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MICE 전시회가 단순한 홍보와 네트워킹의 무대에서 실제 상담과 거래, 후속 사업을 만드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바이어 매칭과 참가자 데이터, 이벤트 기술, 지역 콘텐츠와 ISO 20121 지속가능성 기준까지 MICE 산업을 평가하는 잣대도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김미래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MICE Watch|KOREA MICE EXPO 2026, 코엑스 마곡에서 비즈니스 성과 시험한다
국내 MICE 산업을 대표하는 전문전시회 KOREA MICE EXPO 2026이 오는 11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다. KOREA MICE EXPO는 국내외 관광·컨벤션 관계자와 바이어, 전시 참가 기업을 연결해온 대표적인 산업 플랫폼으로, 올해는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시장을 함께 다루며 비즈니스 상담과 산업 콘퍼런스,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주최 측이 제시한 예상 규모는 참가자 5,000명 이상, 비즈니스 미팅 4,000건 이상, 전시 부스 450개다. 단순히 참가자와 전시 규모를 키우는 데 그치지 않고 사전에 조율된 상담과 후속 비즈니스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국내 MICE 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올해 행사가 열리는 마곡은 연구개발 시설과 대기업, 호텔, 전시장, 김포공항 접근성을 함께 갖춘 서울 서부권의 산업·비즈니스 거점이다. 행사를 전시장 내부의 상담에만 한정하지 않고 마곡의 기업과 연구시설, 산업 시찰, 숙박과 식음, 서울 관광 콘텐츠까지 연결한다면 개최 효과를 지역경제로 확장할 수 있다.
KOREA MICE EXPO 2026은 한국 MICE 산업이 참가자와 부스 숫자를 넘어 실제 상담과 계약, 재방문과 후속 협력의 성과를 얼마나 증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Global MICE Watch|The Meetings Show, MICE·기업출장·여행기술을 하나의 시장으로 연결하다
영국을 대표하는 MICE 전문전시회 The Meetings Show 2026은 지난 6월 24일과 25일 런던 엑셀에서 열렸다. 세계 각국의 관광지와 호텔, DMC, 컨벤션센터, 행사장, 이벤트 기술기업이 참가해 사전 자격을 확인한 미팅·이벤트 플래너와 상담하는 비즈니스 중심 전시회다.
행사는 호스티드 바이어에게 사전 조율된 상담 일정과 교통·숙박, 전용 상담 플랫폼을 제공한다. 참가 업체가 현장을 찾은 불특정 방문객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니라 구매 가능성과 사업 목적이 확인된 바이어를 정해진 시간에 만나도록 구조화한 것이다. 전시 참가 기업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기준도 방문객 수보다 상담의 질과 후속 계약 가능성에 맞춰져 있다.
올해는 Business Travel Show Europe과 TravelTech Show도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함께 개최됐다. MICE와 기업출장, 여행기술을 별개의 산업으로 분리하지 않고 동일한 구매자와 의사결정자가 여러 시장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설계한 코로케이티드 쇼 방식이다. 기업출장과 회의, 숙박, 결제, 데이터 관리가 실제 업무에서 연결돼 있다는 점을 전시 구성에 반영한 셈이다.
국제컨벤션센터협회 AIPC가 스페인 빌바오에서 개최한 2026년 연차총회도 Bridging the Gap을 주제로 내세웠다. 컨벤션센터와 도시, 산업, 지역사회 사이의 간격을 어떻게 줄이고 행사 개최 효과를 도시 전체로 확산할 것인가가 국제 MICE 시장의 주요 과제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글로벌 MICE 시장은 이미 행사 규모보다 연결의 정확성과 사후 성과를 경쟁력으로 삼고 있다. 어떤 사람이 행사장을 방문했는가보다 누구와 상담했고, 그 만남이 어떤 사업으로 이어졌는지가 행사의 가치를 결정한다.
Main Briefing|한국 MICE 시장은 비즈니스 마켓플레이스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 MICE 산업을 평가하는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얼마나 큰 국제회의와 전시회를 유치했는지, 몇 명이 참석했고 전시장을 얼마나 채웠는지가 주요 성과로 제시됐다. 그러나 참가자 수가 많은 행사가 반드시 산업적으로 성공한 행사는 아니다. 사람을 모으는 능력과 실질적인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참가 기업은 단순한 홍보 기회보다 실제 구매자와 파트너를 원하고, 해외 바이어 역시 많은 부스를 무작정 둘러보기보다 자신의 사업과 맞는 기업을 효율적으로 만나기를 기대한다. 이에 따라 사전 수요 조사와 바이어 검증, 상담 일정 구성, 통역, 후속 관리가 MICE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형식적인 상담 건수를 늘리는 방식으로는 기업의 만족도를 높이기 어렵다. 바이어의 구매력과 관심 분야, 사업 목적을 분석하고 참가 기업과 정확하게 연결해야 한다. 좋은 MICE 행사는 명함을 많이 교환하게 하는 행사가 아니라 필요한 사람을 정확히 만나게 하고, 그 관계가 행사 이후에도 이어지도록 만드는 행사다.
행사 데이터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참가자 등록과 이동, 세션 참여, 부스 방문, 상담 내용과 관심 분야를 체계적으로 기록해야 참가 기업이 행사 성과를 판단하고 주최자가 다음 행사를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행사 가운데 상당수는 입장객 수와 상담 건수만 집계할 뿐, 실제 계약과 재방문, 후속 미팅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는 제대로 추적하지 못한다.
앞으로의 경쟁은 행사 운영의 매끄러움보다 성과 추적 능력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행사 종료 후에도 참가 기업이 상담 정보를 활용하고 후속 연락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주최자가 더 강한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지역 MICE도 국제회의 한 건을 유치하거나 컨벤션센터를 건설하는 것만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참가자가 회의장을 나선 뒤 무엇을 보고 어디서 식사하며, 어떤 산업시설과 문화 콘텐츠를 경험하고 며칠을 더 머무는지가 지역경제 효과를 결정한다.
