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전북 서해안에서 가장 큰 스케일의 드라이브를 꼽으라면 새만금 방조제를 빼기 어렵다. 도로는 부안 대항리에서 군산 비응도까지 바다 위를 가로지른다. 길이는 33.9km. 숫자로만 보면 단순한 거리 같지만, 실제로 달려보면 바다와 하늘 사이에 하나의 직선을 긋고 지나가는 느낌에 가깝다.
새만금 방조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로 알려진다. 기존 세계 최장 기록이었던 네덜란드 쥬다치 방조제보다 길고, 2010년 8월 기네스월드레코드에 등재됐다. 새만금개발청 자료에 따르면 1991년 11월 공사가 시작됐고, 방조제는 전북 부안군 대항리와 군산시 비응도를 잇는다. 평균 폭은 290m, 최대 폭은 535m에 이르며, 평균 높이는 36m, 최대 높이는 54m 규모다.
이 길이 특별한 이유는 단지 ‘세계 최장’이라는 기록에 있지 않다. 여행자에게 새만금 방조제는 달리는 공간이다. 한쪽에는 서해 바다, 다른 한쪽에는 새롭게 조성된 새만금의 넓은 땅과 수면이 펼쳐진다. 평소에는 느끼기 어려운 수평선의 크기, 바람의 속도, 인공 구조물의 압도감이 한꺼번에 다가온다.

드라이브 코스의 시작점으로는 부안 쪽 새만금홍보관이 좋다. 새만금홍보관은 전북특별자치도 부안군 변산면 새만금로 6에 자리한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전시 공간으로, 새만금 간척사업의 역사와 기술, 앞으로의 개발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3층 전망대에서는 방조제와 새만금 일대를 넓게 조망할 수 있어, 본격적으로 길을 달리기 전 전체 지형을 이해하기 좋다.
새만금홍보관은 입장료와 주차비가 무료로 운영된다. 이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1월 1일은 쉰다. 방조제 도로 자체는 24시간 개방돼 야간 통행이 가능하지만, 홍보관 관람을 함께 계획한다면 낮 시간대에 맞춰 이동하는 것이 좋다.
방조제 위를 달릴 때는 중간 거점을 나눠보는 편이 좋다. 부안에서 출발하면 새만금홍보관을 지나 가력도, 신시도, 야미도 방향으로 이어진다. 신시도와 야미도는 고군산군도 여행으로 넘어가는 관문 역할을 한다. 군산 쪽 끝에는 비응항이 있어 해산물 식사나 항구 산책을 함께 넣기 좋다.
새만금 방조제의 매력은 속도를 내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천천히 달리며 풍경을 끊어 보는 길이다. 긴 직선 구간이 이어지기 때문에 운전자는 단조롭게 느낄 수 있지만, 동승자에게는 바다의 스케일이 크게 다가온다. 중간 쉼터와 조망 지점을 활용하면 드라이브가 단순 이동이 아니라 여행으로 바뀐다.

가장 좋은 시간대는 해 질 무렵이다. 서해안 드라이브의 장점은 일몰이다. 낮에는 방조제의 규모가 선명하게 보이고, 저녁에는 긴 도로와 수평선, 붉은 하늘이 겹친다. 특히 날이 맑은 날에는 바다 위로 내려앉는 빛이 방조제의 선을 더 또렷하게 만든다. 사진을 찍는다면 일몰 1시간 전쯤 방조제에 진입하는 일정이 좋다.
다만 바닷길인 만큼 바람이 강하다.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거나 쉼터에 머물 때는 얇은 겉옷을 준비하는 편이 좋다. 여름에는 햇볕이 강하고, 겨울에는 체감온도가 크게 떨어진다. 도로 위 정차는 위험하므로 반드시 정해진 주차 공간이나 쉼터를 이용해야 한다.
새만금 방조제 여행은 부안 여행과 군산 여행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부안 쪽에서는 변산반도, 채석강, 격포항, 변산해수욕장, 내소사로 동선을 잡을 수 있다. 군산 쪽에서는 비응항, 선유도, 장자도, 고군산군도, 군산 근대역사문화거리로 이어진다. 하루 코스로도 좋지만, 제대로 즐기려면 부안 1박 또는 군산 1박을 붙이는 일정이 더 여유롭다.
아이와 함께라면 새만금홍보관을 먼저 들르는 동선이 좋다. 방조제가 왜 만들어졌는지, 어떤 기술이 쓰였는지, 바다와 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전시와 모형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한 드라이브보다 교육 여행의 성격이 더해진다. 부모님과 함께라면 전망대와 쉼터, 비응항 식사까지 묶으면 걷는 부담이 적다.
새만금이라는 이름에도 의미가 있다. 김제평야와 만경평야를 합쳐 부르던 ‘금만평야’에서 비롯됐고, 새롭게 생겨나는 큰 땅이라는 뜻을 담아 ‘새만금’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방조제는 그 이름을 실제 지형으로 바꾼 거대한 구조물이다.
오늘의 새만금은 완성된 관광지라기보다 계속 변하는 공간에 가깝다. 방조제는 이미 길로 쓰이고 있고, 주변에는 산업, 관광, 환경,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여러 사업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새만금 방조제 드라이브는 단순한 해안길 여행과 조금 다르다. 바다 위를 달리면서 동시에 대한민국 국토 개발의 한 장면을 지나가는 길이다.
주말에 짧게 다녀오려면 부안 새만금홍보관에서 출발해 방조제를 따라 신시도와 야미도를 지나 군산 비응항까지 달리는 코스가 무난하다. 반대로 군산 여행 중이라면 비응항에서 출발해 새만금홍보관, 채석강, 격포항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좋다. 어느 쪽에서 시작하든 핵심은 하나다. 33.9km의 바다길을 서두르지 않고 달리는 것이다.
새만금 방조제는 거창한 준비가 필요 없는 여행지다. 입장료가 필요하지 않고, 긴 산행도 필요하지 않다. 차 한 대와 좋은 날씨, 그리고 서해의 노을 시간만 맞으면 충분하다. 바다 위에 놓인 세계 최장 방조제는 전북 여행에서 가장 시원한 드라이브 코스이자, 한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압도적인 해안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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