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강원특별자치도 고성군 토성면의 신선대는 설악산 울산바위를 가장 강렬하게 마주할 수 있는 전망 명소 가운데 하나다. 속초 시내나 미시령길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가 멀리 있는 거대한 암벽이라면, 신선대에서 보는 울산바위는 눈앞에 버티고 선 산의 얼굴에 가깝다. 짧은 산행만으로도 설악산 능선과 울산바위, 고성 방향 풍경을 함께 볼 수 있어 초여름 트레킹 코스로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신선대 산행의 대표 출발점은 금강산 화암사다. 고성군 관광포털은 화암사를 신라 혜공왕 5년인 769년에 창건된 천년 고찰로 소개하고 있으며, 화암사가 금강산 남쪽 줄기에 닿아 있어 ‘금강산 화암사’라는 이름으로 불려왔다고 설명한다. 대한불교조계종 전통사찰인 화암사는 토성면 화암사길 100에 자리하고, 주변에는 수바위와 신선봉, 울산바위 조망지가 함께 이어진다.
신선대가 요즘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산행 시간은 길지 않은데, 정상부에서 만나는 풍경은 설악산 주능선 못지않게 크다. 특히 울산바위의 6개 봉우리를 정면에 두고 보는 장면은 이 코스의 결정적인 매력이다. 산행 초보자나 가족 단위 여행객도 날씨와 체력만 잘 맞추면 반나절 안에 다녀올 수 있어, 고성·속초 여행 중 짧게 넣기 좋은 코스다.

화암사에서 시작하는 짧은 순환 산행
신선대 코스는 대체로 화암사 주차장을 출발해 수바위를 지나 신선대에 오른 뒤, 산림치유길 방향으로 내려오는 순환형 동선이 많이 이용된다. 산악관광 정보 사이트도 화암사 숲길을 “화암사 주차장에서 수바위를 지나 신선대에 올라 울산바위를 감상하고 화암사로 내려오는 순환코스”로 소개한다.
산행 코스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수바위 쪽으로 빠르게 오르는 급경사 코스이고, 다른 하나는 비교적 완만한 산림치유길이다. 보통은 오를 때 수바위 방향을 이용하고, 내려올 때 산림치유길을 택하는 방식이 많다. 급경사 코스는 짧지만 숨이 차고, 산림치유길은 길이가 조금 더 있지만 숲길의 완만함이 있어 하산에 알맞다.
거리만 보면 부담이 크지 않다. 빠른 코스는 약 1.2km, 완만한 코스는 약 2km 안팎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상까지는 대체로 편도 1시간 안팎을 잡는다. 다만 “짧다”는 말이 “아무 준비 없이 가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초반부터 경사가 뚜렷하고 암릉 주변을 지나기 때문에 운동화보다는 접지력이 좋은 등산화가 낫다. 물, 모자, 얇은 바람막이도 챙기는 편이 안전하다.
수바위와 시루떡바위, 산길 자체가 볼거리
신선대 산행은 정상 조망만 보고 가기에는 아까운 길이다. 화암사 주변에는 수바위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고성군 관광포털은 화암사 주변 볼거리로 수바위와 신선봉, 울산바위 등을 함께 소개한다. 수바위는 화암사와 신선대 코스를 상징하는 암석 지형으로, 산행 초반부터 설악권 특유의 바위 풍경을 보여준다.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시루떡바위처럼 독특한 이름이 붙은 바위도 만난다. 산길은 깊은 산속으로 오래 들어가는 느낌보다, 화암사 뒤편 숲과 바위를 따라 점차 시야가 열리는 구조다. 처음에는 나무 그늘이 많고,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설악산 방향의 조망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 변화가 신선대 코스의 재미다.
초여름에는 숲이 가장 짙어진다. 봄꽃이 지나고 단풍이 오기 전, 신선대 숲길은 초록빛이 깊어지는 시기다. 햇볕이 강한 날에도 숲길 구간은 비교적 걷기 좋고, 정상부에 올라서면 산과 바다의 대비가 선명하게 보인다. 동해 방향 시야가 트이는 날에는 고성 앞바다와 속초 방향 풍경도 함께 들어온다.
