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슬 기자 ㅣ 여행레저신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항공권 가격 문제로만 보면 절반만 보는 것이다. 소비자에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운임과 마일리지이지만, 여행업계가 더 먼저 봐야 할 것은 좌석 공급과 판매 경로다. 통합 항공사는 노선, 운항 시간, 운수권, 공항 슬롯, 마일리지, 기업 출장 계약, 단체좌석 배정, 저비용항공사 전략까지 한꺼번에 다시 정리하게 된다. 앞으로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에서 중요한 질문은 “항공권이 얼마가 될 것인가”가 아니라 “그 목적지로 가는 좌석을 누가, 얼마나, 어떤 조건으로 확보할 것인가”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계약 체결을 승인하고 2026년 12월 17일 ‘통합 대한항공’ 출범 일정을 공식화했다. 양사 합병계약은 2020년 11월 신주인수계약 이후 5년 6개월여 만에 체결 단계에 들어섰고, 합병 이후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과 부채, 권리·의무, 근로자 일체를 승계한다. 항공사 간판 하나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한국 항공 공급의 핵심 축이 새로 정리되는 일이다.
이번 통합의 의미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아시아나와 계열 LCC까지 포함해 중복 노선 119개를 분석했고, 이 가운데 국제선 여객 26개, 국내선 여객 14개 등 모두 40개 여객 노선에서 경쟁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쟁 항공사의 신규 진입과 증편을 촉진하기 위해 10년간 슬롯과 운수권 이전 등 구조적 조치를 부과했다. 이 대목이 중요하다. 통합 이후의 핵심 쟁점은 단순히 운임이 오를지 여부가 아니라, 실제 경쟁 항공사가 들어와 좌석을 공급할 수 있느냐다.
항공권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좌석 공급이다
슬롯과 운수권은 여행업계가 평소 기사 제목으로 잘 다루지 않는 단어지만, 실제로는 여행상품 판매의 출발점이다. 슬롯은 특정 공항에서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시간대이고, 운수권은 특정 국가와 도시 사이를 운항할 수 있는 권리다. 여행사가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좌석이 없으면 팔 수 없다. 관광청이 아무리 큰 광고비를 써도 항공편이 부족하면 실제 송객은 제한된다. 호텔과 리조트가 한국 시장 특별요금을 내놓아도 항공 좌석이 받쳐주지 않으면 객실 판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문제는 슬롯과 운수권을 넘긴다고 경쟁이 자동으로 살아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장거리 노선은 특히 어렵다. 항공기, 조종사, 정비 체계, 판매망, 브랜드 신뢰, 현지 공항 운영 경험이 함께 있어야 한다. 유럽연합이 대한항공·아시아나 결합을 심사하면서 티웨이항공을 유럽 노선 대체 항공사로 세운 것도 이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은 인천~파리·로마·바르셀로나·프랑크푸르트 노선을 넘겨받는 구조가 됐지만, 장거리 운항에 필요한 항공기와 조종사, 정비 지원이 함께 붙어야 했다. 장거리 항공 경쟁은 노선명 하나를 넘기는 방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여행사가 이 대목을 봐야 한다. 새로운 항공사가 노선에 들어온다고 해서 곧바로 기존 대형항공사 수준의 좌석 안정성, 판매 편의성, 수하물·연결편·지연 대응 체계가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패키지 여행, 허니문, 기업 인센티브, 골프, 크루즈 연계 상품처럼 일정 변경에 민감한 상품은 운항 안정성과 현지 대응력이 가격 못지않게 중요하다.
해외 경쟁당국은 실제 운항을 요구했다
영국 사례는 이 문제를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영국 경쟁시장청은 2026년 3월 대한항공·아시아나·버진애틀랜틱 간 런던 히스로 슬롯 방출 협약을 승인했다. 이 협약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런던 히스로 슬롯을 제공하고, 버진애틀랜틱은 2026년 여름 시즌부터 런던~서울 노선을 하루 1회 운항할 수 있게 됐다. 해외 경쟁당국은 “경쟁을 유지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실제 항공사가 실제 노선에 들어오는지를 요구했다.
