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부산 범어사가 BTS 공연을 보기 위해 부산을 찾은 전 세계 아미를 품었다. 단순히 잠잘 곳을 제공한 행사가 아니다. 사찰은 공연을 보러 온 팬들이 부산에서 한국의 전통문화와 환대를 함께 경험하도록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새롭게 구성했다. K-팝 공연 수요가 숙박, 지역 이동, 전통문화 체험으로 확장되는 현장이 된 셈이다.
이번 특별 템플스테이는 6월 11일부터 14일까지 3박 4일 일정으로 운영됐다. 제공 자료에 따르면 당초 90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고, 추첨을 통해 참가자를 선정했다. 프랑스, 필리핀, 칠레, 일본, 폴란드, 몽골, 카자흐스탄, 페루 등 다양한 국적의 해외 팬들이 사찰에 머물며 부산 공연 일정을 함께 소화했다. 숙박비와 식비는 무료로 지원됐다.
범어사가 주목받는 이유는 팬덤을 단순 관광객으로 보지 않았다는 데 있다. 사찰은 BTS 팬덤의 상징색인 보라색을 프로그램 안에 자연스럽게 녹였다. 입소 첫날에는 공연장에 가져갈 수 있는 보라색 연꽃등 만들기 체험이 진행됐다. 불교문화의 상징인 연꽃등과 글로벌 팬덤의 상징색이 만난 장면은 이번 템플스테이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프로그램은 사찰의 시간표를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았다. 공연을 보기 위해 부산을 찾은 팬들의 이동과 관람 시간을 고려해 일정이 유연하게 짜였다. 야간 공연 후 늦게 돌아오는 참가자들을 위해 밤 11시부터 심야 채식라면 파티가 마련됐고, 공연이 집중된 주말에는 개별 이동 시간을 고려한 자율 일정이 주어졌다. 사찰 체험이면서도 방문 목적을 존중한 운영 방식이다.
식사와 간식도 세심하게 준비됐다. 범어사는 연잎밥, 떡볶이, 잡채 등 외국인도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찰음식을 제공했다. 외출할 때 챙겨갈 수 있도록 수제 약과 등 한식 디저트를 개별 포장해 지원한 점도 눈에 띈다. 한국 음식과 사찰음식을 부담 없이 접하도록 한 작은 배려가 팬들에게는 부산 여행의 기억으로 남는다.
사찰 내부에는 팬들을 위한 공간도 마련됐다. 무료 간식 라운지와 음악 감상 공간이 조성됐고, 입구에는 아미 환영 포토존이 설치됐다.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이 사찰 안에서도 서로 교류하고, 한국적 공간 안에서 자신들의 팬덤 문화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한 구성이다. 템플스테이가 단순 숙소가 아니라 체류형 문화 경험으로 작동한 이유다.
이번 사례는 부산 관광에도 시사점이 크다. 대형 공연은 도시의 숙박 수요를 단기간에 크게 끌어올린다. 호텔과 숙박업소만으로는 갑작스러운 수요를 모두 흡수하기 어렵고, 가격 급등 논란도 반복된다. 범어사 템플스테이는 이런 상황에서 지역 종교시설과 문화자원이 어떻게 대체 숙박과 관광 경험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다운 환대’다. 해외 팬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공연 하나에만 있지 않다. 공연 전후의 도시 경험, 음식, 교통, 숙박, 사람들의 태도, 예상치 못한 문화 체험이 여행의 전체 만족도를 만든다. 범어사의 특별 템플스테이는 팬들에게 부산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도시의 공연장 밖에서 만난 고찰, 사찰음식, 차담, 연꽃등은 K-팝 여행을 한국문화 여행으로 넓혔다.
템플스테이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이미 익숙한 한국형 체험 콘텐츠다. 하지만 이번처럼 글로벌 팬덤 이벤트와 결합하면 의미가 달라진다. 공연장은 짧은 시간에 감정을 폭발시키는 공간이고, 사찰은 그 감정을 가라앉히며 오래 기억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두 공간이 하나의 여행 동선 안에서 연결될 때, K-컬처 관광은 더 깊어진다.
퇴소일에는 스님과 아미들의 차담 시간이 마련됐다. 공연을 본 뒤의 들뜬 마음, 한국에서의 체류 경험, 사찰에서 느낀 고요함을 나누는 자리다. 이 장면은 이번 템플스테이가 단순한 숙박 지원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가 만나는 프로그램이었다는 점을 상징한다.
부산은 이미 영화, 해양, 미식, 축제, K-팝 공연 수요를 함께 가진 도시다. 여기에 범어사 같은 전통문화 자원이 연결되면 도시 관광의 폭은 더 넓어진다. 공연을 보기 위해 온 팬이 사찰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부산의 산과 바다, 전통음식, 사찰문화를 함께 경험한다면 그 여행은 다시 한국을 찾게 만드는 기억으로 남는다.
범어사의 BTS 아미 템플스테이는 일회성 미담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 글로벌 공연을 지역 관광으로 확장하고, 숙박난을 문화 체험으로 전환하며, 팬덤 여행을 한국적 환대로 받아낸 사례다. 부산의 한 사찰에서 시작된 이 작은 장면은 앞으로 K-팝과 지역관광, 전통문화가 어떻게 함께 움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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