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여행자클럽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시각장애인과 보호자를 속초로 초대했다. 지난 30년 동안 여행을 업으로 삼아온 회사가 기념행사의 자리를 화려한 행사장 대신 바다와 숲으로 옮긴 셈이다. 이번 ‘속초 힐링 나들이’는 종로장애인복지관과의 협력을 통해 마련됐으며, 6월 16일과 17일 이틀 동안 시각장애인 당사자와 보호자 등 모두 60명이 참여했다.
여행 경비는 여행자클럽이 전액 지원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의미는 단순히 비용을 부담했다는 데 머물지 않는다. 여행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 곧 이동과 식사, 동선과 안내, 현장의 안전을 하나의 하루로 엮어 누군가에게 오래 기억될 시간을 선물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른 아침 서울을 출발한 버스 안에는 피곤함보다 설렘이 먼저 자리했다. 동행한 가이드는 하루 일정을 차분하게 설명했고, 속초와 설악산 일대의 이야기를 더하며 긴 이동 시간을 여행의 일부로 만들었다. 오랜만의 나들이를 앞둔 참여자들은 서로의 안부를 묻고, 바다에 도착하면 무엇을 가장 먼저 느끼고 싶은지 이야기하며 속초로 향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속초해수욕장이었다. 동해의 바다는 언제나처럼 깊고 넓었지만, 이날의 바다는 눈으로만 보는 풍경이 아니었다. 참여자들은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을 천천히 걸었고, 발끝에 닿는 모래와 밀려왔다 물러나는 파도를 몸으로 느꼈다. 바람의 방향, 파도의 소리, 물가의 차가운 감촉은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의 장면이 됐다.
한 참여자는 바닷가에서 느낀 기분을 노래로 표현했다. 누군가에게 여행은 낯선 장소를 확인하는 일이지만, 또 누군가에게 여행은 평소의 일상에서 쉽게 꺼내지 못했던 감정을 밖으로 데려오는 일이기도 하다. 이날 속초해수욕장에서의 시간은 그런 의미에서 조용하지만 깊은 장면으로 남았다.
점심은 대포항에서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바닷가에 온 만큼 현지의 신선한 회정식을 함께 나눴다. 단체 식사였지만, 그 안에는 여행지에서만 가능한 여유가 있었다. 서울을 떠나 바다 가까운 항구에서 식사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하루는 이미 특별해졌고, 참여자들은 “속초에 와서 신선한 회를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후에는 설악산 자락의 설악향기로를 걸었다. 스카이워크와 출렁다리, 산책로가 이어지는 설악향기로는 속초 설악동 일대의 새로운 관광 코스로, 설악산의 숲과 바람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처음 방문한 참여자들도 많았다. 흔들리는 다리를 조심스럽게 건너고, 숲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서로의 걸음에 맞춰 이동하는 동안 여행은 다시 한 번 ‘함께하는 일’의 의미를 보여줬다.

더운 날씨였지만 참여자들의 표정은 밝았다. 어떤 이는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고 했고, 어떤 이는 “설악산 숲의 향기가 바람과 함께 머릿속을 흔드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속초해수욕장에서 발로 느낀 모래와 파도, 설악향기로에서 만난 숲의 향기와 바람은 눈에 보이는 풍경만큼이나 또렷한 여행의 기억이 됐다.
오후 5시,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복지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참여자들은 “정말 오랜만의 여행이라 즐거웠다”, “발에서 느껴지는 모래와 파도가 좋았다”, “오늘 하루가 오래 기억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짧은 하루였지만, 그 하루가 누군가에게는 오래 꺼내볼 수 있는 쉼표가 됐다.
여행자클럽의 이번 속초 힐링 나들이는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사회공헌 활동이자, 여행의 본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자리였다. 여행은 멀리 떠나는 일만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일이기도 하다. 속초의 바다와 설악의 숲을 함께한 일정은 여행자클럽이 지난 30년 동안 추구해온 가치, 곧 여행으로 더 행복해지는 세상의 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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