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국내 여행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이름난 관광지 몇 곳을 찍고 돌아오는 여행이 많았다. 요즘은 한 도시 안에서 먹고, 걷고, 보고, 쉬고, 사진을 남기는 일정이 더 중요해졌다. 맛집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자연만으로도 아쉽다. 카페와 시장, 산책길, 야경, 체험 시설, 지역 이야기가 함께 있어야 1박 2일 여행지로 선택받는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다시 눈에 들어오는 도시들이 있다. 대전, 포항, 군산, 제천, 통영이다. 다섯 도시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대전은 빵과 숲, 호수 드라이브가 결합된 도시이고, 포항은 바다와 스틸아트, 도시형 전망 콘텐츠가 강하다. 군산은 근대문화와 음식, 섬 여행을 한 번에 엮을 수 있고, 제천은 호수와 산이 만든 내륙형 휴식지다. 통영은 바다, 골목, 케이블카, 야간 콘텐츠, 해산물까지 여행 요소가 촘촘하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모두 “한 가지 목적”으로만 가는 도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빵을 사러 갔다가 숲길을 걷고, 바다를 보러 갔다가 시장과 야경을 즐기며, 근대 건축을 보러 갔다가 섬으로 들어간다. 여행 소비가 세분화된 지금, 이 도시들은 짧은 일정 안에서도 여러 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

대전, ‘노잼도시’라는 낡은 표현을 벗다
대전은 한때 여행지보다 교통의 도시, 출장의 도시로 더 많이 불렸다. 그러나 최근의 대전 여행은 전혀 다르게 움직인다. 성심당을 중심으로 한 빵 여행은 이미 대전을 찾는 강한 이유가 됐고, 여기에 장태산자연휴양림과 대청호, 원도심 산책을 더하면 하루가 꽉 찬다.
장태산자연휴양림은 대전 여행의 이미지를 바꾸는 공간이다. 도시권 안에서 메타세쿼이아 숲길과 스카이웨이를 만날 수 있어 가족, 연인, 중장년층 모두에게 맞는다. 빵집과 카페, 숲길, 호수 드라이브가 한 도시 안에서 이어진다는 점은 대전의 가장 큰 장점이다.
대청호 주변은 드라이브와 산책에 좋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길은 속도를 늦추고 머물게 만든다. 대전 여행은 이제 “성심당만 들르는 코스”가 아니라 빵, 숲, 호수, 원도심을 묶는 1박 2일 여행으로 확장되고 있다.
포항, 바다만 있는 도시가 아니다
포항은 바다 여행지로 오래 알려져 있다. 영일대해수욕장, 죽도시장, 호미곶, 구룡포는 여전히 강한 여행 자원이다. 하지만 최근 포항의 인기는 바다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환호공원의 스페이스워크, 해상스카이워크, 호미반도 해안둘레길,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 구룡포 근대문화권까지 더해지면서 여행의 폭이 넓어졌다.

포항의 강점은 바다와 도시형 콘텐츠가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점이다. 낮에는 호미곶이나 구룡포를 걷고, 오후에는 영일대해수욕장과 죽도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 저녁에는 바다 가까운 도심에서 식사와 산책을 이어가기 좋다. 스페이스워크는 포항의 새로운 상징물로 자리 잡으며 젊은 여행자와 사진 여행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수도권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는 거리가 있지만, 1박 2일로 잡으면 오히려 장점이 살아난다. 바다, 시장, 전망 시설, 근대 골목, 해안 산책을 무리 없이 나눠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산, 근대문화와 음식, 섬이 함께 움직인다
군산은 여행의 결이 뚜렷한 도시다. 근대역사문화권을 걷는 재미가 있고, 오래된 빵집과 짬뽕, 로컬 식당이 여행의 맛을 만든다. 시간여행마을, 근대역사박물관, 옛 세관 건물, 일본식 가옥, 초원사진관, 철길마을은 군산 여행의 기본 동선이다.
