이 살아 있는 숙소에서 머무는 시간 자체를 여행의 중요한 경험으로 보자는 것이다. 꼭 유명 관광지를 모두 찍지 않아도, 숙소에서 늦잠을 자고 장을 봐 요리하고, 마당에서 쉬고, 동네를 천천히 걷는 시간이 여행을 완성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이후 다시 꺼낸 여행 방식의 제안

에어비앤비는 과거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메시지로 국내 여행시장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호텔 중심의 숙박 경험에서 벗어나 현지의 집과 동네, 생활 방식을 경험하는 여행을 강조한 문구였다. 이번 ‘완벽하지 않아 완벽한 여행’은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이번 캠페인의 초점은 숙소 유형의 차별화보다 여행자의 마음 상태에 더 가깝다. 어디에서 자느냐보다 어떻게 쉬느냐, 얼마나 많이 보느냐보다 얼마나 편하게 머무느냐를 묻는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많은 여행객이 항공권, 숙소, 맛집, 카페, 체험 예약을 한꺼번에 챙기는 시점에 “여행 와서까지 갓생 살 필요 없다”는 메시지는 꽤 직접적이다.

캠페인 영상에서도 빈틈없는 일정 대신 마음 가는 대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담겼다. 방송인 최화정은 내레이션을 통해 “여행 와서까지 갓생 살 필요 없으니까”, “어쩌면 가장 완벽한 하루는 최선을 다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일지 몰라요”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최화정 내레이션, ‘힘 빼는 여행’의 정서를 살렸다

최화정의 참여도 캠페인 분위기를 결정하는 요소다. 에어비앤비는 최화정이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캠페인 메시지를 편안하면서도 당당하게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최화정은 캠페인 참여 소감에서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여행마저 계획대로 해내야 하는 숙제처럼 여기게 되는데, 부담을 내려놓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여행의 가치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최화정의 목소리는 이번 캠페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는 자칫 게으름처럼 들릴 수 있지만, 최화정 특유의 밝고 생활감 있는 화법은 이를 자연스러운 휴식의 권리처럼 들리게 만든다. 여행을 잘해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조금 비어 있어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더 부드럽게 전달된다.

에어비앤비는 캠페인 영상을 TV 광고로 선보이고, 최화정이 오는 6월 17일 유튜브 채널 ‘비보티비’에 방송인 송은이, 김숙, 영화감독 장항준과 출연해 여행 고민과 자신의 여행 철학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행업계가 주목해야 할 변화, ‘일정’에서 ‘체류 경험’으로

이번 캠페인은 에어비앤비만의 광고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 여행시장의 변화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여행객은 여전히 좋은 장소와 맛집, 인증샷을 원한다. 그러나 동시에 피로하지 않은 여행, 일정에 끌려다니지 않는 여행, 나와 일행만의 공간에서 쉬는 시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 변화는 숙박업계와 여행업계 모두에 영향을 준다. 숙소는 더 이상 잠만 자는 공간으로 팔리기 어렵다. 거실, 주방, 테라스, 마당, 주변 동네, 장보기 환경, 반려동물 동반 가능 여부, 장기 체류 편의성까지 여행 상품의 일부가 된다. 여행사도 일정표를 빽빽하게 채우는 방식만으로는 새로운 수요를 붙잡기 어렵다.

특히 여름휴가는 이 변화가 잘 드러나는 시기다. 무더운 날씨에 관광지를 많이 도는 여행은 쉽게 피로해진다. 반면 좋은 숙소를 중심으로 아침과 저녁만 가볍게 움직이고, 낮에는 쉬는 방식은 가족 여행, 친구 여행, 커플 여행 모두에서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완벽하지 않은 여행이 오래 기억되는 이유

여행의 기억은 대개 계획대로 흘러간 순간보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남는다. 우연히 들어간 골목, 예약하지 않은 식당, 늦잠 자고 먹은 아침, 비가 와서 숙소에서 보낸 오후, 마트에서 장을 봐 함께 만든 저녁 같은 장면이 오래 남는다. 완벽한 일정표에는 이런 장면이 들어갈 자리가 많지 않다.

에어비앤비의 ‘완벽하지 않아 완벽한 여행’ 캠페인은 이 빈틈을 여행의 가치로 다시 부른다. 효율을 낮추자는 것이 아니라, 여행의 목적을 다시 휴식과 관계, 체류 경험으로 돌려놓자는 제안이다.

서가연 에어비앤비 코리아 컨트리매니저는 “여행마저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한국 여행객들에게 계획의 빈자리를 머무름의 즐거움으로 채우는 휴식을 제안하고자 이번 캠페인을 기획했다”며 “올여름 휴가철, 에어비앤비에서 만날 수 있는 다채로운 공간에서 온전히 자신만의 속도로 머물고 쉬며 ‘완벽하지 않아 완벽한 여행’의 가치를 직접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여행을 잘하는 방법은 더 많이 보는 데만 있지 않다.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여행을 완성한다. 올여름 여행의 좋은 기억은 어쩌면 가장 공들여 짠 일정표가 아니라, 비워둔 오후와 숙소의 거실, 계획에 없던 산책길에서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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