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미래기자
충북 괴산군 칠성면의 산막이옛길은 걷는 시간과 쉬는 시간을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여행지다. 울창한 숲 아래로 이어진 길 한쪽에는 괴산호가 잔잔히 흐르고, 맞은편에는 겹겹이 포개진 산 능선이 수면 가까이 내려앉는다.
이 길은 사오랑마을에서 산막이마을로 이어지던 옛 산골길을 복원한 산책로다. 전체 길이는 약 4km로, 옛길의 흔적을 살리면서 구간 대부분을 목재 데크로 정비했다. 산과 물, 숲이 가까운 거리에서 이어지고 큰 경사가 많지 않아 가족 단위 여행객이 비교적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괴산댐이 만든 호수를 따라 걷는 10리 길
산막이옛길의 풍경을 만든 중심에는 괴산댐과 괴산호가 있다. 괴산댐은 1957년 국내 기술로 준공된 수력발전용 댐으로, 달천의 물길을 막아 산 사이에 길고 깊은 호수를 만들었다. 그 호숫가를 따라 주민들이 오가던 옛길이 오늘날의 산막이옛길로 이어졌다.

높은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괴산호는 산허리를 크게 굽어 돈다. 물길 안쪽으로 산자락이 길게 뻗어 들어가고, 주변 능선이 겹치면서 내륙 깊숙한 곳에 숨은 호수 특유의 풍경을 만든다.
나무 그늘과 물빛을 함께 누리는 데크 산책
산막이옛길은 원래 지형과 숲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복원됐다. 호숫가의 좁은 비탈에는 목재 데크가 놓였고, 길 위로는 나뭇가지가 터널처럼 이어져 한여름에도 그늘이 비교적 넉넉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숲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나무 사이로 호수가 넓게 열리는 구간이 있는가 하면, 산비탈 깊숙이 들어가 물소리와 새소리만 들리는 곳도 만난다. 벤치와 쉼터가 중간중간 마련돼 있어 부모님이나 어린이와 함께 걸을 때도 속도를 조절하기 좋다.

평탄한 옛길과 산길은 구분해서 선택해야
산막이옛길 자체는 호수 가까이 이어지는 비교적 완만한 산책로다. 편안한 운동화와 물만 준비해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지만, 등잔봉과 천장봉, 한반도전망대 방향은 산막이옛길과 운동 강도가 다르다.
등잔봉으로 오르는 구간에는 가파른 경사와 산길이 포함된다. 높은 곳에서 괴산호의 굽은 물길을 내려다보고 싶다면 등산화를 준비하고 체력과 시간을 별도로 계산해야 한다. 부모님과 편안하게 걷는 일정이라면 호숫가 옛길을 중심으로 이동하고 무리한 전망대 산행은 생략하는 편이 낫다.
갈 때는 걷고 올 때는 유람선
산막이옛길을 효율적으로 즐기는 방법은 왕복 동선을 다르게 짜는 것이다. 입구에서 산막이마을까지 걸은 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출발지 방향으로 돌아오면 같은 길을 되짚지 않고 숲길과 선상 풍경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산막이마을 선착장에서 차돌바위선착장으로 이동하는 편도형 유람선을 이용할 수 있다. 괴산호 상류와 주변 산세를 넓게 돌아보는 관광유람선도 별도로 운영된다. 운항 시간과 요금은 수위와 기상, 운영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 있으므로 현장에서 다시 확인해야 한다.
배 위에서는 걸을 때 보이지 않던 산막이옛길의 전체 윤곽이 드러난다. 호숫가 절벽을 따라 길게 이어진 데크와 산 능선, 수면 가까이 내려온 숲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소나무출렁다리와 연하협구름다리
옛길 초입의 소나무출렁다리는 숲 사이에서 짧은 스릴을 즐기는 체험 구간이다. 나무와 로프를 활용한 구조물이 이어져 있어 일반 데크길과 다른 재미를 더하지만, 균형 잡기가 어렵거나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우회 동선을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산막이옛길 권역을 더 넓게 둘러보면 괴산호를 가로지르는 연하협구름다리도 만날 수 있다. 호수 위에 길게 놓인 다리에서는 사방으로 산과 물이 펼쳐진다. 산막이마을까지만 걷는 기본 일정에 더할 경우 이동 거리가 늘어나므로 유람선 시간과 귀가 시간을 함께 계산해야 한다.
부모님과 함께라면 오전 일찍 출발
산막이옛길은 입장료가 없다. 전용 주차장은 시간 제한 없이 중소형 차량 3000원, 대형 차량 7000원으로 안내돼 있다. 주말과 단풍철에는 방문객이 몰릴 수 있어 오전 일찍 도착해야 주차와 유람선 이용이 한결 수월하다.
부모님과 동행한다면 처음부터 전 구간 완주를 목표로 잡기보다 몸 상태에 따라 반환 지점을 정하는 것이 좋다. 호숫가 데크만 천천히 걷고 돌아오거나, 편도로 걸은 뒤 유람선을 이용하면 체력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여름에는 햇볕보다 습도와 더위가 변수가 된다. 물과 모자, 부채나 휴대용 선풍기를 준비하고 한낮보다 오전 시간을 활용하는 편이 낫다. 비가 많이 내린 날에는 데크가 미끄러울 수 있으며 호수 수위와 선박 운항도 달라질 수 있다.
산막이옛길은 거창한 산행을 하지 않아도 괴산의 산과 숲, 호수를 충분히 경험하게 해준다. 천천히 걸으면 옛길이 되고, 배에 오르면 호수 여행이 된다. 부모님과 함께 걷는 당일치기 여행에서도 일정에 쫓기지 않고 자연 속 하루를 보내기 좋은 이유다.
산막이옛길 여행정보
위치 충청북도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일대
기본 구간 사오랑마을–산막이마을
거리 약 4km
입장료 무료
주차료 중소형 3000원, 대형 7000원
주차 문의 043-832-3527
주요 볼거리 괴산호, 호숫가 데크길, 고인돌쉼터, 소나무출렁다리, 연하협구름다리
유람선 산막이마을·차돌바위선착장 등에서 이용, 운항과 요금 현장 확인
권장 준비물 편안한 운동화, 물, 모자, 여름철 모기 기피제
주의사항 등잔봉·천장봉 방향은 산행 구간이므로 옛길 산책과 구분해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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