유럽의 다른 항공사 통합도 비슷하다. 루프트한자가 ITA Airways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유럽연합은 로마·밀라노에서 중부 유럽으로 가는 단거리 노선, 이탈리아와 미국·캐나다를 잇는 장거리 노선, 밀라노 리나테공항 슬롯 문제를 따졌다. 대형 항공사 통합은 세계적으로 허용되더라도, 경쟁 항공사가 들어올 통로를 남기는 방식으로 관리된다. 항공사 합병의 핵심은 규모의 경제만이 아니라, 통합 이후에도 시장이 작동할 수 있는가에 있다.

여행사는 단체좌석 전략을 다시 봐야 한다
한국 여행업계의 대비는 항공권 가격표를 보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첫째, 여행사는 단체좌석 확보 방식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여기에 LCC와 외항사를 조합해 성수기 상품을 만들 수 있었다. 통합 이후에는 주요 장거리 노선과 인기 단거리 노선에서 대형항공사 선택지가 줄어들 수 있다. 단체좌석 배정, 패키지용 요금 클래스, 출발일별 좌석 확보, 취소 조건, 환승 연결편, 지방 출발 연계가 모두 다시 협상 대상이 된다.
둘째, 장거리 상품은 대한항공 직항 의존도를 낮추는 준비가 필요하다. 유럽, 미주, 호주 상품은 항공권 단가가 높고 성수기 좌석 경쟁이 심하다. 통합 이후 수익성 중심으로 노선과 시간대가 정리되면 여행사는 기존 방식으로 좌석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중동 항공사, 유럽 항공사, 동남아 환승 항공사, 일본·대만 경유 조합까지 열어두고 상품 구성을 다변화해야 한다. 소비자에게는 직항이 편하지만, 여행사에는 좌석 대안이 있어야 한다.
셋째, 단체좌석 계약의 위험 관리도 필요하다. 통합 전후에는 운항 시간 조정, 기재 변경, 노선 재배치, 공동운항 구조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여행사는 상품 출시 전에 항공사별 약관, 좌석 확정 시점, 취소 수수료, 명단 제출 조건, 노쇼 처리, 항공권 발권 마감일을 더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특히 성수기에는 좌석을 확보했다는 말과 실제 판매 가능한 좌석이 다를 수 있다. “몇 석을 받았는가”보다 “어떤 조건으로 받았는가”가 중요해진다.
관광청과 호텔은 항공 공급 없는 마케팅을 줄여야 한다
관광청은 한국 시장 마케팅의 순서를 바꿔야 한다. 과거에는 이미지 광고, 온라인 캠페인, 인플루언서 초청, 박람회 참가가 먼저였다. 이제는 항공 공급이 먼저다. 노선이 약한 목적지는 광고비를 써도 판매가 제한된다. 한국 시장 캠페인은 항공사 증편, 전세기, 여행사 공동 프로모션, OTA 노출, 랜드사 판매 지원, 호텔 특별요금을 한 묶음으로 설계해야 한다. 한국 소비자는 목적지를 좋아해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로 갈 수 있는 항공편과 결제 가능한 총액이 있어야 움직인다.
호텔과 리조트도 여행사의 좌석 상황을 함께 봐야 한다. 객실 요금을 낮춰도 항공 좌석이 없으면 상품은 팔리지 않는다. 괌, 사이판, 베트남, 태국, 일본 지방도시, 유럽 소도시처럼 항공 공급에 민감한 목적지는 더 그렇다. 한국 시장 세일즈는 객실 프로모션만으로 부족하다. 항공사와 여행사가 어느 날짜에 몇 석을 확보했는지, 그 좌석이 패키지·골프·가족여행·MICE 중 어느 수요와 연결되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LCC 재편은 단거리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LCC 재편도 단거리 시장 문제로만 보면 안 된다. 대한항공 그룹은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에어서울을 묶는 LCC 재편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한국 LCC 시장은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통합 LCC를 중심으로 다시 정리될 수 있다. 단거리 일본·동남아 노선은 물론이고, 중거리·장거리 일부 노선까지 LCC의 역할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여행사는 LCC를 단순 저가 항공사로만 보지 말고, 목적지별 상품 공급망의 한 축으로 봐야 한다.