울산바위 정면 조망, 이 코스의 가장 큰 보상
신선대 정상부에 오르면 울산바위가 정면으로 펼쳐진다. 울산바위는 설악산을 대표하는 거대한 암봉으로, 멀리서 보아도 강한 존재감을 가진다. 그러나 신선대에서 보는 울산바위는 거리감이 훨씬 가깝다. 바위의 높이와 능선의 굴곡, 봉우리 사이의 그림자가 또렷하게 보인다.
이 풍경은 속초 시내에서 바라보는 울산바위와 다르다. 도심에서 보면 산 전체의 실루엣이 먼저 보이지만, 신선대에서는 바위가 하나의 벽처럼 다가온다. 설악산을 오래 다녀본 사람도 신선대에서 울산바위를 보면 새롭게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울산바위를 배경으로 선 사람의 크기가 작게 들어가면 산의 규모가 더 분명해진다. 다만 정상부 암반에서는 안전거리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바람이 강한 날, 비가 온 뒤, 안개가 짙은 날에는 무리하게 가장자리로 접근하지 않아야 한다. 전망은 한 걸음 뒤에서도 충분하다.
화암사까지 함께 둘러보면 산행이 더 깊어진다
신선대 트레킹을 화암사와 함께 보는 것이 좋은 이유는 이 산행이 단순한 전망 코스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화암사는 금강산 남쪽 줄기에 닿아 있는 고찰로, 고성군은 화암사를 고성8경 가운데 하나로 소개한다. 창건 이후 여러 차례 화재를 겪었지만 다시 중창됐고, 현재도 전통사찰로 신앙과 문화의 공간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화암사 경내는 산행 전후로 잠시 머물기 좋다. 범종각, 전각, 수바위가 어우러진 풍경은 설악권 사찰 특유의 단정함을 보여준다. 산행을 마친 뒤 경내를 천천히 둘러보면, 신선대 정상에서 본 큰 풍경과 사찰 마당의 고요함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고성 여행 코스로도 활용도가 높다. 신선대와 화암사를 오전에 걷고, 오후에는 속초 영랑호나 고성 아야진·천진 해변, 화진포, 송지호 쪽으로 이동하면 산과 바다를 함께 만나는 하루 일정이 된다. 속초 숙박 여행 중 반나절 산행으로 넣어도 좋고, 고성 해안 여행의 시작 코스로 삼아도 무리가 없다.
방문 전 개방 여부와 날씨 확인은 필수
신선대 코스는 입장료 부담이 크지 않은 산행지로 알려져 있지만, 화암사 인근 주차장은 유료로 운영될 수 있다. 원문 자료와 현장 안내에서는 승용차 기준 약 4000원 안팎의 주차요금이 언급된다. 주차장 위치와 이용 가능 여부는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출발 전 확인하는 편이 좋다.
더 중요한 것은 날씨와 입산 가능 여부다. 설악권과 고성 산지는 봄철·가을철 산불조심 기간, 강풍, 우천, 결빙, 정비 상황에 따라 입산이 제한될 수 있다. 신선대는 짧은 코스지만 정상부가 바위 전망대 형태이기 때문에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짙은 날에는 조망도 떨어지고 안전 위험도 커진다.
초보자라면 너무 늦은 오후 출발은 피하는 것이 좋다. 편도 시간이 짧더라도 사진 촬영과 휴식, 화암사 관람 시간을 더하면 실제 체류 시간은 길어진다. 여름철에는 햇볕이 강해지기 전인 오전 산행이 좋고, 겨울철에는 결빙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고성 신선대는 “1시간만 걸으면 만나는 풍경”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하지만 그 풍경은 가볍지 않다. 금강산 남쪽 줄기의 천년 고찰 화암사에서 시작해 수바위와 숲길을 지나 오르면, 설악산 울산바위가 정면으로 열린다. 짧은 시간 안에 강원도 산악 풍경의 밀도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신선대는 충분히 걸어볼 만한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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