군산의 매력은 도시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고군산군도와 선유도권으로 이어지면 여행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오전에는 근대 건축과 골목을 걷고, 오후에는 바다와 섬으로 이동하는 구성이 가능하다. 같은 군산 안에서 도시 여행과 섬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은 다른 도시와 구별되는 경쟁력이다.
군산은 특히 걷는 여행에 강하다. 오래된 건물과 골목, 박물관, 시장, 카페가 가까운 거리 안에 이어져 있어 차량 이동 부담이 적다. 여행자가 도시에 머무르며 시간을 쓰게 만드는 구조다. 맛집만 찾아가는 도시가 아니라, 근대문화와 먹거리, 해양 관광을 함께 소비하는 도시로 보는 편이 맞다.
제천, 호수와 산이 만든 내륙형 휴식지
제천은 바다가 없어도 충분히 강한 여행지다. 청풍호, 의림지, 청풍문화재단지, 옥순봉 출렁다리, 청풍호반케이블카가 제천 여행의 중심을 이룬다. 산과 호수가 함께 보이는 풍경은 내륙 여행지 특유의 안정감을 준다.
의림지는 제천을 대표하는 오래된 저수지이자 산책 명소다. 나무 그늘과 물길, 주변 카페를 함께 즐기기 좋아 느린 여행에 어울린다. 청풍호반케이블카는 제천 여행의 시야를 넓힌다. 호수와 산세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험은 제천을 단순한 내륙 도시가 아니라 풍경 여행지로 기억하게 만든다.
제천은 활동적인 여행과 휴식형 여행을 함께 담을 수 있다. 출렁다리와 케이블카, 호반 드라이브, 산책, 카페를 조합하면 세대별 취향을 맞추기 쉽다. 가족 여행, 부모님 동반 여행, 중장년층 힐링 여행지로도 안정적이다.
통영, 골목과 바다, 밤이 모두 살아 있는 도시
통영은 설명이 길 필요 없는 도시다. 그러나 통영의 진짜 강점은 유명한 명소가 많다는 데만 있지 않다. 동피랑과 서피랑, 강구안, 중앙시장, 통영케이블카, 미륵산, 디피랑, 유람선, 섬 여행까지 여행 요소가 서로 가까이 붙어 있다.
낮에는 통영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서 한려수도의 섬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오후에는 동피랑과 중앙시장, 강구안 주변을 걸으며 통영의 골목과 항구 분위기를 즐기면 된다. 저녁에는 디피랑 같은 야간 콘텐츠가 여행 시간을 밤까지 늘려준다. 낮에 끝나는 여행지가 아니라 밤까지 머물 이유가 있는 도시다.
통영은 먹거리도 강하다. 굴, 멍게, 충무김밥, 꿀빵, 해산물 시장은 통영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다. 바다 전망과 골목 산책, 섬 여행, 야간 산책, 먹거리가 한 도시에 압축돼 있어 1박 2일 일정에 잘 맞는다.
요즘 뜨는 여행지의 기준은 ‘복합성’이다
대전, 포항, 군산, 제천, 통영은 모두 오래전부터 알려진 도시다. 그런데 요즘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여행자의 소비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 곳에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도시가 유리해졌다. 맛집, 자연, 산책, 야경, 체험, 사진, 지역 이야기를 함께 제공하는 도시가 선택받는다.
국내 여행은 이제 “유명한 곳을 갔다 왔다”보다 “하루가 알찼다”는 만족이 중요해졌다. 대전은 빵과 숲, 포항은 바다와 전망 콘텐츠, 군산은 근대문화와 섬, 제천은 호수와 산, 통영은 골목과 바다, 밤의 콘텐츠가 그 만족을 만든다.
이번 주말 어디로 갈지 고민된다면 너무 먼 곳부터 찾을 필요는 없다. 가까운 도시 안에도 충분히 새로운 여행이 있다. 중요한 것은 목적지를 찍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 안에서 하루를 어떻게 엮을지다. 그런 점에서 이 다섯 도시는 지금 국내 여행 트렌드에 가장 잘 맞는 도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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