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가 좌석을 채우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항공기를 늘리고 노선을 넓혀 더 많은 승객을 끌어들이거나, 가진 항공기를 빈자리 없이 돌리는 방법이다.
에어서울은 후자에 가깝다.
8월 에어서울의 김포~제주 노선 탑승률은 97.7%를 기록했다. 좌석 100석을 공급하면 98석 가까이를 채운 셈이다. 나트랑 역시 97%대 탑승률을 기록했다.
한 달 성수기 효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에어서울의 김포~제주 노선은 올해 1~7월에도 평균 96%대 탑승률을 유지했고, 다낭과 나트랑 등 베트남 휴양노선에서도 90% 중후반대 탑승률을 이어왔다.
이쯤 되면 질문은 ‘몇 퍼센트나 찼나’가 아니다. 항공기 6대를 가진 작은 LCC가 어떻게 제주와 나트랑에서 좌석을 거의 비우지 않았느냐가 핵심이다.
첫 번째 축은 제주…큰 시장에 필요한 만큼만 넣었다
김포~제주는 국내 항공시장에서 가장 두꺼운 수요가 형성된 노선이다. 여행과 친지 방문, 주말·연휴 수요가 반복적으로 발생해 수요 예측도 비교적 쉽다.
에어서울은 이 시장에서 공급량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투입한 좌석을 높은 비율로 채우는 쪽을 택했다.
8월 97.7%라는 숫자는 제주 여행객이 많았다는 사실만 보여주는 지표가 아니다. 에어서울이 공급한 좌석 수와 실제 수요가 상당히 근접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형 LCC는 공급을 늘리며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항공기 수가 적은 회사는 같은 방식을 쓰기 어렵다. 한두 편의 수요 예측이 빗나가도 전체 기단 효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에어서울의 방식은 더 많이 띄우는 것보다 띄운 좌석을 비우지 않는 쪽에 가깝다.

두 번째는 나트랑…검증된 휴양 수요에 집중
국제선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난다.
에어서울의 베트남 노선은 다낭과 나트랑처럼 한국인 여행 수요가 이미 두꺼운 휴양지에 집중돼 있다. 가족여행과 패키지, 리조트 수요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이다.
나트랑은 3박5일이나 4박6일 같은 정형화된 여행상품을 만들기 쉽고, 개별여행객뿐 아니라 여행사 판매도 가능한 시장이다.
작은 항공사에는 이런 시장이 유리하다. 처음부터 여행 수요를 만들어야 하는 신규 목적지보다 이미 검증된 수요가 있는 시장에 필요한 만큼 좌석을 넣는 편이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다.
다만 97% 탑승률을 높은 수익성과 같은 뜻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항공사의 실제 수익은 평균 운임과 유류비, 공항비, 환율, 여행사 판매조건, 부가매출까지 함께 봐야 한다.
높은 탑승률은 좌석이 잘 팔렸다는 뜻이지 모든 좌석을 높은 가격에 팔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럼에도 항공기 수가 적은 LCC에 빈 좌석 최소화가 중요한 것은 분명하다. 출발한 항공편의 빈 좌석은 다시 팔 수 없는 재고이기 때문이다.
요나고·다카마쓰…도쿄·오사카와 다른 장사
에어서울 노선 전략에서 더 흥미로운 부분은 일본이다.
도쿄·오사카·후쿠오카처럼 여러 국적 LCC와 일본 항공사가 동시에 공급을 넣는 대도시는 대표적인 가격경쟁 시장이다. 여행객은 가격과 출발시간을 비교해 항공사를 쉽게 바꾼다.
요나고와 다카마쓰는 시장 성격이 다르다.
요나고는 다이센과 사카이미나토, 가이케온천, 마쓰에·이즈모까지 연결되는 산인지방 관문이다. 요나고행 항공권을 사는 여행객은 단순히 ‘일본에 간다’기보다 다이센이나 산인지방을 가겠다는 목적이 분명한 경우가 많다.
다카마쓰 역시 리쓰린공원과 나오시마·쇼도시마, 사누키우동을 목적으로 가가와를 찾는 여행객에게 직항 자체가 상품이 된다. 오사카에서 다시 열차나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노선은 대도시처럼 시장 전체가 크지는 않다. 대신 공급 항공사가 적을수록 가장 싼 항공권보다 ‘그 도시에 바로 가는 항공편’이 구매 이유가 될 수 있다.

장가계도 같은 계산…목적지가 좌석을 판다
중국 장가계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장가계는 비즈니스 출장 수요보다 천문산과 원가계 등 자연경관을 보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관광 목적형 시장이다. 중장년층 패키지여행 수요도 꾸준한 지역으로 꼽힌다.
목적지가 분명한 노선은 항공편과 여행상품 판매가 함께 움직인다. 도시 자체가 여행 목적이 되기 때문에 수요를 예측하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에어서울은 제주와 나트랑처럼 수요가 이미 확인된 시장과 요나고·다카마쓰·장가계처럼 여행 목적이 분명한 시장을 한 기단 안에서 조합하고 있다.
노선표를 보면 전략이 선명해진다
국내선에서는 김포~제주가 반복수요를 받치고, 동남아에서는 나트랑과 다낭이 휴양 수요를 맡는다. 일본 대도시 노선은 기본적인 시장 규모를 확보하고, 요나고와 다카마쓰는 경쟁이 적은 목적형 수요를 끌어온다. 중국에서는 장가계가 패키지와 관광 중심 틈새시장 역할을 한다.
정리하면 대형 시장에서는 검증된 수요를 가져가고, 작은 시장에서는 직항 희소성을 파는 구조다.
노선을 많이 갖기보다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노선을 골라 조합하는 방식이다.
6대뿐인 기단…효율의 원천이면서 가장 큰 약점
에어서울의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도 있다.
항공기가 6대뿐이면 정비나 기재 변경이 발생했을 때 대체 항공기를 투입할 여력이 크지 않다. 노선 한 곳의 수요가 급격히 꺾였을 때 공급을 다른 곳으로 돌릴 선택지도 대형 LCC보다 제한적이다.
기단 규모가 작은 항공사는 한 대의 운항 차질이 전체 스케줄에 미치는 영향도 커진다.
결국 높은 탑승률은 규모의 우위에서 나온 숫자가 아니다. 수요 예측이 빗나갈 여유가 적기 때문에 좌석을 채울 가능성이 높은 시장을 더 정확하게 골라야 했던 결과에 가깝다.
97%보다 봐야 할 숫자는 빈 좌석 3%
에어서울 탑승률 97%는 눈에 띄는 숫자다.
그러나 더 흥미로운 것은 97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나머지 3%다. 항공기 6대로 제주와 나트랑이라는 대형 수요를 잡고, 요나고와 다카마쓰·장가계 같은 목적형 시장을 끼워 넣어 빈 좌석을 최소화했다.
규모가 작은 항공사가 살아남는 방법이 반드시 노선을 계속 늘리는 것만은 아니다.
더 많은 도시를 지도에 찍기보다 어디를 띄우면 좌석이 찰지를 먼저 고르는 것. 지금까지 에어서울의 97%대 탑승률은 그 계산이 상당히 정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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