산업시설과 대학, 연구기관, 문화유산, 음식, 자연환경은 모두 MICE 상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행사 일정과 연결할 운영조직과 상품이 없으면 지역의 자산은 홍보책자 속 소개 문구에 머문다. 회의와 산업 시찰, 지역관광, 식음과 숙박을 하나의 동선으로 설계해야 도시 전체가 행사장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컨벤션뷰로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장소 소개와 유치 보조금 지급을 넘어야 한다. 지역의 기업과 대학, 연구기관을 연결해 행사의 주제를 발굴하고 국내외 바이어를 찾아야 한다. PCO 역시 일정과 의전을 처리하는 행사대행사를 넘어 시장을 이해하고 참가자의 산업적 목적을 분석하는 전문조직으로 발전해야 한다.
MICE는 여러 업체를 모아 행사를 치르는 일이 아니다. 산업과 사람, 도시와 시장을 연결하고 그 만남을 실제 사업으로 전환하는 전문 서비스다.

MICE Terminology|Co-located Show
Co-located Show는 연관성이 있는 둘 이상의 전시회나 콘퍼런스를 같은 기간과 장소에서 함께 개최하는 방식을 뜻한다. 전시장과 운영비를 나누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구매 권한과 관심 분야를 가진 참가자들이 여러 행사를 오가며 더 많은 공급자와 기술, 서비스를 비교할 수 있도록 시장을 결합하는 전략이다.
The Meetings Show가 Business Travel Show Europe, TravelTech Show와 같은 장소에서 열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업회의를 기획하는 담당자는 출장 관리와 숙박, 결제, 이벤트 기술을 함께 필요로 하기 때문에 세 행사를 분리하기보다 한 공간에서 연결하는 편이 실제 구매 과정에 가깝다.
다만 관련성이 낮은 행사를 무리하게 묶으면 방문객의 집중도가 떨어지고 참가 기업의 목적도 흐려질 수 있다. 코로케이티드 쇼의 성패는 단순히 몇 개의 행사를 동시에 열었느냐가 아니라 참가자 데이터와 등록 체계, 출입 동선, 교육 프로그램과 비즈니스 상담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했느냐에 달려 있다.
MICE Technology|AI 바이어 매칭과 참가자 데이터, 행사 이후의 성과까지 관리한다
MICE 기술의 중심이 행사 운영 편의에서 비즈니스 성과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 AI 바이어 매칭 시스템은 참가자의 업종과 구매 목적, 관심 품목, 상담 이력을 분석해 만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추천한다. 스마트 배지와 리드 스캐닝은 참가자가 어느 부스를 방문했고 어떤 상품과 자료에 관심을 보였는지를 기록해 후속 영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AI 통역과 실시간 자막은 언어와 청각의 장벽을 낮추고, 자동 회의록과 세션 요약 기술은 행사장에서 생산된 정보를 종료 후에도 다시 활용할 수 있게 한다. 기술을 단순한 무대 장치나 볼거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의 접근성과 정보 활용, 상담 후속 업무에 투입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데이터가 많다고 행사의 성과가 자동으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누가 데이터를 소유하고 참가자가 어디까지 활용에 동의했는지, 행사 종료 후 참가 기업에 어떤 형태로 제공할 것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보안과 개인정보 관리가 빠진 이벤트테크는 오히려 주최자의 법적·운영상 위험을 키울 수 있다.
MICE 기술의 목적은 사람을 줄이는 데 있지 않다. 필요한 사람을 더 정확하게 만나게 하고, 그 만남이 행사 이후의 상담과 계약으로 이어지도록 돕는 데 있다.
MICE Standards & Sustainability|ISO 20121:2024, 친환경 행사를 넘어 운영 전 과정의 책임을 묻는다
ISO 20121은 행사 기획과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사회·경제적 영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국제표준이다. 2024년 발표된 개정판은 폐기물과 에너지, 탄소배출 같은 환경 문제뿐 아니라 인권과 포용성, 아동의 권리, 지역사회에 남기는 사회적 유산까지 강조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MICE를 종이컵을 줄이거나 친환경 기념품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이해해서는 부족하다. 행사장 접근성, 지역업체 조달, 근로자 안전, 음식물과 폐기물 관리, 에너지 사용, 참가자의 이동, 행사 종료 후 시설과 콘텐츠의 활용까지 전 과정이 평가 대상이다.
앞으로 국제회의와 글로벌 전시회를 유치하려는 국내 도시와 컨벤션센터는 친환경 행사라는 홍보 문구보다 측정 가능한 운영 기준과 기록을 제시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은 선택적인 이미지 전략이 아니라 행사 경쟁력과 국제 입찰 조건을 결정하는 실무 기준으로 이동하고 있다.
MICE Market View
한국 MICE 시장은 시설과 행사 규모를 앞세운 경쟁에서 실제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겨루는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시장과 호텔, 지방자치단체, 컨벤션뷰로, PCO가 각각 분리돼 움직이는 구조로는 강한 마켓플레이스를 만들기 어렵다.
바이어 매칭과 참가자 데이터, 지역 콘텐츠, 이벤트 기술과 국제 지속가능성 기준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야 한다. 행사의 성패도 몇 명을 모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누구를 만났고, 어떤 상담이 계약과 후속 사업으로 이어졌으며, 참가 기업과 개최 도시에 무엇이 남았느냐로 평가해야 한다.
MICE 행사는 끝나는 순간 사라지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다. 제대로 설계된 행사는 산업과 사람을 연결하고 새로운 거래가 시작되는 시장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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