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부여의 여름은 궁남지에서 가장 먼저 깊어진다. 연못 가장자리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수면을 가득 채운 연잎이 시야를 덮고, 그 사이로 피어난 연꽃이 7월의 빛을 받아 천천히 고개를 든다. 궁남지는 단순한 연못이 아니라 백제 왕실의 정원문화와 서동·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함께 전해지는 공간이다. 그래서 이곳의 연꽃은 꽃구경으로만 끝나지 않고, 부여라는 도시가 가진 역사성과 자연스럽게 맞물린다.
제24회 부여서동연꽃축제는 2026년 7월 3일부터 5일까지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서동공원 궁남지 일원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는 ‘사랑의 시작, 연꽃 향기에 물들다’를 주제로 삼고, 궁남지의 연꽃 풍경을 공연·체험·야간경관과 결합한 여름 대표 축제로 구성됐다.
궁남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으로 알려진 곳이다. 백제 무왕대의 왕실 정원 유적으로 전해져 왔고, 연못 가운데 포룡정이 자리해 부여 여행의 대표 장면을 만든다. 낮에는 연꽃 군락과 포룡정,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고즈넉한 풍경이 좋고, 해가 진 뒤에는 조명과 수상무대가 더해져 완전히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부여서동연꽃축제의 출발점은 역시 연꽃이다. 궁남지 일원에는 넓은 연지와 산책로가 이어져 있어 방문객은 연못 가장자리를 따라 걸으며 연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연꽃은 오전 시간대에 가장 또렷하게 피는 경우가 많아 사진 촬영을 목표로 한다면 이른 시간대 방문이 유리하다. 한낮에는 햇빛이 강하지만 연잎과 물빛, 포룡정이 함께 들어오는 장면이 많아 여름 풍경을 담기에 좋다.
밤이 되면 축제의 성격이 달라진다. ‘야한밤에 궁남지’라는 이름의 야간 경관 콘텐츠는 파노라마 LED 조명과 사랑 포토존을 통해 궁남지를 여름밤 산책지로 바꾼다. 낮의 궁남지가 연꽃과 역사 유적의 차분한 분위기라면, 밤의 궁남지는 물 위에 반사되는 빛과 공연장 조명이 어우러진 감성형 야간 관광지에 가깝다.
이 점이 부여서동연꽃축제의 경쟁력이다. 일반적인 꽃축제는 낮 시간대 관람에 집중되는 경우가 많지만, 궁남지는 밤 콘텐츠가 더해지면서 체류 시간이 길어진다. 낮에 연꽃을 보고, 저녁에는 부여 시내에서 식사를 한 뒤, 다시 궁남지로 돌아와 야경을 보는 일정이 가능하다. 축제가 지역 상권과 숙박, 야간 관광으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다.

궁남지가 특별한 이유는 장소 안에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부여서동연꽃축제의 대표 프로그램인 ‘궁남지 판타지’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 연꽃을 모티브로 수상무대에서 펼쳐지는 수상뮤지컬이다. 물 위의 무대와 조명, 연못의 반영이 더해지면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궁남지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한 장면이 된다.
축제 기간에는 서동나이트퍼레이드도 진행된다. 부여 시가지에서 펼쳐지는 야간 퍼레이드는 궁남지 안에 머무는 축제를 도시 전체로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궁남지가 백제의 정원이라면, 부여 원도심은 축제를 받아내는 생활 공간이다. 관광객이 퍼레이드를 따라 이동하고, 시장과 식당, 카페를 함께 이용하면 축제는 자연스럽게 지역 경제와 연결된다.
여름 축제답게 ‘백제 수군 훈련소 물총대전’도 마련된다. 무더위 속에서 대규모 물싸움과 공연을 함께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가족 단위 방문객과 청소년층에게 특히 맞는 콘텐츠다. 역사도시 부여가 무겁고 조용한 이미지에만 머물지 않고, 여름의 활동성과 놀이성을 축제 안에 넣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체험 프로그램은 축제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장치다. 연지 카누탐험은 연꽃이 피어난 연지 안에서 꽃을 가까이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연꽃과 물 위에서 만나는 연꽃은 시선의 높이가 다르다. 궁남지의 넓은 수면과 연꽃 군락을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하고 싶은 방문객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웰컴 투 서동’은 백제시대의 분위기를 체험형 콘텐츠로 풀어낸 프로그램이다. 어린이 동반 가족에게는 단순한 관람보다 이런 참여형 프로그램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부여 청년예술인이 참여하는 ‘123 사비 공예’, 연잎차 다도 시연도 운영돼 축제가 공연 중심으로만 흐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다.
부여서동연꽃축제는 연꽃을 보는 축제이면서 동시에 부여를 다시 걷게 만드는 축제다. 궁남지를 본 뒤 정림사지, 부소산성, 관북리유적, 국립부여박물관, 백제문화단지까지 연결하면 백제역사유적지구 여행으로 확장할 수 있다. 하루 일정이라면 궁남지와 정림사지, 부소산성 정도가 무난하고, 1박 2일이라면 백제문화단지와 낙화암, 고란사까지 묶는 동선이 좋다.

여행정보: 축제 장소는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 서동공원 궁남지 일원이다. 공식 축제 기간은 2026년 7월 3일부터 5일까지이며, 행사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로 안내돼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다만 일부 체험 프로그램은 현장 운영 방식이나 인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방문 당일 현장 안내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축제 기간에는 무료 셔틀버스가 운영된다. 공식 홈페이지 기준 셔틀버스는 7월 3일부터 5일까지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운행하며, 배차 간격은 5~20분으로 탄력 운영된다. 노선은 주차장 순환과 부여 시가지 순환으로 나뉘며, 동문주차장, 백마강테마파크, 건양대병원, 부여중앙시장, 정림사지, 부여중학교 등을 연결한다.
자가용 이용자는 축제장 인근 혼잡을 고려해 연계주차장과 셔틀버스를 함께 활용하는 편이 안정적이다. 대중교통 이용자는 부여시외버스터미널을 거점으로 궁남지까지 이동할 수 있고, 축제 기간에는 시가지 순환 셔틀을 확인하면 이동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한여름 야외 축제인 만큼 양산, 모자, 생수, 편한 신발을 준비하고, 야간까지 머물 계획이라면 얇은 겉옷과 보조배터리를 챙기는 것이 좋다.

궁남지 연꽃은 오전 풍경이 좋고, 야간 경관은 해가 진 뒤부터 본격적으로 분위기가 살아난다. 사진 촬영을 중시한다면 오전 연꽃 촬영, 오후 부여 시내·백제 유적 관람, 저녁 궁남지 야경 순서로 잡으면 낮과 밤의 장면을 모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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