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관광객 넘쳐 빗장 거는 그리스, 세금 사진에 빗장 치는 한국관광공사

사진 몇 장 받으려 관광데이터랩·투어라즈 가입 반복…워터마크까지, 공공 관광사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관광객이 몰려 혼잡 관리와 방문객 규제까지 고민하는 그리스는 전 세계 여행매체의 지면과 화면에서 끊임없이 반복 노출된다. 산토리니의 흰 골목과 푸른 돔, 에게해의 절벽과 해변은 여행기사와 방송, 여행사 상품 페이지, SNS에서 쉽게 만난다. 그리스 관광 홍보의 힘 가운데 하나는 현장을 보여주는 고품질 사진과 영상을 미디어와 여행업계가 쉽게 활용하도록 공급해 온 데 있다.

한국의 상황은 정반대 경험을 안겼다. 여행레저신문은 최근 강원 고성의 송지호 바다하늘길과 왕곡마을 일대를 기사로 소개하기 위해 한국관광공사 계열 관광사진을 찾았다. 사진 몇 장을 확보하는 데 두 시간 가까이 걸렸다.

사진을 찾으려 관광 관련 서비스를 오가며 가입과 인증을 반복했다. 관광데이터랩에 가입했고, 투어라즈(TOURAZ)에도 가입했다. 통합회원이라는 이름을 믿고 들어갔지만 필요한 사진에 접근하는 과정에서는 다시 다른 서비스와 인증 절차를 거쳐야 했다. 관광지를 홍보하려는 전문 여행매체가 공공 관광사진 몇 장을 얻기 위해 회원가입부터 다시 시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사진 한 장 받으려 플랫폼을 몇 번이나 돌아야 하나

관광사진 서비스의 목적은 분명하다. 좋은 사진을 필요한 사람에게 빠르게 전달해 국내 관광지를 더 많이 노출시키는 것이다. 특히 언론사와 여행사, 출판사, 콘텐츠 제작자는 관광사진을 실제 기사와 상품, 영상에 곧바로 활용하는 핵심 이용자다.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보유 사진 숫자가 아니다. 필요한 장소를 정확히 검색하고, 이용조건을 바로 확인하고, 충분한 해상도의 원본을 곧바로 내려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는 이 기본 동선이 길었다. 어느 플랫폼에 어떤 자료가 있는지 다시 확인하고, 가입 여부를 확인하고, 인증을 거쳐야 했다. 사진을 확보하는 데 쓰인 두 시간은 기사 취재와 편집에 쓸 수 있었던 시간이다. 관광홍보를 위해 만든 공공 시스템이 정작 관광 콘텐츠 생산의 속도를 늦추는 셈이다.

전통가옥과 밭, 산자락이 함께 보이는 고성 왕곡마을 원경 사진
고성 왕곡마을 원경. 전통가옥보다 밭과 산자락 비중이 큰 구도로 촬영됐고 우측 하단에 기관 표기가 들어가 있다.

높은 문턱을 넘었는데 사진 품질까지 아쉽다

접근 절차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어렵게 찾아낸 사진 가운데는 현재 여행 미디어가 요구하는 수준과 거리가 있는 컷도 적지 않았다. 하늘의 밝은 부분이 하얗게 날아간 사진, 관광지의 특징보다 주변 공간이 더 크게 잡힌 사진, 피사체가 평면적으로 보이는 구도가 눈에 띄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도 4K 영상을 찍고, 민간 여행 콘텐츠 제작자는 드론과 짐벌, 고화소 카메라로 현장을 기록한다. 공공 관광사진은 그보다 뒤처져서는 곤란하다. 관광기관이 제공하는 공식 사진은 장소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기준 이미지 역할까지 하기 때문이다.

좋은 관광사진에 과도한 보정은 필요하지 않다. 실제 장소의 색과 구조를 유지하면서 수평, 노출, 화이트밸런스, 구도, 선명도를 제대로 잡으면 된다. 전경과 인물 이용 장면, 세부 시설, 계절별 풍경, 가로·세로 컷을 함께 확보하면 활용도도 크게 올라간다.

