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배에서 내린 뒤 처음부터 절벽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울포항 주변은 집과 밭, 주민들이 오가는 길이 이어지는 평범한 섬마을 풍경이다.
하지만 세포마을과 장문재 쪽으로 방향을 잡고 해안 가까이 내려가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회색 절벽이 바다 쪽으로 기울고 그 아래를 따라 사람이 한 줄로 지나갈 만한 길이 열린다.
완도 금당도의 교암청풍이다. 금당팔경길 전체는 28.5km이며 이 가운데 적벽청풍길은 1.5km다. 금당적벽과 세포전망대, 가마바위까지 연결하면 섬 트레킹의 핵심 경관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우두항에서 15분, 하지만 섬에 들어간 뒤가 진짜 시작이다
고흥 거금도 우두항에서 울포항까지는 여객선으로 약 15분이다. 배를 오래 타지 않아 당일 여행으로 접근하기 좋은 편이다.
다만 섬 여행은 배 시간이 전체 일정을 결정한다. 돌아오는 편을 놓치면 육지처럼 차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출도 시간을 먼저 보고 걷는 거리를 정해야 한다.
계절과 기상에 따라 운항시간이 달라질 수 있어 과거 기사에 나온 특정 시간표를 그대로 믿기보다 방문 당일 선사와 완도군 운항정보를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차량을 선적한다면 차량 가능 여부와 승선 절차도 미리 확인해야 한다. 짧은 뱃길이지만 준비는 일반 육지 여행보다 한 단계 더 필요하다.

숲길이 끝난 뒤부터 금당도의 진짜 풍경이 시작된다
울포항에서 출발하는 초반 구간은 흙길과 숲길이 많다. 키 작은 소나무와 난대림 사이로 이어지는 길은 비교적 완만해 처음에는 산책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세포전망대와 금당적벽 방향으로 갈수록 길의 성격이 바뀐다. 바위가 많아지고 계단과 해안 암반 구간이 등장한다.
따라서 초반의 편안한 길만 보고 전체 난이도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같은 코스 안에서도 편한 흙길과 조심해야 하는 해안길이 번갈아 나온다.

세포전망대에 서면 금당도보다 다도해가 먼저 보인다
장문재에서 세포전망대 쪽으로 올라가면 금당도 주변 바다가 한꺼번에 열린다. 작은 섬과 산 능선이 여러 겹으로 이어져 다도해 특유의 풍경이 나타난다.
가까운 연안은 청록빛이고 멀어질수록 짙은 파란색으로 바뀐다. 수면 위에 낮게 떠 있는 섬들이 겹치면서 높은 산 정상과는 다른 깊이를 만든다.
절벽을 가까이 보는 교암청풍과 달리 세포전망대는 주변 섬과 바다 전체의 위치를 읽는 장소다. 이곳에서 잠시 쉬고 다시 해안 쪽으로 내려가는 동선이 자연스럽다.

금당적벽에서는 절벽 높이보다 암석의 결이 먼저 들어온다
금당적벽 가까이에서는 바위 표면의 층이 선명하게 보인다. 암석층이 비스듬히 눕고 접혀 있어 한 덩어리의 평평한 절벽과는 인상이 다르다.
회색 바위 사이에 소나무와 관목이 붙고 그 바로 아래로 바닷물이 들어온다. 바위, 숲, 바다가 좁은 공간 안에서 겹치는 것이 금당도 해안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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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암청풍은 사람이 만든 길보다 파도가 만든 길에 가깝다
교암청풍에서는 절벽 아랫부분이 오랜 침식으로 움푹 들어간 구간을 따라 걷는다. 자연 암반을 밟는 곳도 있고 위험한 곳에는 철제 탐방로와 계단이 설치돼 있다.
머리 위에는 바위가 돌출되고 바로 옆에는 바다가 붙는다. 일반적인 해안 데크길과 가장 크게 다른 부분이다.
건조한 날에는 이동이 어렵지 않은 구간도 있지만 비가 온 뒤나 파도가 높은 날에는 암반이 미끄럽고 체감 난이도가 크게 올라갈 수 있다.
금당도에서 가장 강한 장면인 동시에 가장 조심해야 할 구간이라는 점을 함께 기억해야 한다.
가마바위는 보는 방향에 따라 모양이 달라진다
가마바위는 이름 그대로 가마를 닮았다고 전해지지만 보는 위치에 따라 잠수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바위 위에 소나무가 자라 형태가 더 독특해 보인다.
주변에는 절벽과 바다가 함께 이어져 바위 하나만 따로 보는 것보다 조금씩 위치를 바꿔 풍경 전체를 보는 편이 좋다.
교암청풍과 금당적벽, 가마바위는 각각 다른 풍경이지만 같은 해안 지형 안에서 연결된다. 그래서 짧은 구간 안에서도 사진의 장면이 계속 달라진다.
부모님과 갈 수 있지만 누구에게나 쉬운 길은 아니다
금당도에는 흙길과 완만한 오솔길이 있어 부모님과 함께 걸을 수 있는 구간도 있다. 세포전망대 중심으로 동선을 짧게 잡는다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교암청풍 해안 쪽까지 내려가면 바위와 철계단, 암반 구간을 지나게 된다. 무릎이 좋지 않거나 균형 잡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전망 구간까지만 다녀오는 편이 낫다.
금당도를 부모님도 걷는 길이라고 단순하게 표현하기보다 구간별 난이도가 다르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28.5km 금당팔경길을 하루에 다 볼 필요는 없다
금당팔경길은 전체 28.5km로 여러 마을과 기존 등산로, 해안절벽 명소를 나눠 연결한다. 한 번에 전부 걷는 코스로 보기 어렵다.
처음 방문한다면 세포전망대와 금당적벽, 교암청풍을 중심으로 일정을 짜는 편이 낫다. 여기에 시간이 남으면 가마바위를 연결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섬에서는 배 시간까지 고려해야 하므로 욕심을 내기보다 핵심 구간을 충분히 보는 것이 만족도가 높다.
여행정보
지역 전남 완도군 금당면
금당면사무소 전남 완도군 금당면 금당로 50-1
금당팔경길 전체 28.5km
적벽청풍길 1.5km
핵심 볼거리 세포전망대, 금당적벽, 교암청풍, 가마바위, 다도해 조망
고흥 방면 우두항에서 울포항까지 여객선으로 약 15분
다른 접근 녹동신항 또는 장흥 노력항 이용 가능
체감 난이도 숲길과 흙길은 비교적 편하지만 해안 구간은 바위와 철계단, 암반 포함
준비 트레킹화, 물, 모자, 신분증, 당일 배편 확인
주의 비 온 직후와 파도가 높은 날에는 해안 암반 구간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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