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이 운항 안전 검증 단계로 들어갔다. 대한항공은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양사 객실승무원이 함께 참여한 비상탈출시범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시범은 단순한 훈련 행사가 아니라, 두 항공사의 안전 절차와 승무원 대응 체계를 하나의 운영 기준으로 맞춰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한항공은 28일 서울 강서구 본사와 객실훈련센터에서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 입회 아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비상탈출시범’을 실시했다. 양사 객실승무원이 합동으로 참여하고, 서로 다른 기종을 동시에 활용해 진행한 첫 통합 안전 시연이다.
통합 항공운항증명 인가 위한 핵심 절차
이번 시범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 2년간 국토교통부 감독 아래 추진해 온 통합 항공운항증명(AOC) 인가 이행 계획의 하나다. 통합 항공사가 출범하려면 항공기와 운항승무원, 객실승무원, 정비·운항통제 체계가 하나의 안전 기준 아래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이번 비상탈출시범은 그중 객실 안전 대응 능력을 확인하는 핵심 절차다.

시범에는 대한항공 보잉 787-9와 보잉 737-900 등 2개 기종이 투입됐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하지 않은 기재까지 활용해 실제 통합 운영 환경에서 승무원들이 절차를 수행할 수 있는지 검증했다. 양사 객실승무원은 각각 14명씩 모두 28명이 참여했고, 대한항공 운항승무원 8명이 지원했다.
구명정 탑승부터 실제 항공기 탈출까지 점검
훈련은 네 가지 항목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객실훈련센터에서는 비상착륙·비상착수 장비에 대한 구술 심사와 구명정 탑승 시범이 진행됐다. 승무원들은 비상장비 사용법, 착수 이후 구명정 탑승, 생존 절차, 구조 요청 절차를 차례로 수행했다.
이어 대한항공 본사 격납고에서는 실제 항공기를 활용한 기종별 비상탈출시범이 진행됐다. 보잉 737-900 기종에서는 이륙 활주 중 엔진 화재로 이륙을 중단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승무원들은 출입문 개방, 승객 대피 유도, 탈출 절차를 실제 상황에 가깝게 수행했다.
보잉 787-9 기종에서는 하와이 호놀룰루 도착 전 양쪽 엔진 고장으로 인근 바다에 비상착수하는 상황이 설정됐다. 객실 준비와 탈출 절차가 이어졌고, 승무원들은 비상착수 상황에서 승객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대응 능력을 점검받았다.
통합의 핵심은 노선보다 안전 절차
이번 시범의 핵심은 ‘통합 후 안전의 일관성’이다. 항공사 통합은 노선과 마일리지, 브랜드만 합치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 운항 현장에서는 기종별 절차, 객실 업무 방식, 비상상황 대응 언어, 승무원 간 역할 분담까지 맞춰야 한다. 특히 비상탈출 상황에서는 몇 초의 판단 차이가 승객 안전을 좌우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6월 국토교통부 주관 ‘인수합병 종합점검비행’도 실시할 예정이다. 점검비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재와 인력이 통합 운영 체계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점검은 6월 2일, 4일, 8일 세 차례 진행된다. 대상 기종은 대한항공 보잉 737과 아시아나항공 에어버스 A321·A330·A350, 보잉 777 등 5개 기종이다. 김포~광주, 인천~부산, 인천~제주 노선에서 왕복 5회, 모두 10개 구간으로 운영된다.
이번 종합점검비행에서는 회항, 최소장비목록 적용, 계통 결함, 엔진 화재, 여압 상실, 응급환자 발생 등 실제 운항 중 발생할 수 있는 비정상·비상상황 시나리오가 적용된다. 객실승무원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혼합 편조로 탑승하고, 국토교통부 항공안전감독관이 전 과정에 동승해 안전 운항 체계를 점검한다.
유경수 국토교통부 항공안전정책관은 “이번 비상탈출시범은 양사 승무원의 안전 대응 역량과 협업 체계를 점검하는 중요한 과정”이라며 “새로 출범할 통합사의 믿음과 신뢰를 증명하는 중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시범으로 양사 승무원이 통합 운영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확인했다”며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에도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체계적인 훈련과 검증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은 한국 항공산업의 구조를 바꾸는 대형 작업이다. 그러나 통합의 성패는 규모보다 안전에서 먼저 검증된다. 이번 비상탈출시범은 통합 항공사가 실제 하늘을 하나의 체계로 운영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안전 시험대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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