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레저신문 ㅣ 김정호기자
강원 정선의 민둥산은 오랫동안 가을 억새로 기억된 산이다. 정상부를 뒤덮은 억새가 바람에 흔들리는 장면은 정선 가을 여행의 대표 이미지였고, 민둥산이라는 이름도 나무가 거의 없는 정상부 풍경과 잘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민둥산의 계절이 하나 더 늘었다. 7월의 초록 능선과 정상 부근 돌리네 연못이 SNS를 타고 알려지면서, 민둥산은 여름이 가기 전 올라야 할 산으로 다시 읽히고 있다.
정선군 관광 공식 페이지는 민둥산을 해발 1,119m의 산으로 소개한다. 산의 7부 능선까지는 관목과 잡목이 우거져 있지만, 정상부는 나무가 거의 없어 시야가 크게 열린다.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최근에는 돌리네 지형을 볼 수 있는 포토 스폿으로 인기가 높아졌다.
여름 민둥산의 매력은 색의 대비에 있다. 산 아래는 짙은 숲이고, 능선 위로 오르면 갑자기 초록 들판이 펼쳐진다. 그 한가운데 움푹 팬 지형에 물이 고이면, 초원 위에 작은 연못 하나가 찍힌 듯한 풍경이 완성된다. 가을 억새가 바람의 풍경이라면, 여름 민둥산은 초록과 물빛의 풍경이다.

민둥산 돌리네는 단순한 산정 연못이 아니다. 정선 일대의 석회암 지대가 빗물과 지하수에 녹아 지표가 내려앉으며 생긴 카르스트 지형이다. 그 움푹한 구덩이에 비가 고이면 연못처럼 보인다. 비가 적은 시기에는 물이 말라 있을 수 있고, 강수량이 많은 여름에는 물이 차오른 모습을 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진다.
이 점 때문에 민둥산은 여름과 가을의 표정이 완전히 다르다. 가을에는 억새가 주인공이지만,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 돌리네 연못은 물이 적거나 말라 보일 수 있다. 반면 여름에는 초록 능선이 가장 선명하고, 비가 내린 뒤에는 돌리네에 물이 고여 민둥산 특유의 장면이 살아난다.
돌리네 연못을 보러 갈 때는 기대와 주의가 함께 필요하다. 연못은 인공 저수지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나 같은 수량을 유지하지 않는다. 장마 직후나 비가 잦은 시기에는 물이 차 있을 확률이 높지만, 며칠간 맑은 날이 이어지면 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 사진만 보고 방문하면 실망할 수도 있으므로, 최근 방문 사진이나 정선군 관광 안내를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민둥산 산행은 코스 선택이 중요하다. 정선군 관광 공식 페이지는 민둥산 산행을 일반적으로 증산초등학교 앞에서 시작한다고 안내하며, 경사가 완만한 3.2km 코스와 가파른 2.6km 코스 중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능선에 오르면 조망이 트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지만, 그 전까지는 숲길과 경사가 이어지는 산행이다.
정석적인 산행을 원한다면 민둥산역 인근 증산초등학교 방면 코스가 좋다. 완경사와 급경사를 선택할 수 있어 체력에 맞게 오를 수 있고, 민둥산 전체 산행의 흐름을 제대로 느끼기 좋다. 다만 초보자에게는 생각보다 만만한 길이 아니다. 정상부 해발고도가 1,000m를 넘고, 여름에는 그늘이 사라지는 구간이 있어 체력 소모가 크다.
돌리네 연못과 여름 초원 풍경을 우선 보고 싶은 여행자라면 발구덕마을 쪽 접근을 검토할 만하다. 발구덕마을은 해발이 높은 지점에 있어 정상부까지 상대적으로 짧게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주말이나 성수기에는 차량 통제, 셔틀 운영, 주차 상황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

