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래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대한항공이 스타트업·테크 박람회 넥스트라이즈 2026에서 AI 기반 미래 항공기술을 대거 공개하며 항공우주 산업의 디지털 전환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기업 홍보 부스가 아니라, 대한항공이 항공 운송사에서 축적한 운항·관제·정비 역량을 미래 항공교통, 무인기, 스마트 MRO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로 평가된다.
대한항공은 18일부터 이틀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넥스트라이즈 2026에 참가해 벤처·스타트업 기업들과 교류하고, 미래 항공 산업을 이끌 첨단 전략 기술을 소개했다. 전시의 핵심 축은 지능형 관제, 자율형 조종, 지능형 유지보수다. 세 분야는 각각 미래항공교통 운용, AI 기반 무인기·전장 솔루션, 항공기 정비 자동화와 연결된다.
이번 전시가 주목되는 이유는 대한항공이 항공사의 전통적 영역을 넘어 항공우주 기술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사는 대개 여객과 화물 운송, 노선 운영, 서비스 품질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래 항공 산업에서는 관제, 데이터, AI, 무인기, 유지보수, 방산, 도심항공교통이 서로 연결되며 항공사의 역할도 넓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의 넥스트라이즈 2026 전시는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지능형 관제 부문에서는 대한항공이 개발한 통합관제 솔루션 ACROSS가 소개됐다. ACROSS는 항공 운송 현장에서 축적된 운항 노하우를 바탕으로 미래항공교통 AAM을 운용할 수 있는 항공교통체계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솔루션이다. 하늘길의 신호등 역할을 하는 관제 기술은 도심항공교통과 무인기 운용이 확대될수록 중요성이 커진다. 사람이 조종하는 항공기뿐 아니라 드론, 무인기, 미래 모빌리티가 같은 공역을 이용하게 되면 실시간 교통관리와 안전한 운항 체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ACROSS를 통해 친환경 모빌리티 생태계의 조속한 상용화와 안정화에 기여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는 항공사가 단순히 항공기를 운항하는 주체를 넘어, 미래 공역을 관리하고 연결하는 기술 파트너로 이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특히 AAM과 UAM, 드론 물류, 무인기 운용이 확대되는 환경에서는 공역 통합관리 기술이 항공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자율형 조종 부문에서는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미래형 전투 체계가 전면에 등장했다. 대한항공은 개발 중인 저피탐 무인편대기와 아음속 무인표적기를 소개하고,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 공동 개발하는 AI 무인기의 시험 비행 영상을 대중에 최초 공개했다. 이는 대한항공의 무인기 기술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실증 성과를 제시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무인기는 미래 항공우주 방산의 핵심 분야로 꼽힌다. 기존 무인기가 원격 조종 중심이었다면, 미래형 무인기는 센서와 데이터, AI 판단체계를 기반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여러 대의 무인기가 협력해 임무를 수행하는 군집 운용,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 저피탐 플랫폼은 각국이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분야다. 대한항공이 안두릴과 공동 개발하는 AI 무인기와 저피탐 무인편대기를 소개한 것은 국내 항공우주 방산 기술의 진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한항공은 군집 드론 전문 기업 파블로항공의 무인기 플랫폼에 AI 기술을 접목하는 공동 기술 실증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이를 통해 무인기들이 스스로 협력해 임무를 완수하는 군집 비행과 자율 임무 기술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협력은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각각 보유한 역량을 결합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대한항공은 항공 운항과 시스템 통합 역량을, 스타트업은 민첩한 플랫폼 기술과 실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지능형 유지보수 영역에서는 로봇과 AI를 활용해 항공기 정비 패러다임을 바꾸는 스마트 MRO가 소개됐다. 대한항공이 제시한 스마트 MRO는 항공기 상층부와 하부 외관을 인스펙션 드론과 지상 로버가 정밀 촬영하고, AI가 영상을 분석해 미세한 결함까지 찾아낸 뒤 정비사에게 즉시 알리는 방식이다. 사람이 직접 높은 곳에 올라가거나 항공기 외관을 장시간 점검해야 했던 기존 방식과 비교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 결함 탐지 프로세스를 통해 산업재해를 예방하고 검사 시간을 기존 10시간에서 1시간으로 단축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 정비는 항공 안전과 직결되는 핵심 영역이지만, 동시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투입되는 고난도 작업이다. AI 영상 분석과 드론·로버 기반 점검이 상용화되면 정비사는 반복적인 외관 확인보다 고도화된 판단과 후속 조치에 집중할 수 있다. 이는 항공정비 MRO 산업의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개선하는 기술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정비 기술을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 보잉과 함께 상용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항공기 제조사와 항공사, 정비 기술 기업이 협력하면 스마트 MRO 기술은 특정 항공사의 내부 효율화를 넘어 글로벌 항공정비 표준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항공기 운항 데이터와 정비 데이터, 결함 이미지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AI 분석 정확도는 높아지고, 예방정비와 예측정비의 중요성도 커진다.
이번 대한항공 부스는 관람객이 미래 항공 생태계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ACROSS 관제 영상을 띄운 LED 타워와 실제 장비, 무인기 전시, AI 항공기술 관련 화면이 배치됐으며, 부스 방문객을 위한 대한항공 키링 만들기 코너도 마련됐다. 기술 전시의 난해함을 줄이고 일반 관람객이 대한항공의 미래 항공 전략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구성이다.
넥스트라이즈 2026 첫째 날에는 항공우주 방산 및 AI 분야 컨퍼런스도 진행됐다. 대한항공은 정부의 첨단 전략 산업 육성 방향에 맞춘 기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1대1 상담 부스도 운영했다. 이는 전시 참가를 넘어 실제 협력과 투자, 기술 교류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대한항공의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상생이다. AI 항공기술은 항공사 혼자 완성하기 어렵다. 관제, 무인기, 센서, 데이터 분석, 로봇, 정비 자동화, 통신, 사이버보안 등 다양한 기술 생태계가 필요하다. 대한항공이 벤처·중소 협력사들과의 교류와 협력을 강조한 것은 미래 항공우주 산업이 대기업 중심의 폐쇄형 개발이 아니라, 기술 파트너십과 생태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NextRise 2026에서 대한항공의 첨단 전략 항공 기술력을 널리 알리고 유관 기관과의 협력 및 투자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한다며, 국내 벤처·중소 협력사들과의 지속적인 기술 교류와 상생 협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속적으로 선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넥스트라이즈 2026 전시는 대한항공이 미래 항공산업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여객기와 화물기를 운항하는 전통적 항공사에서 출발했지만, 앞으로의 경쟁력은 AI 관제, 자율형 조종, 스마트 MRO, 무인기, 항공우주 방산, 스타트업 협력 생태계로 확장된다. 대한항공이 제시한 미래 항공 생태계는 항공사가 더 이상 하늘길을 운항하는 기업에 머물지 않고, 하늘길을 관리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무인기를 개발하고, 항공정비를 자동화하는 기술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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