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관광청, 코타키나발루 너머의 한국시장을 본다

말레이시아 관광청이 Visit Malaysia 2026을 앞두고 한국시장 전략의 폭을 넓히고 있다. 카밀리아 하니 압둘 하림 서울 디렉터는 코타키나발루와 쿠알라룸푸르를 넘어 조호르바루, 사라왁, 교육여행, MICE, AI 시대 공식 관광 정보까지 말레이시아의 다음 방향을 제시했다.

말레이시아 관광청 서울사무소장 카밀리아 하니 압둘 하림 인터뷰 현장
카밀리아 하니 압둘 하림 투어리즘 말레이시아 서울 디렉터가 서울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Visit Malaysia 2026의 한국시장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이정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한국 관광시장에서 말레이시아 관광청은 차분한 방식으로, 그러나 꾸준하게 존재감을 쌓아온 조직이다. 큰 구호를 앞세워 시선을 끌기보다 업계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필요한 때에 필요한 파트너와 손을 잡아온 쪽에 가깝다. 그래서 말레이시아 관광청은 요란한 관광청으로 기억되기보다, 오래 보고 함께 일해본 업계 사람일수록 실속 있고 안정적인 조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이 카밀리아 하니 압둘 하림, 투어리즘 말레이시아 서울 디렉터다. 인터뷰 현장에서 그는 부드럽고 온화한 표정을 잃지 않았지만, 한국시장에 대한 판단은 분명했다. 밝은 미소와 차분한 말투 속에서도 무엇을 키우고 무엇을 넓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은 선명했다. 말레이시아 관광청 서울사무소가 보여온 일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드럽지만 흐리지 않고, 온화하지만 결정을 미루지 않는다.

말레이시아 관광청은 한국에 진출한 해외 관광청 가운데서도 비교적 독특한 운영 구조를 지닌다. 본청 인력이 직접 현장을 챙기는 직영형 성격이 강하고, 그만큼 시장 감각이 현장과 멀어지지 않는다. 여러 관광청이 대행 구조에 기대는 동안 말레이시아 관광청은 여행사, 항공사,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과의 접점을 꾸준히 이어오며 한국시장의 결을 세심하게 관리해왔다. 겉으로는 조용해 보여도, 실제로는 관광 마케팅의 기본기를 단단히 갖춘 조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사라왁 쿠칭 워터프런트와 Visit Malaysia 2026 말레이시아 여행
사라왁은 자연과 문화, 도시 풍경이 함께 어우러진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차세대 목적지로 꼽힌다.

그런 말레이시아 관광청이 지금 가장 크게 내세우는 무대는 Visit Malaysia 2026이다. 이 캠페인은 단순한 관광 홍보 슬로건이 아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관광을 국가경제와 지역 성장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로 보고, 2026년을 향해 방문 수요를 더 크게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적 프로젝트다. 카밀리아 디렉터는 이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로 ‘Surreal Experiences’를 설명했다. 말레이시아의 문화, 자연, 사람을 통해 예상보다 더 풍부하고 입체적인 여행 경험을 만들어내겠다는 뜻이다.

한국 여행자에게 말레이시아는 이미 대단히 친숙한 목적지다. 쿠알라룸푸르와 코타키나발루는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가족여행, 휴양, 골프, 허니문, 포상관광 동선 안에 있었다. 다만 그 친숙함이 말레이시아를 지나치게 몇몇 목적지로만 좁혀 보게 만든 면도 있다. Visit Malaysia 2026이 한국시장에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는 바로 그 폭을 다시 넓히는 데 있다. 이미 잘 알려진 말레이시아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시장이 아직 충분히 읽지 못한 말레이시아의 다른 층위를 더 깊고 넓게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사라왁은 그 확장의 중요한 축이다. 보르네오의 자연, 원주민 문화, 강과 열대우림, 쿠칭을 중심으로 한 도시적 매력이 함께 놓인 사라왁은 말레이시아를 단순 휴양지 이미지에서 한 단계 더 넓혀주는 목적지다. 자연과 문화가 함께 움직이고, 생태와 지역성이 살아 있으며, 한국 여행자가 아직 충분히 소비하지 않은 말레이시아의 깊이를 품고 있다. Visit Malaysia 2026에서 사라왁은 코타키나발루 이후의 말레이시아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는 이름 가운데 하나다.

조호르바루도 빼놓을 수 없다. 조호르바루는 새로 뜨는 낯선 목적지라기보다, 싱가포르 접경이라는 지리적 이점 때문에 오래전부터 한국시장과 인연이 깊었던 지역이다. 그리고 지금 다시 더 강해지고 있다. 싱가포르와의 연결성 개선, 출입국 편의 향상, 교통 인프라 보강, 무엇보다 싱가포르 달러와 말레이시아 링깃 사이의 환율 차이가 만들어내는 체류 경쟁력이 조호르바루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싱가포르의 도시 인프라를 누리면서도 말레이시아 쪽에서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머무를 수 있다는 점은 한국 여행자에게 여전히 강력한 장점이다.