우측 하단에 한국관광공사 표기가 들어간 고성 왕곡마을 전통가옥 사진
고성 왕곡마을 전통가옥 사진. 우측 하단에 한국관광공사 로고와 출처 표기가 들어가 있다.

출처 표기는 필요하다, 사진 위 워터마크는 다른 문제다

이번에 확인한 일부 사진에는 ‘강원관광’ 또는 ‘한국관광공사’ 기관 표기가 사진 안에 크게 들어가 있었다. 저작물 이용조건과 출처 표기는 당연히 지켜야 한다. 언론사도 사진을 사용할 때 캡션이나 크레디트에 제공기관과 촬영자를 명확히 밝힐 책임이 있다.

사진 위에 직접 박힌 워터마크는 별개의 문제다. 지면과 웹페이지, 모바일 피드에서 사진의 완성도를 떨어뜨리고 편집 가능한 범위를 좁힌다. 출처를 표시해야 한다면 다운로드 단계에서 정확한 크레디트 문구와 이용조건을 함께 제공하고, 실제 게재용 원본은 깨끗한 상태로 제공하는 방식이 훨씬 효율적이다.

공공누리도 유형마다 이용조건이 다르다. 출처표시, 상업적 이용 가능 여부, 변경 가능 여부를 이용자가 첫 화면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게 정리하면 된다. 이용자는 조건을 지키고, 기관은 활용 가능한 원본을 공급하는 구조가 관광홍보 목적에 맞다.

관광사진은 서버에 쌓아두는 자산이 아니다

한국관광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수많은 사진은 실제로 기사와 영상, 여행상품, SNS에 쓰일 때 관광홍보 자산이 된다. 서버에 보관된 사진의 숫자만 늘어서는 지역 관광객 한 명을 움직이기 어렵다.

특히 고성, 괴산, 영광, 장흥처럼 전국 단위 노출이 중요한 지역은 상황이 더 절실하다. 언론사 한 곳이 좋은 사진을 사용해 기사를 내보내면 포털 검색과 뉴스, 디스커버, SNS를 통해 수많은 잠재 여행자에게 관광지가 노출될 수 있다. 기관이 별도 광고비를 쓰지 않아도 가능한 홍보다.

그런데 홍보를 해주겠다는 매체가 사진을 찾아 여러 사이트를 돌고 회원가입을 반복한다면 역할이 뒤집힌다. 관광기관이 좋은 사진을 준비해 ‘많이 써 달라’고 미디어를 찾아야 한다. 언론사가 공공기관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부탁하는 구조는 효율이 낮다.

통합회원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통합된 이용 경험’

개선 방향은 복잡하지 않다. 첫째, 한 번의 로그인으로 관광사진과 영상 자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장소명을 검색하면 관련 사진과 영상, 촬영시기, 해상도, 이용조건이 한 페이지에 나와야 한다. 셋째, 언론·여행업계가 사용할 수 있는 고해상도 원본을 바로 내려받을 수 있어야 한다.

넷째, 사진 위 워터마크 대신 다운로드 시점에 출처표시 문구와 이용조건을 명확하게 제공해야 한다. 다섯째, 가로 사진만 쌓아두지 말고 모바일과 쇼츠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세로 사진과 짧은 영상 클립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

그리스의 유명 관광지가 세계인의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은 데에는 수십 년간 반복된 시각적 노출이 큰 역할을 했다. 한국 관광도 해외 로드쇼와 캠페인만큼이나 매일 기사 한 편, 영상 한 편에 쓰이는 사진의 힘을 다시 봐야 한다.

잘 찍고, 쉽게 찾게 하고, 한 번에 내려받게 하고, 이용조건을 분명히 알려주는 것.

관광 홍보의 기본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사진 몇 장을 얻기 위해 전문 여행매체가 두 시간을 써야 하는 시스템이라면 가장 먼저 손볼 곳도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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