정선군은 2026 강원 방문의 해 7월 추천 여행지로 민둥산 돌리네를 더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11월 8일까지 주말마다 셔틀버스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6월부터 억새축제 전까지는 민둥산역에서 발구덕까지 운행하고, 축제 기간인 9~11월에는 민둥산운동장과 능전마을에서 발구덕까지 가는 노선을 운영한다고 안내됐다. 이용요금은 1인 1만 원이며, 이 가운데 5,000원은 지역화폐 상품권으로 돌려주는 방식이다.
민둥산은 이름 때문에 부드럽게 느껴지지만, 실제 산행은 만만하지 않다. 정상부 초원 풍경이 넓고 완만해 보이기 때문에 산책처럼 생각하기 쉽지만, 오르는 길에는 급경사와 돌길, 땡볕 구간이 있다. 특히 여름에는 나무 그늘이 줄어드는 능선부에서 햇빛을 직접 맞게 된다.
가벼운 운동화나 샌들 차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미끄럼을 잡아주는 등산화나 트레킹화, 모자,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제, 충분한 물이 필요하다. 비 온 뒤에는 흙길과 돌길이 미끄러울 수 있고, 돌리네 주변 사면은 보기보다 경사가 있어 무리하게 내려가거나 지정되지 않은 길로 이동하면 위험하다.

사진 촬영을 목표로 한다면 오전 시간이 유리하다. 햇빛이 너무 강해지기 전 초록 능선의 색이 선명하고, 정상부 바람도 비교적 편안하다. 반대로 한낮에는 그늘이 적고 체감 더위가 커질 수 있다. 돌리네 연못은 정해진 전망 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안전하며, 연못 가장자리까지 무리하게 접근하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정선 민둥산 여행은 산행 하나로 끝내도 좋지만, 하루 일정을 조금 넉넉하게 잡는다면 정암사를 함께 묶기 좋다. 정암사는 고한읍 함백산 자락에 자리한 사찰로, 산비탈 위에 선 수마노탑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국가유산포털은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을 국보로 안내하며, 총 7층, 높이 9m, 너비 3.04m 규모의 모전석탑이라고 설명한다. 탑 정상의 금속 상륜부와 풍경 등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크다. 국가유산 디지털 서비스는 수마노탑이 기단에서 상륜부까지 완전한 모습을 갖춘 모전석탑이며, 석회암 지대라는 지역 특성을 반영해 고회암으로 제작됐다고 설명한다.

정암사 일대는 여름에 특히 분위기가 좋다. 산사의 숲이 짙어지고, 수마노탑으로 오르는 길은 짧지만 경사가 있어 민둥산 산행과는 또 다른 호흡을 만든다. 정선 정암사 열목어 서식지는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자연유산으로, 정암사 옆 계류지역이 열목어 분포의 남방한계선으로서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호되고 있다.
민둥산이 여름 초원과 지질의 풍경이라면, 정암사는 산사와 국보, 계류 생태가 어우러진 문화유산 여행지다. 두 곳을 함께 보면 정선 여행은 단순한 인증 산행이 아니라 자연과 역사, 생태를 함께 읽는 일정이 된다.
여행정보: 민둥산등산로의 공식 주소는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남면 민둥산로 12이며, 정선군 관광 페이지 기준 이용시간은 상시 이용 가능으로 안내돼 있다. 대표 문의는 정선군 콜센터 1544-9053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청량리역에서 민둥산역으로 가는 열차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열차 시간은 계절과 운행 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코레일 예매 화면에서 당일 시간표를 확인해야 한다. 민둥산역 도착 후에는 증산초등학교 방면 산행, 택시, 셔틀버스 운영 여부 등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다.
자가용 이용자는 목적지에 따라 증산초등학교 방면 주차장, 능전마을, 발구덕마을 접근로를 확인해야 한다. 주말에는 발구덕마을 방면 차량 진입이 제한되거나 셔틀 이용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정선군 관광 안내와 정선여행 공식 블로그의 최신 공지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추천 일정은 두 가지다. 산행 중심이라면 증산초등학교 방면에서 정상까지 오른 뒤 돌리네 연못을 보고 하산하는 코스가 좋다. 사진과 초원 풍경 중심이라면 발구덕마을 방면 접근과 셔틀 운영 여부를 확인한 뒤 짧은 산행으로 돌리네와 정상부를 둘러보는 방식이 현실적이다. 시간이 남는다면 정암사 수마노탑까지 이동해 정선의 산사 문화유산을 함께 보는 일정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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