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 기자
장성 백암산과 백양사를 하나의 경관으로 보존하는 국가 명승 구역이 기존보다 8배 이상 넓어졌다. 국가유산청은 기존 명승 ‘장성 백양사 백학봉’의 명칭을 ‘장성 백암산 백양사 일원’으로 바꾸고 지정 범위를 31필지 58만4364㎡에서 55필지 492만140㎡로 확대했다. 면적으로 계산하면 약 8.4배다.
이번 확대는 백학봉 암벽과 쌍계루 주변에 머물렀던 보호 범위를 백양사 본사와 백암산 주요 봉우리, 운문암·청류암·천진암 등 산내 암자 10여 곳, 백양계곡과 주변 생태지역까지 넓힌 조치다. 백양사의 전각만이 아니라 산과 계곡, 숲과 암자, 문학과 수행의 흔적을 하나의 명승으로 본 셈이다.

백학봉 한 봉우리에서 백암산 전체 경관으로
기존 명승은 쌍계루 뒤편으로 솟은 백학봉 암벽과 백양사 주변 경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새 명승 구역은 백학봉을 넘어 백암산의 봉우리와 산자락, 본사와 암자, 계곡과 숲을 통합했다.
확대 구역에는 운문암을 비롯한 산내 암자 10여 곳이 포함됐다. 운문암은 조선시대 인헌왕후의 시주로 중창됐고 백파긍선 등 선승들이 수행한 참선도량으로 전해진다. 운문암과 청류암에는 동학농민운동 지도자 전봉준이 일본의 추적을 피해 머물렀다는 역사도 남아 있다.

백암산과 백양사 일대에는 천연기념물인 백양사 비자나무 숲과 고불매가 있으며 백양계곡에는 수달을 비롯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한다. 명승 구역 확대는 자연생태와 사찰문화 전체를 함께 보존하려는 조치다.
쌍계루와 백학봉, 백양사를 상징하는 한 장면
백양사에서 가장 먼저 발길이 멈추는 곳은 연못가 쌍계루다. 두 계곡이 만나는 지점에 세워진 누각 뒤로 백학봉의 회색 암벽이 솟고 바람이 잔잔한 날에는 누각과 봉우리가 수면에 함께 비친다.

쌍계루는 고려시대 각진국사가 세운 것으로 전해지며 이색의 쌍루기, 정도전의 정토사교루기 등 여러 문인의 글이 백양사와 쌍계루를 배경으로 남아 있다.
사진은 연못 맞은편에서 쌍계루와 백학봉을 정면으로 담는 구도가 좋다. 여름에는 짙은 녹음과 암벽의 대비가 선명하고 가을에는 애기단풍이 연못 가장자리를 붉게 채운다.

극락보전과 대웅전, 오래된 전각의 시간
백양사는 백제 무왕 때 창건된 것으로 전해지는 천년고찰이다. 고려시대에는 원오국사와 각진국사 등 고승이 머물렀고 조선시대에도 호남 불교의 중심 수행도량으로 이어졌다.
극락보전은 백양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각으로 꼽히는 조선시대 건물이며 대웅전은 1917년에 지어졌다. 천년고찰이라는 말은 사찰 역사를 뜻하며 모든 전각이 천 년 됐다는 뜻은 아니다.
대웅전 앞에서는 전각 지붕 뒤로 백학봉의 바위 능선이 바로 들어온다. 사찰 건축과 자연산세가 분리되지 않고 한 장면을 만드는 것이 백양사 명승의 핵심이다.

주차장에서 경내까지 완만하게 이어지는 숲길
백양사 여행은 차량을 세운 뒤 계곡과 숲길을 지나 쌍계루와 경내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가장 안쪽 주차장에서 경내까지는 보통 도보 15분 안팎이다.
쌍계루와 극락보전, 대웅전, 석탑과 숲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으면 일반 관람에는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사찰 문화재 관람료는 없지만 주차요금은 연도별 협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방문 당일 장성군이나 내장산국립공원 백암사무소에서 적용 여부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백암산 애기단풍이 물드는 가을에는 백양사 전각과 석탑, 백학봉 능선이 붉고 황금빛으로 겹쳐진다. 이미지=여행레저신문
단풍철과 여름, 전혀 다른 백양사
봄에는 고불매가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계곡과 비자나무 숲의 짙은 그늘이 산책의 중심이 된다. 가을은 애기단풍으로 가장 붐비는 계절이다.
단풍 경관이 목적이라면 절정 시기를 골라야 하지만 조용한 산사 여행이 목적이라면 초여름이나 평일 오전이 더 잘 맞는다.
백학봉 산행과 경내 산책은 다른 일정
백양사 경내만 둘러보는 일정은 등산이 아니다. 주차장에서 쌍계루와 전각까지는 비교적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반면 백학봉과 상왕봉을 오르는 코스는 본격적인 국립공원 산행이다. 탐방로 개방 여부와 날씨, 일몰시간을 확인하고 등산화와 식수를 준비해야 한다.
백암산 명승 구역이 8.4배 넓어진 의미는 쌍계루와 백학봉뿐 아니라 대웅전과 암자, 계곡과 숲, 생태와 역사를 하나의 경관으로 보존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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