조호르바루 워터프런트와 말레이시아 교육여행 골프 쇼핑 목적지
조호르바루는 싱가포르 접경, 환율 경쟁력, 교육·골프·쇼핑 수요가 맞물리며 한국시장 안에서 다시 강해지고 있다.

여기에 교육 수요가 더해진다. 말레이시아는 영어 사용 환경, 다문화 사회, 국제학교와 대학 인프라, 비교적 합리적인 비용이라는 강점을 함께 갖고 있다. 관광청이 말하는 에듀투어리즘은 단순한 학교 견학이 아니다. 영어연수, 가족 동반 체류, 문화 체험, 생활 경험을 아우르는 형태다. 조호르바루의 EduCity를 비롯한 교육 인프라는 향후 한국시장에서도 더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골프와 쇼핑, 장기 체류, 교육을 함께 묶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호르바루는 말레이시아가 가진 복합 목적지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MICE와 인센티브 시장도 말레이시아 관광청이 꾸준히 강점을 보여온 분야다. 카밀리아 디렉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는 22개 인센티브 그룹, 약 3982명이 말레이시아를 찾았다. 상당수는 코타키나발루를 선택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동양생명금융서비스,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한국의 주요 금융·보험권 인센티브 사례는 코타키나발루가 여전히 한국 기업 포상관광 시장에서 신뢰받는 목적지임을 말해준다. 말레이시아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Malaysia Convention and Exhibition Bureau와 Sabah Convention Bureau 등과 연계해 회의, 전시, 인센티브 단체 지원 체계를 갖추고, 문화공연, 만찬, 기념품, 호텔·항공 연계 혜택까지 현장 조건을 함께 맞춰간다.

말레이시아 관광청이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변화에 대한 감각이다. 전통적인 여행사 네트워크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디지털 전환에는 늦지 않았다. 구글, 카카오, 유튜브, 소셜미디어, 라이브커머스, 디지털 옥외광고 등 새로운 접점이 중요해지는 흐름을 일찍 받아들였고, 광고를 단순 노출이 아니라 실제 성과로 연결하려는 방향도 분명하다. 카밀리아 디렉터가 여러 차례 강조한 것도 데이터였다. 공항 조사, 파트너 캠페인의 도달률과 임프레션, 클릭, 판매 결과를 함께 보고 판단하는 구조다.

이 대목에서 말레이시아 관광청은 ‘스마트 파트너십’이라는 말을 쓴다. 관광청 혼자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보다 항공사와 여행사 등 산업 파트너와 함께 비용을 나누고, 성과 데이터를 함께 확인하는 구조다. 목적지 홍보와 상품 판매, 시장 확산을 하나의 캠페인 안에서 엮는 방식이다. 관광 마케팅이 관계와 감각만으로 움직이던 시대를 지나 성과와 데이터까지 함께 요구받는 시대로 들어선 만큼, 말레이시아 관광청은 비교적 빠르게 그 언어를 익힌 조직으로 볼 수 있다.

AI에 대한 시선도 흥미롭다. 이제 여행자는 굳이 관광청 사무소를 찾지 않아도 AI에 쿠알라룸푸르나 페낭 일정을 물어보고 여행 루트를 받아본다. 번역 앱은 언어 장벽을 낮추고, 모바일 정보는 현지 이동을 쉽게 만든다. 그러나 정보가 쉬워질수록 정확성의 문제는 더 중요해진다. 존재하지 않는 시설이 AI 영상 속 관광 명소처럼 유통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실제 일정으로 소비될 위험도 있다. 카밀리아 디렉터가 공식 관광청과 검증된 여행업계 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이유다.

결국 AI 시대의 관광청 전략은 더 많은 정보를 쏟아내는 일이 아니라, 여행자가 믿고 확인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는 일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도 말레이시아 관광청은 균형감이 있다. 기술의 변화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여행의 신뢰는 여전히 사람과 공식 정보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는다. 관광청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Visit Malaysia 2026이 한국시장에 던지는 과제도 분명하다. 코타키나발루와 쿠알라룸푸르의 안정적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사라왁, 랑카위, 페낭, 조호르바루, 교육여행, 미식, 웰니스, MICE까지 여행의 폭을 넓히는 일이다. 그리고 그 확장은 단순 홍보가 아니라 실제 상품, 항공, 체류, 체험, 데이터, 신뢰 정보까지 함께 움직일 때 가능하다.

말레이시아 관광청 서울사무소가 꾸준히 높게 평가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다. 화려함보다 정확함을, 일회성 노출보다 지속적인 관계를, 유행보다 실행을 중시한다. 한국시장을 오래 봐온 관광청답게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잘 안다. 카밀리아 하니 압둘 하림 디렉터가 보여준 온화함 속 단단함도 그 연장선에 있다. Visit Malaysia 2026은 말레이시아가 한국 여행자에게 다시 말을 거는 캠페인이지만, 그 방식만큼은 새삼스럽지 않다. 말레이시아 관광청은 원래부터 그렇게, 조용하지만 정확하게 시장을 움직여온 조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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