티웨이항공의 유럽 노선 진입은 상징적이다. 한국 LCC가 장거리 노선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항하고, 소비자가 이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며, 여행사가 어떤 상품을 만들 수 있는지가 앞으로의 시험대가 된다. 가격은 낮아질 수 있지만, 장거리 LCC 상품은 좌석 간격, 수하물, 기내식, 환승 편의, 지연 대응, 여행자 기대치 관리가 함께 따라와야 한다. 여행사는 단순히 “저렴한 유럽 항공권”으로 접근하기보다, 어떤 고객에게 맞는 상품인지 명확히 나눠야 한다.
중소 여행사는 가격 경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통합 항공시장에서는 대형 여행사와 OTA가 항공사 협상에서 더 유리할 수 있다. 항공권만 팔거나 단순 패키지 가격만 낮추는 방식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 중소 여행사는 골프, 트레킹, 미식, 크루즈, 허니문, 시니어 동행, 사진여행, 지방공항 출발, 기업 인센티브처럼 고객층이 분명한 상품으로 가야 한다. 항공 좌석을 많이 쥐지 못하더라도, 왜 이 상품을 이 회사에서 사야 하는지를 만들어야 한다.
온라인여행사와 종합여행사도 역할이 갈라질 수 있다. 항공권만 파는 채널은 가격 비교 경쟁에 묶인다. 반면 항공권, 호텔, 현지투어, 보험, 렌터카, 공연, 미식, 골프, MICE 일정을 함께 묶는 채널은 통합 이후에도 독자적인 가치를 만들 수 있다. 항공사가 직접 판매를 강화할수록 여행사는 단순 발권 대행에서 벗어나 일정 설계, 위험 관리, 목적지 큐레이션, 현지 지원이라는 본래의 전문성을 다시 증명해야 한다.
한국 여행시장의 질문이 바뀐다
결국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은 항공업계 내부의 기업 결합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 여행시장에서 좌석의 힘, 노선의 힘, 판매 채널의 힘이 다시 배분되는 사건이다. 소비자는 항공권 가격을 보지만, 여행업계는 공급망을 봐야 한다. 어느 목적지에 좌석이 늘어나는지, 어느 노선에 대체 항공사가 실제로 들어오는지, 어느 여행사가 성수기 좌석을 확보하는지, 어느 관광청이 항공사와 공동 판매를 설계하는지가 앞으로의 시장을 결정한다.
한국 시장을 공략하려는 해외 관광청, 항공사, 호텔, 랜드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한국인은 어디를 좋아하는가”만 물어서는 부족하다. “한국에서 그 목적지로 가는 좌석은 누가 쥐고 있는가”, “그 좌석을 상품으로 만들 여행사는 어디인가”, “소비자가 결제할 수 있는 총액은 얼마인가”를 함께 봐야 한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이후 여행업계가 준비해야 할 것은 막연한 운임 인상 걱정이 아니다. 단체좌석 계약을 다시 보고, 외항사와 LCC 대안을 넓히고, 장거리 상품의 환승 조합을 열어두고, 목적지 마케팅을 항공 공급과 함께 설계하는 일이다. 항공권 가격은 나중에 소비자가 체감하는 결과다. 업계가 지금 확인해야 할 것은 그 가격표 뒤에 있는 좌석의 흐름이다. 앞으로 한국 아웃바운드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그 목적지로 갈 좌석을 누가, 얼마나, 어떤 조건으로 확보하고 있는가.
ⓒ The Travel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여행레저신문 Copyrights ⓒ The Travel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he Travel News Special Series] Saipan Tourism at the Edge: Conditions for Revival Resort and pool scene symbolizing the golden era of Saipan tourism](https://img.thetravelnews.co.kr/2026/04/ChatGPT-Image-2026년-4월-20일-오후-10_28_38-1-1-100x70.jpg)


